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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한겨레 수행·치유 전문 웹진 - 휴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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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선승'왜 조계종 떠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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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불교 ‘마지막 선승’으로 꼽혀온, 인천 법보선원 용화사의 송담 정은 스님(88)이 조계종을 탈종했다. 송담 스님은 지난 17일 재단법인 법보선원의 상임이사 환산 스님, 이사인 동해·상봉·서봉·성문·성조·인법·일상 스님 등 상좌(제자) 9명과 함께 교구본사인 용주사에 제적원을 제출하고 조계종 승려증도 반납했다.


용주사는 제적원을 반려하겠다고 했으나, 용화사 쪽은 스님의 뜻이 번복될 가능성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송담 스님의 조카상좌인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탈종 만류를 위해 지난 18일 송담 스님의 은거지에 이어 19일 용화사를 찾았으나 면담하지 못했다.


제자들과 함께 본사에 승려증 반납
한달 한번 법문 외엔 세상과 담 쌓아
형편 어려운 선승 위해 거액 기증도
“주지 선거 추문 등에 희망 접은듯”
사찰 부동산 등록 추진중인 종단
시한 앞두고 사태 터져 차질 우려


송담스님.jpg

*송담 스님이 인천 용화사에서 법문하기에 앞서 주장자를 치켜드는 모습. 오른쪽 영정사진은 그의 스승 전강 선사.


송담 스님은 근현대 선지식 전강 선사(1898~1975)의 전법(깨달음을 이어감) 제자다. 조계종의 정신적인 지주인 종정 자리까지 명예욕으로 탐하는 자리로 변질되는 종단 분위기에 아랑곳없이, 송담 스님은 평생 ‘조실’이란 칭호도 거부한 채 은둔해 수행해온 행실로서 오히려 경외감을 불러왔다. 더구나 그의 스승 전강은 당대의 선지식인 혜월·용성·한암·보월·만공 등 5대 선사로부터 모두 인가를 받은 전설적인 인물이다. 23살에 견성하고, 불과 33살에 우리나라 최대 사찰인 통도사 보광선원 조실로 추대된 그의 스승이 남긴 유일한 사리가 바로 송담이다.


전강은 한국전쟁 때 전라도 광주의 시장에서 장사를 하면서 송담을 숨겨두고 공부(수행)를 뒷바라지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강이 인천 남구 주안동 공장지대에 보시받은 곳에 참선도량 용화사를 1961년 창건하고 열반한 이후 1975년부터 용화사를 이끈 송담 스님은 한달에 한번씩 법문을 할 뿐 일절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았다.


송담 스님의 상좌 48명도 스승의 명에 따라 대부분 종단의 직책을 맡지 않고 수행에만 전념해왔다. 그의 제자 중 유일하게 환산 스님만 국내의 외국인들을 위해 불교텔레비전에 영어법문을 하는 것을 스승으로부터 허락받아 지난해 말부터 방송하고 있다. 미국에서 법률회사에 다니다 20여년 전 송담 스님에게 출가한 환산 스님은 하버드대 동창인 김용 세계은행 총재 가족에게도 참선을 가르친 것으로 알려졌다.
송담 스님은 선승들 사이에선 가장 존경을 받았다. 그는 지난해 복지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아 수행에만 전념하기 어려운 실정인 선승들을 위해 수좌회(선승들 모임)에 복지기금 30억원과 양평 땅 16만평을 기증했다. 또 지난해 수좌회가 조계사에서 연 선서화전에 그가 기증한 그림·글씨들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부인 홍라희씨 쪽이 대부분 거액에 사가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송담 스님은 조계종 탈종과 관련해 탈종을 원치 않을 경우 조계종 내에 새로운 은사(스승)를 소개해주겠다고도 했으나, 모든 제자들이 스승을 따르겠다고 했다고 전한다. 그러나 5~6명 정도는 개인 사정상 조계종에 남을 가능성이 있다고 법보선원 쪽은 전했다.
송담 스님 문도(문중)의 탈종 소식에 조계종단은 큰 충격에 빠졌다. 더구나 종단 쇄신 차원에서 사찰 재산의 법인화 작업에 지장을 초래할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은 재산을 조계종단에 등록하지 않고 외부 재단인 선학원이나 대각회 등에 등록하거나 개별적으로 재단법인화한 사찰 부동산을 종단에 9월 말까지 등록하도록 하는 개혁을 추진중이다. 지금까지 조계종단에선 개척교회 식으로 새로 만든 사찰들의 경우 부동산을 종단에 귀속시키지 않은 채 분담금조차 내지 않고 조계종 간판을 걸고 권리만 누리기도 했다. 더구나 조계종 종정인 진제 스님마저 자신이 부산에 설립한 해운정사를 조계종이 아닌 선학원에 등록하는 등 종단 중진들이 솔선하지 않아 큰 문제로 지적돼왔다. 현재 선학원은 조계종단 등록에 반발하고 있으나, 대각회 등은 이번에 조계종 쇄신에 동참해 재산을 조계종단에 등록하기로 했다.


법보선원은 재산 등록 시한을 앞두고 탈종함으로써 이런 쇄신을 거부한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송담 스님은 최근 사실상 자신의 제자와 조카상좌 등이 운영하는 용주사마저 자신의 유시를 따르지 않자 크게 실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주사 본사 주지 선거를 두고도 송담 스님은 분란을 막기 위해 문도운영위원회의 추대 형식으로 주지를 뽑으라는 유시를 내렸으나 이를 거스른 채 선거가 치러지고, 돈선거 추문까지 들려오고, 일부 상좌들까지 부화뇌동한 것으로 알려지자 조계종단에 대한 희망을 접었다는 것이다.


더구나 용주사 주지 선거 뒤 주지로 당선된 성월 스님은 주지 경선 상대인 성관 스님을 수원사에서 사실상 내쫓다시피 한 인사를 단행하고, 자승 총무원장의 측근인 총무원 호법부장 세영 스님을 앉혀 신자들의 강력한 항의 사태를 불러오고 있다. 성관 스님은 빈촌지역의 수원사를 28년간 가장 모범적인 사찰로 키워냈다.


송담스님1.jpg

*이 시대 ‘마지막 선승’으로 일컬어질 만큼 세속적 명예를 멀리하고 일평생 수행에만 전념해온 송담 스님.

 
송담 스님 문도들의 탈종은 이렇듯 종도들의 상식과 정서를 무시한 채 일부 권승들이 정치적 나눠먹기로 절 뺏기가 행해지는 등 종단의 세속화가 이미 도를 넘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법보선원 한 관계자는 “법보선원이 종단 정치논리에 좌우되지 않고 수행에만 전념하도록 종단에 등록하지 말라는 건 전강 스님의 유훈이다. 이 유훈을 지켜 법보선원만이라도 올곧은 수행처로서만 남고, 조계종에 더 이상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 이런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불교계에선 “삼보정재(불자들의 시주로 이뤄진 재산)는 개인이 창건했다 할지라도 개인 사유물일 수 없는 1700년 전통의 불교 공유재산이므로, 개별 법인화할 경우 창건주가 사망한 뒤엔 상좌들끼리 재산다툼으로 이어지기 마련이어서 법정 스님의 길상사나 구룡사 정우 스님의 수십개 사찰들처럼 종단과 본사에 귀속시키는 게 당연하다”는 주장도 거세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사진 용화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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