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차례 포럼에서 3차례씩 발제할 김근수 소장과 조성택 교수, 김진호 목사(왼쪽부터)
권위로 포장된 종교 근본주의가 얼마나 무서운지는 과거 수많은 종교전쟁, 지금 벌어지는 ‘이슬람국가(IS)’의 잔혹한 살상이 잘 말해준다. 종교는 최고의 진리와 지혜의 교과서이기도 하지만, 아편으로 불리기도 한다. 한국의 종교들도 그 갈림길에 서있다. 주요종교에서 예언자 구실을 해온 개혁적 인물들이 한 자리에 모여 종교의 진정한 길을 논한다.
화쟁문화아카데미가 주최하는 종교포럼에서다. ‘종교를 걱정하는 불자와 그리스도인의 대화:경계너머, 지금여기’란 제목의 포럼엔 화쟁문화아카데미 대표인 조성택 고려대 철학과 교수가 불교 대표로,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 김진호 목사가 개신교 대표로,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장이 가톨릭 대표로 각각 나선다. 이들은 오는 28일부터 매달 한차례씩 9차례 토론을 펼친다. 모두 각 종교 내에서 날카로운 ‘입’으로 정평이 나 있는 인물들이어서 토론장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주목된다.
더구나 토론 주제가 지금까지 금기시되어온 ‘성역’을 건드리는 것이다. 조성택 교수가 발제할 첫 토론 주제는 ‘한국불교의 깨달음 지상주의’다. 김진호 목사가 발제할 두 번째 토론 주제는 ‘개신교의 배타주의와 타자의 악마화’다. 이어 김근수 소장이 발제할 주제는 ‘가톨릭의 권위주의’다. 불교의 ‘깨달음’과 개신교의 ‘배타주의’, 가톨릭의 ‘권위주의’는 그것이 없다면 그 종교 자체가 존속할 수 없다고 느껴질 정도의 성역이다. 각 종교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지만, 더 이상의 포용과 논의, 진전을 막는 최대 걸림돌이다.
종교포럼에서 토론할 김근수 소장과 조성택 교수, 김진호 목사(앞줄 왼쪽부터)와
사회를 맡을 박병기 교수, 성해영 교수, 정경일 원장(뒷쪽 왼쪽부터)
조 교수는 “불교는 깨달음을 추구하는 종교가 아니라 깨달음을 실천하는 종교인데도, 깨달음을 먼 미래의 일로 여겨 실천하지 않은 핑계거리가 되고, 불교를 과거에 유폐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목사는 “요즘 사회적 스트레스가 높아지면서 공격성이 증오범죄로 표출되고, 이웃 없는 사회, 모두가 적으로 여기는 사회가 되는데, 한국 개신교의 배타성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면서 “반공주의에 이어 이제 성소수자라는 또다른 증오의 대상을 만들어내 개신교 신뢰의 위기를 미워할 대상에 대한 증오를 통해 피해가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김 소장은 “권위주의가 성직자와 평신도를 가르고, 다른 종교나 국가에 대한 우월감을 가진 채 성서의 핵심인 자유와 해방을 멀리하고 순종과 복종 같은 노예 윤리만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포럼에선 발제자뿐 아니라 다른 토론자와 사회자, 방청객까지 토론에 가담한다. 포럼 사회는 성해영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 박병기 한국교원대 윤리교육과 교수, 정경일 새길기독사회문화원 원장이 3번씩 맡는다. 28일 오후 1시에 열리는 첫 포럼에선 종교학자 오강남 박사가 기조강연을 한다. 포럼은 서울시 종로구 사간동 경복궁 시계탑 옆 란스튜디오 3층 화쟁문화아카데미에서 진행된다. (070)8872-2023. leesm.budphil@gmail.com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