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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한겨레 수행·치유 전문 웹진 - 휴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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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와 유병언 미스터리 '2Q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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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의 휴심정] 세월호와 유병언 미스터리 ‘2Q14’



세월호와 유병언 변사 사건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를 패러디한 드라마 같다. <1Q84>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와 의문(Question)의 조합이다. 세월호와 유병언 수사도 2014년의 의문 덩어리여서 ‘2Q14’로 불릴 법하다.

<1Q84>엔 구원파 유병언씨와 유사한 인물이 등장한다. 신흥종교집단 ‘선두’의 후카다 교주다. 결국 그는 암살 기술자인 여주인공 아오마메에 의해 호텔방에서 살해된다. 아오마메는 후쿠다의 귀밑에 미세한 침을 찔러 넣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인다. 겉보기엔 의심할 바 없는 자연사다.


영화1984.jpg

*조지 오웰은 1949년에 발표한 소설 <1984년>을 통해 전체주의 사회의 악몽을 고발하고 경고했다.

사진은 실제로 1984년이 되던 해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 <1984년>(마이클 래드포드 감독)의 한 장면.


1984년은 오웰의 소설이 말한 해이기도 하지만, 일본 도쿄 지하철에 사린가스를 살포(1995년)해 12명의 사망자와 5000명의 중경상자를 낳은 아사하라 쇼코 교주의 옴진리교가 창교된 해다. 오웰이 <1984>에서 그린 세계와 옴진리교엔 공통점이 있다. 독재자에 의해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되고, 지배된다는 점이다.


오웰은 1940년대에 소설을 쓰면서 1984년이 되면 ‘빅 브러더’(독재자)가 세계를 통치하며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통제사회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시차야 있지만 지난해 미국 국가안보국의 고급 시스템 관리자 에드워드 스노든의 ‘일급 기밀문서’ 폭로는 통제사회가 소설만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애국주의자로 공화당을 지지하는 우파인 스노든조차 봐줄 수 없을 정도로 일반인의 이메일과 검색정보, 채팅, 전송파일까지 국가정보기관에 의해 감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유병언씨를 쫓는 수사에서도 이 감시망이 활용됐다. 검찰이 유씨가 숨어 있던 전남 순천 송치재휴게소 부근을 주목한 것은 금수원이 있는 경기도 안성과 전남 순천 지역 신도들 간의 통화가 잦아진 것을 파악하고, 일부 신도가 그쪽으로 가는 것을 폐회로텔레비전(CCTV)으로 보고서였다. 유씨를 쫓는 동안 통화내역 170만건을 분석하고 차량 수만대의 이동을 감시했다고 한다.


그런데 미스터리한 것은 유씨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이들까지 포함한 수백만명의 통화와 차량 경로까지 훑은 철통같은 감시망이 정작 지명수배자가 코앞에 있을 땐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5월25일 40평 별장에 숨은 유씨를 수사관 40명이 두 시간 동안 수색하고서도 잡지 못했다고 한다. 6월12일엔 검경이 군사작전을 방불케 할 만큼 대대적으로 금수원을 수색하고도 유씨의 운전기사 양회정씨가 숨어 있는 것을 못 보았다고 한다. 같은 날 순천에선 휴게소에서 불과 2㎞ 떨어진 민가 옆 매실밭에서 유씨의 주검을 발견하고도 무려 40일 동안 그게 유씨의 주검인지 몰랐다는 것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주검의 키를 159㎝라고 발표했는데, 순천에서 주검의 키를 잴 때 입회한 경찰은 ‘150㎝였다’고 증언했다고 한다.


유병언은신처순천.jpg

*유병언의 은신처였던 순천의 별장을 수사하는 모습.


더구나 세월호 선원이 사고 당일 국가정보원에 가장 먼저 ‘보고’를 한 것도 이상한데, 최근엔 세월호에서 2개월 만에 뭍으로 나온 업무용 노트북을 복원한 결과 세월호 구입, 증개축, 운항, 관리에 국정원이 개입한 정황이 있는 ‘국정원 지적사항’ 문건이 나와 미스터리를 증폭시키고 있다.

<1Q84>를 보면 교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소녀들에게서 태어난 난쟁이들은 이상한 구호를 외치며 이름도 질문도 없다. 교주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할 뿐이다. 로봇처럼.


그렇다면 ‘빅 브러더’ 아래엔 로봇들만이 있는가. 꼭 그렇지만 않다. <1984>엔 명령을 수행하면서도 저항감을 가진 주인공 윈스턴이 있고, <1Q84>에선 파시스트들을 처단하는 여주인공 아오마메가 있다. 현실에서도 위키리크스에 비밀문건을 공개한 첼시 매닝 일병과 스노든이 있다.
<1Q84>가 그린 가상세계에선 ‘두 개의 달이 뜬다’고 한다. 지금 한국에도 진짜 달과 누군가가 만든 달, 두 개의 달이 있는지 모를 일이다. 달이 천 개의 강에 비칠지라도 원래의 달은 하나다.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은 두 개의 달이 아니다. 진실한 진짜 달이다. 세월호 유족들과 국민에게 누가 그 진짜 달을 보여줄 것인가.


조현 종교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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