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서 8일간 세계순례대회…성지·사찰 돌며 종교인 교류
“진정으로 위대한 생각은 걷기로부터 나온다.”
철학자 니체의 말이다. 삶의 일상을 떠나 온몸으로 바람을 맞고 자연을 느끼며 걷는 순례는 건강뿐 아니라 치유와 기쁨, 자유, 아이디어의 원천이다. 전북에서 여러 종교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길을 걸으며 듣고, 배우고, 생각하는 다양한 순례를 마련했다. 오는 27일부터 10월4일까지 전주 한옥마을과 모악산 일대에서 펼쳐질 전북세계순례대회다.
27일 오전 8시50분 전주시 풍남문에서 임동창의 개막 축하공연과 개회식으로부터 8일간에 걸쳐 9개 코스 240킬로미터를 순례하는 여정이 시작된다. 이번 순례엔 모두 1만7000여명이 참여해 함께 걸을 예정이다.
10월2일엔 ‘커피트럭 여행자’ 김현두와 함께하는 중고생들의 청소년 순례가 초남이에서 금산사까지 이어지며, 10월3~4일엔 안도현 시인의 토크콘서트에 참여하며 안덕마을에서 한옥마을까지 걷는 청년순례캠프가 있다.
10월4일엔 반월마을에서 안덕마을까지 편백나무 오솔길과 모악산 숲속길을 걸으며, 걷기 명상을 함께 하는 ‘휴심 명상순례’가 펼쳐진다.
이에 앞서 28일엔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자매결연한 스페인의 산티아고, 프랑스의 사르트르, 일본의 시코쿠 순례길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내면의 메아리가 당신에게’란 주제의 순례포럼이 열린다. 폐막일인 10월4일에는 전주전통문화관 일대에서 종교화합 한마당이 펼쳐진다.
2009년 ‘아름다운 순례길’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이 순례코스는 1845년 한국인 첫 사제가 된 김대건 신부가 머문 나바위 성지(익산시 망성면)와 1866년 병인박해 때 순교한 10여명의 순교자가 묻힌 천호성지(완주군 비봉면), 불교문화의 정수인 미륵사지 석탑(국보 11호), 호남 최초로 1893년 설립된 서문교회(전주시 다가동), 신라 말기에 창건된 송광사(완주군 소양면) 등으로 연결된다.
이들 성지에선 신부, 목사, 교무 등 각 종단이 깨달음을 전하는 ‘종교 교류의 장’이 마련되고 일부 교회와 절에서는 숙박도 할 수 있다. 올해 행사에 불교는 참석하지 않는다. 성지를 잇는 도중 가람 이병기 생가와 강암 송성용 기념관, 최명희 문학관, 한옥마을, 만경강 갈대밭, 제남리 둑길, 고산천 숲속 오솔길도 만날 수 있다.
김수곤 대회조직위원장은 “세상 모든 사람은 인생의 미로와 고통의 바다에서 진리를 찾아 헤매는 순례자일 것”이라며 “세계에서 유일하게 서로 다른 종교의 상생과 화합을 위해 탄생한 순례길을 걸으며 진정으로 하나 되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순례 신청은 www.sunryegil.org
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