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4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기독인 모임’이 광화문광장에서 개최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안전사회를 촉구하는 기독인 연합예배’에서 방인성 목사(왼쪽)와 김홍술 목사. 사진 신소영 기자
방인성 목사 광화문광장 단식 중단
“‘유족에 막말’ 정신적 고통 더 컸다
여야 세월호법 합의엔 진정성 부족”
김홍술 목사는 42일째 단식 이어가
“의식 있을 때까지…” 물·소금도 끊어
기독교인 300여명 예배뒤 침묵행진
“고통받는 소리에 응답하시고 물에 빠진 자를 건져내주소서.”
5일 오전, 축도를 위해 서울 광화문광장 천막 앞에 눈을 감고 선 방인성(60) 목사의 몸은 위태로워 보였다. 하늘로 뻗은 손끝은 가늘게 떨렸다. 눈 주위는 움푹 패었고 광대뼈는 도드라졌다. 체중은 평소보다 15㎏ 넘게 줄었다. 이날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방 목사가 단식을 시작한 지 40일째 된 날이다.
46일 동안 단식한 ‘유민 아빠’ 김영오씨를 보며 방 목사는 단식 동참을 결심했다. “예수가 광야에서 사탄의 유혹을 이겨내며 금식기도를 한 기간이 40일이었어요. 유민 아빠가 병원에 실려간 뒤 이제는 종교인들이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10년 전 신장 하나를 기증해 몸이 버텨낼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하나님의 은혜와 유족들의 고통을 생각하며 버텨냈습니다.”
이틀 앞서 단식을 시작한 김홍술(59) 목사는 방 목사의 든든한 ‘동지’였다. 단식 42일째를 맞은 김 목사는 “처음부터 이렇게 긴 단식을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다. 방 목사와는 40일 동안 서로 의지하며 의형제가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육체적 고통이 차라리 견딜 만했다고 입을 모았다. 방 목사는 “유족들에게 ‘자식 죽은 걸로 장사하느냐’는 막말을 하는 등 단식을 폄하하는 사람들을 참아내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신체적 고통보다 정신적 고통이 더욱 견디기 힘들었다”고 했다.
두 목사는 여야가 최근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안에 대해 “안타깝다”고 했다. 유가족이 배제된 합의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방 목사는 “15년간 영국에서 살았다. 영국에선 대형 참사가 일어나면 피해자를 가장 먼저 생각하는데, 우리 정치인들은 정치적 관점에서 합의를 한 것 같아 실망했다”고 했다. 김 목사는 “한국 사회가 침몰할 지경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진정성이 필요한데, 여야 합의에는 진정성이 부족했다”고 꼬집었다.
방 목사는 이날 오후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기독인 모임’이 광화문광장에서 개최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안전사회를 촉구하는 기독인 연합예배’를 끝으로 단식을 중단했다. 김 목사는 방 목사와 주변의 간곡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단식을 이어가기로 했다.
김 목사는 “아직 기력이 남아 있다. 의식이 있을 때까지는 멈출 수 없다”고 했다. 그는 3일부터는 물과 소금마저 끊었다고 했다. 쓰러져 병원에 실려갈 때까지는 단식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주치의로서 이들의 단식 과정을 줄곧 지켜본 조계성 기독청년의료인회 대표는 “김 목사의 혈압과 맥박, 혈당이 아직까지는 정상 범위에 있지만 체중이 20㎏ 가까이 줄었다. 입원한 뒤 시간을 갖고 조심스럽게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예배에서 설교한 박득훈 목사는 “지금 위정자들은 법이 사람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사법권 훼손을 운운할 게 아니라 왜 유족들이 원하는 특별법을 만들어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기독교인 300여명은 예배 뒤 세월호 유가족이 농성하고 있는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주민센터까지 침묵행진을 했다.
이재욱 기자 u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