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마음
엄마 마음이 언제 가장 아플까요? 처음 비엠비에이 마을을 방문했을 때 지붕도 없는 집에서 아홉 식구가 사는 모습을 봤습니다. 갓난아기를 안고 있는 엄마는 넋이 나간 듯 했고요. 바로 옆에 다섯 살 난 사내아이 롬멜은 댕기열에 걸려서 사경을 헤매고 있었답니다. 지붕이나마 올릴 수 있도록 작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얼마 후에 댕기열에 걸려 죽을 뻔 했던 롬멜은 민들레 데이케어센터에 나왔답니다.
가난한 엄마들은 아기가 아프면 몇 천 원이 없어서 그저 아기를 끌어안고 어쩔 줄을 모릅니다.
어제 우리 장학생인 벤자민의 엄마가 벤자민 동생을 안고 찾아왔습니다. 처방전을 보여줍니다. 수두에 걸렸습니다. 온몸에 수두꽃이 피었습니다. 약국에 가서 약값이 얼마인지 알아오라고 했습니다. 얼마 후에 왔습니다. 200페소(5,000원)랍니다. 약값을 드렸더니 약을 사 오고 영수증도 가져와서 보여줍니다. 몇 번이고 고맙다고 합니다.
우리 장학생인 짐보이 가르씨아의 엄마가 아기 벌린을 안고 찾아왔습니다. 예쁜 아기 귀 옆에 종기가 났습니다. 벌써 이 주일이나 아팠다고 합니다. 병원에 가 볼 엄두도 내지 않고 그저 아기를 껴안고만 있습니다. 아기를 데리고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고 치료비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서 오라고 했습니다. 병원을 다녀와서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치료비가 687페소(17,175원)이라고 합니다. 700페소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치료비와 약값 영수증을 가져오시라고 했습니다. 한참 후 벌린 엄마가 약봉지를 들고 찾아왔습니다. 740페소(18,500원)나 들었답니다. 영수증을 받고 40페소를 더 드렸습니다. 그리고 아기 과자 사 주라고 20페소를 드렸습니다. 살라맛 뽀! 고마운 마음이 얼굴에 가득합니다.
유치부 아기 엄마가 딸의 종아리를 보여줍니다. 피부병입니다. 마침 가져온 카네스텐 연고가 있어서 드렸습니다.
페이스 자파타는 민들레국수집 장학생입니다. 청력이 약해서 보청기를 맞춰야 하는데 거의 20,000페소(500,000원)나 합니다. 가난한 엄마 아빠는 그 돈을 마련할 길이 없습니다. 겨우 겨우 시청으로부터 5,000페소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올해 봄까지 기한이 명시되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해에 먼저 페이스의 한쪽 귀에 고마운 분의 도움으로 보청기를 해 줄 수 있었습니다. 귀가 들리니 페이스의 얼굴에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나머지 한 쪽도 보청기 시술을 받아야 합니다. 4,000페소(100,000원)가 있어야 합니다. 이 소식을 들은 태국의 고마운 교포께서 4,000패소를 보내주셨습니다. 살라맛 뽀!
오죽 급하면 엄마가 아픈 아기를 데리고 말도 통하지 않는 이방인에게까지 와서 도움을 청할까 싶어서 조금씩 도와드리려고 합니다. 정말 몇 천원이 없어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아기를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또 머리에 부스럼이 난 아이들을 보면 고기 한 조각이라도 먹이고 싶습니다. 의사가 되었으면 참 좋았겠다 싶습니다. 오늘 우리 아이들에게 해 주는 반찬은 돼지고기 시니강입니다. 고기 한 점이라도 더 먹이고 싶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아홉 살 알루까드가 제일 먼저 민들레국수집에 왔습니다. 쥬스를 하나 줬습니다. 그리고 물어봤습니다. 아침 먹었니? 고개를 흔듭니다. 알루까드는 동생이 여섯이나 있습니다. 아빠가 열심히 돈벌러 나가기는 하는데 돈을 못 법니다. 집에 쌀이 떨어져 아기들이 굶기를 자주합니다. 비스켓을 하나 선물했더니 어찌나 맛있게 먹는지요. 우리 아이들 대부분이 아침도 못 먹고 국수집에 옵니다. 그래서 오전에 오는 아이들 모두에게 비스켓을 나눴습니다. 사탕 두 개씩 함께요. 아이들이 행복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