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과 마음 열어 다른사람 다른문화 받아들여야 한다”
교황의 미사강론·연설 메시지
*프란치스코 교황이 17일 충남 서산 해미면에 자리한 해미순교성지에서 아시아 주교들과 접견했다. 해미면/EPA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은 복잡한 가치 혼재의 시대에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의 이번 방한 목적은 ‘사목’이다. 사목이란 ‘양을 돌본다’는 뜻이다. 그는 ‘양들의 침묵’을 강요하는 목자가 아니다. 그래서 가난한 이와 사회적 약자를 위한 헌신에 역동적이다. 교회 안에 있는 성직자들의 엉덩이를 걷어차 밖으로 내쫓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쪽으로 가면 놀라울 정도로 원칙적이다. 그가 주교와 수도자, 평신도들의 모임에서 한 말을 종합하면, 동양적인 ‘외유내강’(外柔內剛: 밖으로는 부드러우나 내적으로 강함)이나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이나 자기 자신에겐 가을 서리 같음)이다. 내적으로 삶은 철저하되, 밖으로는 열라는 것이다.
먼저 내적 삶에 대한 조언이다. 그는 현대 사조의 흐름에 끌려다니는 것을 경계한다. 그는 17일 이사아청년대회 폐막미사 강론에서 깨어 있는 삶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깨어 있어야 한다”며 성경 시편 구절을 인용해 “잠들어 있는 사람은 아무도 기뻐하거나, 춤추거나, 환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황 미사강론·연설 어록
성직자들에 “세속적 삶 경계하라”
한국·아시아 주교단 연설에선
“다른 사람에 귀와 마음 열라”
소통과 대화의 중요성 강조
같은 날 아시아 주교단한테 한 연설에서는 “무엇이 옳은지 분별하기보다는 최신 유행이나 기기, 오락에 빠지는 경향인 피상성은 성직자들의 사목 활동과 그 이론에도 영향을 미쳐 신자들과의 만남을 가로막게 된다”며 해악을 경고했다. 사고방식이나 생활방식 할 것 없이 세속적 요구에 끌려다니다 보면 결국은 불행한 삶을 살 수밖에 없으므로 사고도 삶도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타인에 대해서는 자기 자신을 대할 때와는 전혀 다른 자세를 요구한다. 그는 다른 사람에겐 귀를 열고 마음을 열라고 당부한다. 특히 한국 주교단과 아시아 주교단에 행한 연설에서 두번 다 이런 주문을 가장 강조했다. 이 덕목이 지도자에게 필수적이라고 여겼음이 틀림없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은 “교황께서 한국 주교들에게 사제들이 만나고 싶어할 때는 언제든 만날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두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교황은 아시아 주교단 연설에선 “우리의 대화가 독백이 되지 않으려면 생각과 마음을 열어 다른 사람, 다른 문화를 받아들여야만 한다”고 말했다. 500년 전 루터의 종교개혁으로 개신교가 떨어져 나간 뒤 천주교 내부 개혁을 이끌며 다양한 문화 전통에서 선교의 선봉에 섰던 예수회원다운 태도다. 천주교는 50년 전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하느님의 백성을 그리스도인에서 전 인류로 확대’하고, 선교는 그리스도인을 만드는 게 아니라 ‘인류의 공동선 증진’이라며 타인 및 타문화·종교에 대한 존중을 강화했다. 특히 교황이 아시아 천주교 지도자들에게 이를 강조한 것은 다종교가 공존하는 한국 사회를 비롯해 천주교가 오히려 소주 종교인 아시아 각국에서 타인의 문화나 신념을 무시한 우월감으로 상대를 대할 경우 대화 자체를 어렵게 한다는 선교적 관점이 반영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가 멘토로서 조언하는 최종 목적지는 ‘이타적 삶’이다. 그가 지난해 11월 낸 첫번째 교황 권고문 <복음의 기쁨>에서 강조했듯이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는 것이 진정한 기쁨이자 행복의 길’이라는 것이다. 그는 인간이 사는 것은 행복을 위해서라는 말 대신 “인간의 존재 이유는 타인을 위해서”라거나 “교회의 사명은 가난한 사람을 돕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는 수도자 모임에서도 다시 한번 “타인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은 하느님 나라의 현존을 보여주는 만질 수 있는 표징이며 천국의 영원한 기쁨을 앞당기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타적 삶이야말로 천국의 기쁨을 현재로 오게 하는 가장 직접적인 길이라는 것이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벽 허물고 대중과 소통하는 교황 대중들은 통상 교황청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높은 담장 안에 있다고 생각했다. 기존의 교황들이 가장 많이 보여주는 모습도 교황궁 안에서 창문 밖으로 손을 흔드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 벽을 허물었다. 그는 대중들과 소통하는 법을 아는 사람이다. 그가 방탄도 되지 않은 소형차를 타는 데 대해 경호팀들이 우려를 제기했을 때였다. 그가 “교회 밖으로 나가라. 밖에 나가면 거리의 사람들이 가끔 사고를 당하듯이 그런 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런다고 나가지 않으면 더 큰 병에 든다”고 말한 것처럼, 자신도 늘 밖으로 나가고 있다. 이번 방한 기간에도 70대인 교황에겐 건강이 염려될 정도의 강행군임에도 그는 늘 사람들의 환호에 답하는 배려를 멈추지 않았다. 특히 더욱더 다른 사람의 손길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장애인이나 어린이, 상처받은 약자에겐 다가가 손을 잡아주거나 입을 맞추어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가 교황궁이 아닌 게스트하우스를 사용하는 이유도 “사람은 혼자는 살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게스트하우스에서 공동식당에 내려가 식판을 들고 줄을 서서 밥을 배식받아 먹는다. 그는 누군가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찾아가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를 수행하는 경호원의 역할도 군중의 접근을 막는 게 아니라 더욱 잘 소통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번 방한 기간에도 보여줬듯이 그의 경호원들은 교황의 손이 닿지 않은 곳에서 손을 내미는 아이를 보듬어다가 교황의 강복을 받을 수 있도록 데려다준다. 이번 방한에 그를 동행한 한 경호원은 “교황은 경호원들에게 인사를 건넨 뒤 차에 타자마자 창문부터 연다”고 했다. 창문 밖에 보이는 사람에게 인사할 준비부터 시작한다는 것이다. 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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