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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고 여유로운 시간'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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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행복의 원천 '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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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덴마크에서는 대부분의 사 람들이 자전거를 탄다.

교통 체증이나 주차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어서 좀더 유연한 삶의 방식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그인 제공



소박하고 여유로운 시간 뜻하는 휘게
행복도 조사 1위 놓치지 않는 배경은
남과 비교하지 않고 돈에 초연한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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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사람들처럼
말레네 뤼달 지음, 강현주 옮김
로그인·1만2000원



누군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행복하다. 나는 그런 우리나라가 자랑스럽다”고 공공연히 말한다면, 아마 그 사람은 주위에서 ‘자국중심주의에 빠진 사람’이라는 비판을 듣게 될지 모른다. 또 도대체 행복을 가늠하는 척도가 무엇이냐, 국가를 단위로 삼아 행복을 측량할 수 있는가 등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그런데 덴마크 사람인 말레네 뤼달은 아예 “덴마크 사람들처럼 행복하게”(<덴마크 사람들처럼>의 원제)라는 책까지 냈다.


책의 서문에서 그는 “운 좋게도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에서 태어났다”며 “(덴마크식 모델을) 함께 나누고 싶어서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이런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지은이가 밝히는 여러 가지 조사 결과를 보면, 일단 덴마크의 행복 수준이 높다는 평가 자체는 납득할 만하다. 1973년 유럽에서 처음 세계 여러 나라를 대상으로 행복도 조사를 한 이래 덴마크는 늘 선두를 차지했다고 한다. 국제연합(UN)의 <세계 행복 보고서>에서 덴마크는 2012년과 2013년에 1위(같은 해 한국은 41위)를 차지했다. 행복의 기준이나 개인이 아닌 국가를 대상으로 했다는 등의 반론이 있을 수도 있지만, 지은이는 “이런 대규모 조사들은 대다수 사람의 평균적인 행복지수를 보여주며, 적어도 한 나라 국민의 만족도나 행복을 살피는 데는 충분히 의미 있는 지표”라고 한다.


덴마크와 행복을 연결시키면, 자동적으로 ‘복지국가’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지은이는 복지국가 시스템뿐만 아니라 덴마크 사람들의 내면에서 행복의 원천을 찾으려 한다. 그가 밝히는 덴마크 행복의 열 가지 비결은 신뢰, 교육, 자유와 자율성, 기회 균등, 현실적인 기대, 공동체 의식, 가정과 일의 균형, 돈에 초연한 태도, 남녀평등, 겸손 등인데, 국가 시스템 자체에 그치지 않고 그 바탕이 되는 정신적인 측면까지 들여다본다.


예컨대 덴마크 사람들이 서로에 대해 갖고 있는 강한 신뢰는 높은 투명성을 가진 국가·사회 시스템의 기반이 된다. 덴마크에서는 하루 종일 무인판매대에서 물건을 팔아도 누군가 물건이나 돈을 그냥 가져갈까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처럼 강한 신뢰는 국제투명성기구 조사에서 덴마크가 세계에서 가장 청렴한 국가로 꼽히는 토대다. 고등교육까지 무상으로 실시하고 학생들에게 장학금까지 주는 교육제도는, 엘리트가 아닌 모든 학생들을 기준으로 삼아 개인의 개성과 능력 발달을 강조하는 정신에서 나온다. 최고가 되거나 다른 사람을 이기거나 앞지르려 하지 않는 덴마크 사람들의 현실적인 감각 역시 행복의 원천이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지 않는 사고 방식과 함께 ‘돈에 초연한 태도’ 역시 이들이 행복한 이유다.


세금 부담률이 48%를 넘는데도 덴마크 사람들이 이를 적당한 수준이라 생각하고 그 세금으로 운용되는 복지국가 시스템을 지지하는 데에는 남다른 공동체 의식이 있다. 덴마크는 1989년 세계 최초로 동성 커플에게 법적인 결합인 ‘파트너 등록제’를 허용했고, 2010년에는 이들에게 입양권까지 보장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휘게’라는 말로 표현되는 덴마크 사람들의 삶의 태도다. 휘게는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또는 혼자서 보내는 소박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뜻한다고 한다. 예컨대 가족이나 친구 등 가까운 사람들이 모여 양초를 밝힌 따뜻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하거나 맥주를 마시면서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낼 때 이를 휘게라고 한다. 휘게는 호화스럽거나 화려한 것과는 거리가 멀고, 모든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게 쉽고 간단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아름답지만 실용적이고 소박한 ‘스칸디나비아 디자인’과도 일맥상통한다. 지은이는 ‘집’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덴마크 사람들의 정신을 보여주는 휘게가, 사실은 훨씬 더 광범위한 사회에까지 적용된다는 점에 주목한다. “휘게를 느낄 수 있는 넓은 의미의 ‘집’에 대한 소속감은 국가, 상징, 가치관에 대한 사랑으로도 나타난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국가가 아니”라고 말한다. 물론 덴마크라는 국가의 구실은 사람들이 행복해지도록 시스템을 만들어낼 줄 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그러나 “나머지는 각 개인이 자기 자신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시도해야 하는 여정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덴마크에 산다고 해서 모두 행복한 것도, 행복해지기 위해서 덴마크로 이민 가야 하는 것도 아니다. 자신이 서 있는 자리의 행복을 만드는 것은 자기 자신이며, ‘행복한 나라 덴마크’는 스스로 행복의 원리를 찾기 위한 참고점일 뿐이란 얘기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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