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꿈, 세월호의 기적 ①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한 시민. 김태형 기자
친구야!
말이라는 게 참 묘하네. ‘친구야’ 하고 입으로 부르고 글로 쓰노라니 왠지 나도 모르게 인간적으로 기분이 좋고 마음이 따뜻해져 오네.
요즈음 어떤가, 가끔 먼 산을 물끄러미 바라보시는가. 직면한 현실이 팍팍하지만 그래도 틈틈이 먼 산을 바라보시게나. 왜냐고? 아, 그래야 막힌 숨통이 좀 트이니까 그렇지.
친구야!
얼마 전 ‘희망래일’이라는 모임에서 이야기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네. 그래서 ‘세월호의 기적과 나 그리고 우리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였네.
세월호는 평소 우리를 갈라놓고 찢어놓는 친일, 반일, 친북, 반북, 친미, 반미, 진보, 보수 따위의 벽을 일시에 허물었네. 여당 야당, 영남 호남, 자본가 노동자 따위도 전혀 문제되지 않았네. 오직 우리 모두 아이들의 고통과 불행을 자신의 고통과 불행처럼 함께했네. “미안해, 사랑해, 행동할게, 달라질게, 생명중심 안전중심의 사회를 만들게”라고 온 국민이 한마음이 되었네. 이것은 정말 놀라운 기적이네. 그때 아이들에게 한 그 절절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우린 십년 백년이라도 세월호 이야기를 계속해야 된다고 보네. 왜냐고?
친구야!
우리가 살아온 세월을 잠시 살펴보세. 6·25 이후 오늘까지 온 나라 온 국민이 그날의 전쟁을 기억하자며 온 세상을 불사를 적개심을 키워왔네. 애국심으로 적을 무찔러 남북통일을 이루자며 비장하게 달려왔네. 피땀 흘린 노력으로 눈부시게 변화하고 발전했네. 대단히 풍요로워지고 편리해졌네. 국가의 위상과 국력이 놀라울 정도로 높아지고 강력해졌네. 참으로 다행스럽고 고맙고 감격스러운 일이네. 하지만 시선을 한반도 우리 민족의 전쟁과 분단 문제, 한국 사회의 양극화와 인간 소외의 문제에 맞춰 보면 한없이 답답하고 절망스럽네.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첫째 함께 살아야 할 생명, 사람, 민족, 국민의 가치가 그 어떤 것보다도 우선하는 가치임을 망각한 점이네. 둘째 ‘분노는 분노를, 싸움은 싸움을, 전쟁은 전쟁을 낳는다. 전쟁의 씨앗을 심고 가꾸는 한, 평화의 꽃은 피어날 수 없다. 오로지 평화의 씨앗을 심고 가꾸어야 평화의 꽃이 피어난다’는 역사의 교훈을 망각하고 달려왔기 때문이 아닌가 하네. 그러니까 6·25의 기억처럼 단순히 드러난 사실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는 평화의 새 길을 열어 갈 수가 없네. 중요한 것은 역사의 교훈이네.
그럼 세월호의 교훈은 무엇인가. 왜 사건이 났는지, 그 책임이 어디 누구에게 있는지 하는 진상에 대해선 특별법으로 다루면 될 일이네. 이와 함께 잘 짚어봐야 할 점이 바로 세월호의 교훈이네. 이구동성으로 말하듯이 나와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를 온몸으로 보여준 것이 세월호이네. 어디 그뿐인가. 문제에 대한 해답도 온몸으로 보여주었네. 이제 세월호가 보여준 문제와 해답을 끊임없이 천착하고 이야기해야 하네. 그리하여 온 국민이 함께 아이들에게 한 가장 인간답고 따뜻하고 아름다운 그 약속을 기억하며 가꾸어가야 하네. 그래야 지금 ‘세월호 대한민국’의 문제와 갈등을 다루는 자세와 방식이 6·25 전쟁 기억처럼 되지 않고, 진실과 화해의 새 길이 열리게 되네.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하네. 그것만이 그대와 내가 인간다워지는 길이기 때문이네. 우리 아이들이 살아야 할 미래의 대한민국이 인간다운 삶이 꽃피는 대한민국으로 태어나야 하기 때문이네. 그렇게 되면 틀림없이 우리 모두는 세월호의 기적이 이루어졌다며 함께 함성을 지르게 될 것이네.
도법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