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울린 이 사람 - 스님, 제 죄를 없애주소서
벌써 20년 전이다. 성산 카일라스(수미산)를 향해 노숙을 밥 먹듯 하며 티베트 고원을 넘던 때였다.
어느 날 해 질 무렵 도착한 곳은 유목민 마을이었다. 머릴 인도 땅에서 온 꾀죄죄한 이국인 순례자를 위해 순박한 유목민들이 조그마한 텐트를 따로 쳐 주고는 절을 했다. 그때 한 아주머니가 때 묻은 하얀 천을 걸어주곤 중국돈 5위안을 주며절을 하다 말고 갑자기 무릎을 얼싸안고 울었다. 보통 울음이 아닌 한 맺힌 울음이었다.
*수미산
"스님이시요, 제가 죄 많은 여인입니다. 제 죄를 없애 주십시오."
주위 모인 사람들도 훌쩍이기 시작했다. 웬일일까? 여인은 더욱 구슬피 걷잡을 수 없는 울음을 운다. 이 유목민 여인은 자식을 넷이나 키우다가 넷 다 죽었는데 얼마전 마지막 남편까지도 죽어 조장(주검을 새가 먹는 티베트식 장례식)을 치렀다고 한다.
그 순간 나도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모든 가족을 다 잃어버리고 아무런 희망도 없이 살아가는 그의 삶이 그대로 나의 초라한 구도 일생과 겹쳐지면서 그냥 나도 걷잡을 수 없는 눈물이 터진 것이다.
"여인이여 금생엔 이래도 내생을 희망하며 끝까지 착하고 남을 배려하는 삶을 살아가소서."
그 당시 젊은 수행승이 할 수 있는 말이라곤 이것이 전부였다. 순례중 피곤해 잠자리에 누우면 송장이 되곤 했지만 그날 밤엔 그 여인이 눈에서 지워지지 않고 더 눈이 말똥말똥해져 뜬눈으로 밤을 보냈다. 이튿날 유목민과 작별할 때도 유독 그 여인은 내 발에 절을 하고는 그대로 다시 한 번 큰 울음을 터트렸다.
*영화 <밀양>의 한 장면. 아이를 잃고 우는 주인공.
그때 서원했다. '그래 내 이길을 다시 오리라. 그땐 참으로 진정한 스승이 되어 이 한 많은 여인의 아픔을 온전히 보듬고 해소시켜주리라'고.
지금도 그 여인의 아픈 울음은 내가 어느 곳에도 의지할 데 업이 절망하는 이들을 살려줘야 할 수행자임을 한시도 잊을 수 없게 만드는 죽비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