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허풍에 세번 속은 까마귀
까마귀가 한번은 통통한 개구리를 잡아 물고 근처에 있는 지붕 위로 날아갔다. 지붕 위에 내려앉아 천천히 맛있게 먹어치우려는 순간 개구리가 낄낄대며 웃는 것이었다.
"뭘 보고 웃는 거니, 개구리 아우야?"
"아, 아무것도 아녜요. 까마귀 누님."
개구리가 말했다.
"신경 쓰지 마세요. 뭘 좀 생각하고 있었어요. 다행히 우리 아버지가 이 근처의 지붕 위에 살고 계시죠. 아버지는 아주 거칠고 힘이 센 분이라 누가 날 해치기라도 하면 반드시 복수를 하실 거예요."
까마귀는 찜찜했다. 그래서 안전한 곳으로 보이는 빗물받이 홈통이 있는 곳으로 껑충껑충 뛰어갔다. 거기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개구리를 막 집어삼키려는데 개구리가 또 낄낄거렸다.
"이번에는 왜 또 웃니, 개구리 아우야?"
"아, 별거 아녜요. 까마귀 누님. 굳이 말할 것도 없어요."
개구리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대꾸했다.
"이곳에는 아버지보다 훨씬 거칠고 힘이 센 삼촌이 살고 계시죠. 그러니 여기서 나를 건들면 몸이 성할까요?"
그 말은 들은 까마귀는 좀 걱정이 되었다. 아예 지금 이 지붕을 떠나는 것이 더 안전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시 부리로 개구리를 물고 아래로 날아가 우물가에 내려앉았다. 까마귀가 땅바닥에 개구리를 내려놓고 막 잡아먹으려 하는 찰나 개구리가 말했다.
"저런 까마귀 누님. 부리가 좀 무뎌 보이는데요. 저를 잡아먹기 전에 부리를 좀 날카롭게 갈아두시는 게 좋지 않겠어요? 저기 있는 평평한 돌에 부리를 갈면 되겠네요."
좋은 생각이라고 여긴 까마귀는 두세 걸음 뛰어서 돌이 있는 곳으로 가서는 부리를 갈기 시작했다. 까마귀가 등을 돌리자마자 개구리는 필사적으로 몸을 날려 한번에 우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까마귀는 부리를 잘 갈고 나서는 곧 개구리를 해치우고자 본래 있던 자리로 돌아왔다. 그런데 개구리 모습이 보이지 않자 우물가로 뛰어 올라 고개를 길게 빼고는 이리저리 찾아보았다. 이윽고 물속에 있는 개구리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소리쳤다.
"오, 개구리 아우야. 널 잃어버린 줄 알고 걱정했단다. 이제 내 부리가 잘 갈아졌으니 어서 올라와서 이 누님의 배를 채워줘야겠지."
"미안해서 어쩌죠. 까마귀 누님."
개구리가 대꾸했다.
"사실 전 우물 벽을 타고 올라갈 줄을 모르거든요. 저를 잡아먹으려면 누님께서 직접 이 아래로 내려오시는 수밖에 없겠는데요."
개구리는 이렇게 말하고 우물 바닥으로 급히 몸을 숨겨 버렸다.
|
<산토끼 입술이 찢어진 까닭은 - 신비의 땅 티베트가 전하는 힐링 메시지> 중에서
(오코너 채록·진화 편역, 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