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마음을 얻으세요
달란트의 비유(마태 25,14~30)
주인이 종들에게 ‘각자의 능력에 따라’ 다섯 달란트, 두 달란트, 한 달란트를 맡기고 떠났습니다. 능력을 인정한다는 것은 ‘문제해결과 성과’를 믿는다는 말이기도 하겠지만 실제로는 성과보다 ‘신뢰’입니다.
종들이 여럿이 사는 집이니까 거기도 공동생활입니다. 종들이 평소 생활에서 마음을 내어 책임있고 최선을 다해 일한 만큼 주인의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 신뢰가 달란트입니다. 결국은 자기 마음을 내어 놓은 만큼 주인의 마음을 얻었고 여전히 자기 마음만큼의 결실을 얻었습니다.
다섯 둘 하나, 차별적인 신뢰에도 아무도 시기하거나 질투하지 않았고 자신이 받은 만큼의 마음을 두 배로 내어놓을 수 있는 종들의 충실성은 대단한 것이고 훌륭한 공동생활의 모습이라는 생각도 들고 주인과 함께 기쁨을 나눌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문제는 한 달란트를 받았던 종의 의기소침입니다. 그는 평소에도 두려움과 경계심이 많았을 것입니다. 마음을 내놓기에는 늘 불안한 모습입니다. 그래도 주인은 기회를 주었습니다. 결국은 두려움과 경계심으로 마음을 풀어 내놓지 못했기 때문에 그는 주인의 마음을 얻는데 실패했습니다. 마음을 내놓지 못한 이유는 자신을 잃게 되지 않을까? 지배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주인에게 자신을 맡기지 못한 것입니다. 그런 경우 공동생활은 의무감만 남습니다. 끌려 다니는 듯해서 무의미하고 피곤할 것입니다. 아, 안타까운 일입니다.
공동생활에서는 가족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누군가 나에게 몇 달란트를 맡길 수 있을까? ‘한 마음 한 몸’이 되는 것이 공동체인데 건강을 얻는 것은 스스로 돌봐야 하지만 마음을 얻는 데는 내 생각, 내 마음만 가지고 얻을 수 없습니다.
진실도 믿어주지 않으면 사실만 남게 되고, 마음도 받아주지 않으면 태도만 남게 됩니다. 나의 마음도 받아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으니 ‘받아주는 마음이 내어주는 마음’입니다. 가족에게 친구에게 단 한번만 만나고 헤어질 사람이라도 먼저 마음을 얻으십시오. 그러면 나의 어떤 마음도 받아줄 것입니다. 나의 많은 것을 신뢰하게 될 것입니다.
공동체에 나를 던져버려도, 그래서 내가 가장 못난이로, 만만하고 무시당할 수 있는 사람으로 던져버려도 그는 아무것도 잃지 않습니다. 그에게는 아무도 내놓을 수 없는 것들이 쌓여져 가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가족들의 마음입니다. 나를 무시하던 사람까지 다 포함해서...
마음을 먼저 얻으면 무엇보다도 그의 모든 것을 내가 사랑하고 받아들이게 될 것입니다. 모든 것이 풀립니다. (2014. 11. 25) *
눈이 오실거 같다. 눈을 머금고 있는 날씨를 보고 ‘우중충 하다’라고 말하면 안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