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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한겨레 수행·치유 전문 웹진 - 휴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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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일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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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세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법인 스님/ 대흥사 일지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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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의 광고 '우산'편. "좋아하는 것을 해줄 때보다,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을 때,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최고의 진리는 가장 단순한 곳에 있다'마하트마 간디의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모두가 염원하는, 서로가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은 매우 간명합니다. 굳이 복잡하고 난해한 논리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말은 단순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러나 세상을 지혜롭게 살아가는 인과의 법칙을 이처럼 잘 설명해 주고 있는 말이 또 어디에 있을까요. '나는 출생을 묻지 않는다, 다만 행위를 물을 뿐이다'라는 법구경의 말씀은 어떠합니까? 계급의 차별을 부정하고 인간의 평등과 존엄성을 일깨우는 죽비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가야할 길은 이처럼 분명한 사실과 이치를 깊이 유념하고 실천하는 일입니다.


 얼마 전 어느 농촌마을에 사는 한 할머니의 뼈 있는 한 마디가 내 사유의 골짜기에 깊은 여운으로 남아있습니다. 그 할머니는 이렇게 말합니다. 세상이 혼란하고 힘든 것은 사람들이 많이 못 배워서 그런 것이 아니라 잘 못 배워서 그렇다는 것입니다. 비록 학력으로는 많이 못 배웠을지언정 참으로 잘 배운 할머니의 일침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인류 역사는 학벌과 지식의 총량이 부족해서 갈등과 불화가 발생하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가야할 길과 가지 말아야 할 길을 분명하게 알지 못하고 잘못된 선택을 하기 때문에 서로의 삶이 힘들어지는 것입니다. 사람으로서 차마 해서는 안 될 일을 버젓이 행하고 그것을 부당한 힘으로 누르고 교묘한 논리로 포장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이는 분명 많이 배우지 못해서가 아니라 잘 못 배운 사람들이 저지르는 부도덕한 행위입니다.
 

 오늘 나는 우리 주변을 새삼 자세하게 살펴봅니다. 사람으로서, 지식인으로서, 종교인으로서, 공직자로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분명하게 구분하고 선택해야 한다는 지극히 단순한 진리 앞에서 우리는 너무도 크게 벗어나 있는 것 같습니다.


 보편적 윤리와 함께 깊은 깨달음의 길을 추구하면서 나는 문득 칠불통계(七佛通戒)의 가르침을 떠올립니다. 칠불통계는 역대 일곱 부처님들이 깨닫고 실천한 가르침의 핵심입니다. '모든 악을 짓지 말고 선을 받들어 행하라. 그리고 마음을 청정하게 가꾸는 일이 부처의 가르침이다'불교인 모두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가르침입니다. 그런데 이 칠불통계는 너무도 상식적이고 쉽게 이해할 수 있어서 그런지 오늘날 불교대중은 삶의 나침반으로 염두에 두고 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나는 이 단순하고 간명한 칠불통계야말로 수행의 처음이고 현재이며 영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칠불통계는 우리 인류사회가 지향해야 하는 보편윤리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악을 짓지 말고 선을 받들어 행하는 것, 이 진리를 바로 삶의 방향과 신념으로 삼아 살아가는 사람이 바로 잘 배운 사람이라고 할 것입니다. 우리는 자칫 이 칠불통계가 너무 상식적이고 쉽다고 하여 한 줄 한 줄에 실린 의미를 숙고하지 않습니다. 나는 먼저 '모든 악을 짓지 말라'는 말에 마음의 시선을 집중합니다. 선을 행하기 이전에 악을 짓지 말라는 말씀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사회는 선행을 많이 못해서 아름답고 행복한 사회에 더 가깝게 가지 못하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우리 삶이 힘들고 혼란한 것은 개인과 집단이 서로에게 해서는 안 될 짓을 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래서〈법구경〉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모든 생명은 죽임을 두려워한다. 모든 생명은 채찍을 두려워한다. 이 일을 견주어 남을 죽이거나 때리지 말라"그리고〈논어〉에서도 "자기에게 싫은 것은 남에게도 하지 말라(己所不欲 勿施於人)"고 하지 않습니까? 인과의 법칙에 의하면 잘못된 행위의 씨앗이 불행의 열매를 맺습니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없으므로 저것이 없다'은 연기의 법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잘못된 행위의 씨앗이 없으면 불행의 열매가 맺힐 수 없습니다. 악이 없으면 그 악을 수습하고 극복하려는 선도 굳이 필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선도 생각하지 말고 악도 생각하지 말라'(不思善 不思惡)는 선가의 가르침이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칠불통계의 가르침을 우리 불자들은 어떻게 현실에서 구현해야할까요? 그것은 시민으로서 상식과 교양에 충실하는 것이며, 나아가 오계와 십선을 행하는 것이 되겠습니다. 오계와 십선은 이런 약속을 스스로에게 하라고 합니다. 사람과 모든 생명에게 폭력과 억압을 하지 않으며, 부당한 착취와 정의롭지 못한 일에 동참하지 않으며, 다른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말을 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청정한 내 마음을 더럽히는 삿된 생각을 내지 않겠다는 원력과 실천으로 역대 모든 부처님의 길을 가는 것입니다.


 교묘한 치장이 득세하는 세상입니다. 좋은 세상을 염원하는 우리들은 결코 그것은 '해서는 안된다'라는 '不'의 의미를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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