나를 울린 이 사람
영성의 깨우침 담은 노랫말
부산에서 활동하는 가스펠 가수 박보영을 처음 만난 것은 밀양의 어떤 공동체를 방문했을 때였다.
‘노래하다/ 길을 걷다/ 사랑하다/ 울다가/ 언젠가 당신 앞에 서리다/ 흐음~’
그가 처음 불러준 노랫말의 중간을 지날 때 내 마음에 후드득 일어나는 속울음을 진정할 수 없었다. 잔잔한 고백처럼 부르는 노래에 주옥같이 흐르는 노랫말 한 소절 한 소절이 깊은 샘물에서 길어올린 영롱한 영성의 깨우침을 담고 있었다.
‘사람들아/ 길을 가다/ 강아지 똥 보거든// 더럽다/ 침뱉지 마라// 그 똥은/ 민들레 밥이다.’
*노래하고 있는 박보영씨의 모습.
*출처 : 아름다운 동행(http://www.iwithjesus.com/news/articleView.html?idxno=3293)
보영군이 바로 그 민들레 밥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한 사람을 위한 콘서트’를 공연하는 가수로 살아왔다. 말기암으로 마지막 삶의 끝자락을 살고 있는 사람,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절망하는 사람…. 그들의 삶의 자리에 찾아가 콘서트를 열고 동요와 사랑의 노래를 부르며 위로했다. 그리고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크리스천 매거진에 매번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맑은 영혼의 칼럼을 쓴다. 그렇게 사느라 마흔이 훌쩍 넘도록 결혼도 하지 못하고 아직 단칸방 신세조차 면치 못했다. 홀로 남으신 어머니를 모시기가 벅차다.
‘흐르는 것들은 아름답다.’
‘좋은 날 풍경’이라는 예명으로 시작한 음악사역 10주년 기념콘서트의 주제였다. 그는 버림받고 학대받으며 자라난 어린 시절과 방황하던 청소년 시기를 넘어 노래에 사랑을 싣고 인생의 가장 황금 같은 시간들을 마음과 정성을 담아 흘려보냈다. 아낌없이 흘려보내는 그의 세월이 정말 신께 드려지는 고귀한 제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후 나는 그를 학교로, 교회로, 주변의 크고 작은 모임에 부지런히 불러냈다. 그때마다 사람들의 가슴에 잔잔한 파문이 일어나곤 했다. 그의 노래를 그렇게 여러번 들었는데도 늘 새롭게 감동된다. 중독되었나 보다.
‘꽃잎은/ 밟혀도/ 향기만 낼 뿐…’
보영은 그렇게 노래했다. 그렇다. 밀알은 썩어도 생명을 낳고, 강아지 똥은 부서져도 민들레 밥 되고, 민들레 씨앗은 바람 불어도 더 멀리 퍼지며, 낙엽은 깊이 묻혀도 거름이 된다.
내 맘대로 동생이라 하자 해놓고 나는 아직도 그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못한다. 존경하는 마음 때문이다.
‘노래가 삶이 되기보다는 삶이 노래 되길 원한다’는 그 콘서트 마지막 멘트가 늘 나의 귓가에 맴돈다. 나도 강의가 삶이 되기보다는 삶이 강의 되는 교수가 되기를 결심하곤 한다.
유장춘 한동대 목사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