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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민 사목'박문수 신부가 말하는 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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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민 사목’ 박문수 신부가 말하는 교황

“교황의 빈부격차 비판은 해방신학 전통에서 나온것”



가난을 상징하는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의 이름에서 즉위명을 딴 현 프란치스코 교황이 권고문 <복음의 기쁨>과 강론에서 가장 강조하는 말이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교회와 성직자들’이다.


국내에서 가장 가난한 이들과 가깝게 살아온 사제가 누굴까. 정일우·박문수(사진)·이기우 신부 등이다. 정일우·박문수 신부는 미국인으로, 교황과 같은 예수회 소속이다. 이 가운데 정일우 신부는 지난 6월 선종했다. 1969년 한국에 온 이래 40여년을 빈민들과 부대끼며 살아온 박문수 신부를 서울시 마포구 서강대길 예수회 한국관구에서 최근 만나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난 영성’을 들었다. 박 신부는 지난 1월엔 프란치스코가 수여한 ‘교황 메달’을 받기도 했다. 정년이 없는 예수회에서 여전히 현역으로 일하는 박 신부에게 교황의 영성을 들어봤다.


박문수.jpg


부자만 성당 다닌다는 건
가톨릭이 무능하다는 것
빈민에게 필요한 건 마을공동체
성직자들 현장 찾아가 체험해야


-프란치스코의 가난 영성은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
“인간을 제치고 돈벌이 중심으로 가는 현실에 대해 규제가 없는 시장은 불공평하고 비윤리적이라는 교황의 말씀은 빈부격차가 극심한 남미 해방신학 전통에서 나온 것이다. 1970년대 남미의 주교들은 빈부격차에 대해 큰 혁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런 주장들은 전세계의 사회참여 운동뿐 아니라 한국의 민중신학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요한 바오로 2세와 베네딕토 16세 등 전임 교황들은 해방신학을 배척하고 박해하지 않았나?
“그렇지 않다. 그것은 일부 측면일 뿐이다. 요한 바오로 2세는 자기 자신을 해방신학자라고 표명하기도 했다. 그는 <사회적 관심>이란 문헌에서 ‘부정이 아주 심한 경우 혁명이 일어날 수밖에 없고, 그런 경우 혁명은 도덕적인 것이다’라고 했다. 그 나름대로 해방신학을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라칭거 추기경(베네딕토 16세)은 ‘잘못된 신념을 고쳐야 하는 것을 의무’라고 생각한 것 같다. 지나친 것을 막기 위해 수정하려고 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해방신학 전체를 부정한 것은 아니었다.”


-빈민지역에 살면서 느낀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빈민 아이들 중엔 편부모,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키우는 아이들이 많다. 자존심이 상해 열등감과 상처가 크다.”


-한국 사회의 빈부격차는 무엇 때문이라고 보는가?
“한국에서 30~40년간 빈부격차가 더 심해졌다. 잘사는 사람들 소득의 상당부분은 불로소득이다. 노동 없이 땀 흘리지 않고 부동산이나 투자로 얻은 소득이다. 동등하게 다 같이 일하고 다 같이 버는 그런 개념이 무너졌다. 옛날 농촌과 같은 공동체, 서로 주고받으며 나누는 그런 아름다운 모습이 사라져 버렸다.”


-빈민들을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계층이 아닌 공동체가 살아나야 한다. 마을공동체가 되살아나야 한다.”


-서울 양천구 신정동은 인구 대비 가톨릭 신자가 5%인데, 목동은 20%가 넘는다고 한다. 길 하나 사이로 소득수준에 따라 신자 차이가 많다는 것이다. 부자들만 주로 성당에 다니는 현상을 어떻게 보는가?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의 우선적 선택은 선교를 위함이기보다 그리스도의 신앙 자체가 명령하기 때문이다. 신앙은 사회의 불의로 인해 소외당한 이들에게 사회정의를 구현하도록 명한다. 그런데 빈민들이 가톨릭교회에서 소외를 당하는 것은 교회가 사회정의의 구현을 소홀히 하고 있고 무능하다는 징조다.”


-교회 차원의 어떤 배려가 필요한가?
“도시빈민은 돈벌이에 매우 바쁘고, 과로와 싸우며 불안정한 생활을 겨우겨우 유지하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매일매일 돌보아주시지 않으면 하루도 살아나가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그러니 본당에서 그들의 생산현장과 주거지역으로 가야 한다. 본당 중심에서 현장 중심, 전례 중심에서 생활 중심, 성직자 중심에서 공동체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교회 차원의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성직자들이 정책적으로 박탈당하는 상대적 빈곤층이 겪는 주택난, 도시의 과밀현상, 대중교통의 불편함을 직접 몸으로 느끼고 체험할 만큼 청빈한 생활을 해야 하고, 전문교육과 현장체험을 통해 노동사목과 도시빈민사목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갖추어야 하며, 사도적인 현장공동체들이 많이 생겨나야 한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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