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없어도 행복하다
*부제 : 대다수가 신을 믿는 미국보다, 현재를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스칸디나비아 국가의 삶의 질이 높은 점에 주목
개신교 목회자의 상당수는 미국 등 서구국가들이 부자인 이유는 기독교를 믿기 때문이라고 설교한다. 역사적으로 기독교에 기반을 둔 서구국가 대부분의 소득수준이 높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세계 최강 국가이자 국민의 절대다수가 신을 믿는 미국이 과연 행복한 나라라고 할 수 있을까. 알다시피 미국은 경제규모에 비해 불평등지수와 범죄율이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나라 중에 하나다. 이에 대해서는 최근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100년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고 언급할 정도다. 복지정책과 행복지수도 하위권인 데다 감옥이 부족할 정도로 범죄자가 넘쳐난다.
*스웨덴 스톡홀름 무료 놀이방에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
반면 2010년 유럽연합이 역내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서 ‘신을 믿는가’라는 질문에 18%만이 ‘그렇다’고 응답한 스웨덴이나 30%이하에 머문 노르웨이나 덴마크, 핀란드는 1인당 국민소득이나 복지수준이 세계최고이고 기대수명과 평등지수, 공무원의 청렴도, 행복지수 역시 최상위권이다. 신이 없는 세상은 부도덕함과 사악함이 넘치고 타락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무색하게 하는 결과다.
이와 달리 몰타나 루마니아, 키프로스, 그리스, 이탈리아, 포루투갈 처럼 유럽 내에서 상대적으로 빈곤하거나 경제위기로 고통을 겪고 있는 나라들은 70% 이상이 신의 존재를 믿는다고 응답했다. 신에 대한 믿음이 반드시 부와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의미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이 삶의 질이 높은 사회가 된 것은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국민들 스스로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연대했기 때문이다. 스웨덴 복지국가 모델을 설계한 에른스트 비그포르스는 “우리는 몇 십년 몇 백년 뒤에 찾아올 낙원을 준비하며 살아가지 않는다“고 했다.
이들 국가에서는 종교보다 인간이 만든 제도와 법에 대한 믿음이 높다. 문제가 생겼을 때 정부와 사회가 해결해 줄 수 있다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의 상당수가 불안한 미래 때문에 기복신앙에 매달리는 것과 대조적이다. <신없는 사회> 저자인 필립 주커만의 “신에 대한 믿음이 없어도 사람들은 건실한 법을 만들어 지킬 수 있고, 도덕과 윤리로 이루어진 합리적인 제도를 잘 따를 수 있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해외원조에도 적극적이다. 현재 유엔이 정한 국가단위 해외원조 기준은 국민총소득 대비 0.7%이다. 이 기준을 충족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5개국 뿐인데, 영국, 룩셈부르크와 함께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가 당당하게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핀란드도 기준에 근접하고 있다. 약자를 돕고 자선을 행하고 평화를 위해 일해야 한다는 보편종교의 가르침을 가장 비종교적인 나라들이 모범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폭력과 살육이 자행되는 곳에서 신의 이름이 자주 등장한다. 9.11 이후 미국의 부시 전 대통령은 이라크 전쟁을 개시하면서 제2의 십자군 전쟁이라고 했고, 최근엔극단주의 수니파 조직 이슬람국가(ISIS)도 성전을 외친다. 비종교적 국가들이 평화와 복지를 실현하고 종교 국가들이 전쟁과 폭력을 부추기는 현실에서 신이 존재한다면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백찬홍 씨알재단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