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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한겨레 수행·치유 전문 웹진 - 휴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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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라마 방한 불허는 국가적 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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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라마.jpg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바 있는 티베트의 정신적인 지도자 달라이라마



달라이라마 방한 준비위.jpg

달라이라마 방한준비위원들



조계종 승려들이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라마를 초청하기 위해 5일 서울 조계사에서 ‘달라이라마 방한 추진 선포식’을 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달라이라마의 비폭력 평화와 생명의 가르침을 통해 반생명과 갈등의 사회를 치유해보자는 취지다. 이들은 ‘달라이라마 방한을 위한 천만인 서명운동’도 시작했다.


달라이라마의 방한은 김대중 정부 때인 2000~2001년과 노무현 정부 때인 2005~2007년에도 추진됐으나 무산됐다. 1959년 티베트를 강제병합한 뒤 달라이라마를 ‘하나의 중국’을 해치는 분열주의자라고 낙인찍은 중국이 한국 정부를 압박한 데 따른 결과다. 대중국 무역의존도가 높아지고, 미국 일변도의 외교정책에서 벗어나 대중관계를 강화했던 두 정권이 중국의 압력을 이겨내지 못했다.


불교계 탓도 있다. 조계종엔 ‘선불교가 최고인데 왜 다른 데서 진리를 찾느냐’며 티베트불교 지도자인 달라이라마 초청을 마뜩잖아하는 이들이 있다. 세상의 지식과 타종교의 가르침에도 귀를 열어야 할 시기에 이런 종파적 이기심에 사로잡힌 이들이 종단의 원로를 자처하는 게 불교계의 현실이다. 이번 방한의 추진세력도 종권이 아닌 비주류라는 점에서 같은 일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있다. 불교계가 또다시 이런 일 하나 성사시키지 못한다면 이제 어디에서도 불교 차별이란 말을 꺼낼 수 없게 될 것이다.


정부도 눈앞의 실리만 앞세워 다시 그의 방한을 불허해선 안 된다. 최근 6년 동안만도 요르단과 나이지리아, 헝가리, 슬로베니아, 에스토니아, 아르헨티나,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체코, 대만 등이 달라이라마의 방문을 허락했다. 달라이라마는 미주와 유럽, 오스트레일리아는 말할 것도 없고 일본은 34번이나 방문했다. 심지어 중국의 압도적 영향권에 있는 몽골도 찾았다.


손목을 허락하면 발목을 잡히고 발목을 잡히면 목줄까지 잡히는 게 국가 관계다. 실리는커녕 종교계 인사 하나 초청하지 못하는 저자세 외교로는 명분도 실리도 지키기 어렵다. 중국도 자주권을 존중해야 할 국가 간에 외교적 압력을 가해 한국민을 실망시켜선 안 될 것이다.


최근 달라이라마도 중국-티베트 간 정치적 문제를 내려놓고 자신은 문화·종교 문제만 집중하며 살아갈 것을 천명해 중국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려 애쓰고 있다. 정부 차원도 아닌 불교계가 추진하는 종교인의 초청마저 또 무산되는 건 국가적 수치라는 걸 당국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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