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렵 이해인 클라우디아 수녀님을 만날 일이 있었다. 밥을 먹다 말고 난데없이 눈물이 나왔다. 수녀님이 당황해하셨다. "수녀님, 이상해요. 광야에 혼자 서 있는 거 같아요. 너무 무섭고 외롭고 힘들어요." 수녀님이 말씀하셨다. "에이, 그럴 리가 있나? 맘이 약해져서 그렇지. 마리아, 혹시 성령 예언 기도 받아 본 일 있어요? 그거 받아 볼래? 너무 아파 보인다." 마침 성령기도를 하신다는 수녀님이 가까운 데 계셨고 나는 두 손을 모으고 그 분의 전언을 기다렸다. "사랑하는 나의 딸아"로 시작한 기도는 여러 가지 말을 거쳐 이런 말로 끝났다. "그러니까 마리아 자매님, 주님께서는 당신이 광야에 홀로 서 있기를 원하세요." 나보다 먼저 이해인 수녀님 얼굴에 철렁하는 기색이 지나갔다. "네?" 내가 되물었다. 최소한 위로라도 해 주실 줄 알았다. '내가 네 마음 안다', 그럴실 줄 알았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내가 너와 함께 있다. 모두가 오해를 풀게 될 거다. 조금만 기다려라'까지는 아니어도, 그래도 뭔가 따스한 그런 단어들이 나올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광야에 홀로 서 있음!'이라니. 그러면 내가 느꼈던 그 감정, 그 감정을 두고 내가 생각해 낸 그 단어 '광야, '홀로', 그 단어가 우연이 아니란 말이 되는 것인지. 실은 다른 무엇보다 그게 더 놀라웠다.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2>(분도출판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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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에서 홀로 서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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