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건전지로 불을 켠 전구 촛불을 든 시민 4160명이
17일 저녁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모여 세월호 형상을 만들고 있다.
이 행사는 영국 세계기네스협회에 ‘사람이 만든 가장 큰
촛불 이미지’ 부문 기록 도전에 성공했다. 사진 공동취재사진
친구야,
세월호 1년,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물음 앞에 서 있네. 그에 대한 해답으로 세월호가 일으키는 기적의 현상 두 가지를 소재 삼아 이야기를 할까 하네. 하나는 희망제작소가 펼치는 “세월호, 잊지 않았습니다”라는 활동이네. 그 일로 세월호에 대해 글을 쓰라는 희망제작소의 요청을 받고 “세월호가 열어준 큰 길을 가야 한다”는 글을 썼네. 그 글 중에 “세월호만큼은 절대 정쟁으로 가선 안 된다. 누군가가 정쟁으로 끌고 간다면 그 자체가 우리 모두를 천벌 받게 하는 일이다.…”라는 내용을 담았네.
친구야,
우리는 왜 일만 생기면 본능적으로 진실을 덮어 놓은 채 일단 편 갈리어 싸우게 되는 것일까. 그래선 안 될 세월호마저 정쟁의 늪으로 끌어들이고 있는데 도대체 왜 그러는 것일까?
돌이켜 보면 우리는 좌익·우익의 이름으로 서로 죽이고 죽임을 당하는 끔찍한 경험을 했네. 한 인간이 저지르고 겪게 되는 최악의 불안과 공포와 고통이며 비열하고 잔인하고 악랄함이네. 그로 인한 고통과 불행은 말로 설명할 수가 없네.
그 비극적 경험이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네. 함께 살아야 할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끔찍한 과거의 기억이 우리를 갈라놓고 있네. 이 문제를 풀지 않고는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현실 앞에 서고 보니 정신이 아득해 오네. 하지만 어찌하겠는가 ‘급한 때일수록 돌아간다’는 말처럼 우리도 심호흡을 하며 깊은 성찰과 모색을 하는 수밖에.
친구야,
다른 하나의 기적은 일만 생기면 편싸움으로 달려가게 만드는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문제를 풀기 위한 지극한 몸짓이네.
소위 좌파·우파·중도 등 각계 진영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진실과 화해의 길을 열어가는 대화를 하고 있네. 내 편, 네 편을 넘어 우리 사회의 진실이 무엇인가를 짚어내고 그 진실을 인정하고 존중함으로써 함께하는 길을 만들어가는 작업이네. 벌써 6개월이 넘어가고 있네.
그동안 무작정 편싸움으로 내닫게 만드는 종북·좌파 따위의 첨예한 문제들을 다루었네.
그리고 지난 11일에는 세월호를 화두로 마주 앉았네. 어떤가. 철옹성 같은 진영의 벽을 허물고 나와 함께하는 자체가 기적이라고 할 만하지 않은가.
그 자리에서 발표한 상지대학교 황도근 교수의 여는 말씀을 옮겨 보겠네.
“지금 우리는 너무 많이 아프고 힘듭니다. 젊은 생명들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 또다시 진보와 보수의 성벽에 갇혀 헤매고 있습니다. 싸움을 하다가도 집안에 큰일이 생기면 서로 반성의 시간을 갖는데 지금 한국 사회는 수많은 젊은 생명을 잃고도 반성은커녕 구태의연하게 진영 싸움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 제발 희생된 영혼들을 위해서라도 극심한 진영의 벽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국민적 성찰이 필요합니다. … 반드시 세월호를 화두로 좌파·우파·중도가 함께 깊은 성찰과 논의를 통해 우리 사회가 나아갈 진실과 화해의 길을 열었으면 합니다.”
친구야,
세월호 1년,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성찰적 물음을 갖고 우리 만나세. 함께 순례하며 대중과 이야기하세. 분명 그곳에서 길이 열릴 것이네. 사람들은 잊자, 끝내자 하는데 그렇지 않네. 오히려 이제 시작이네. 세월호 문제는 특정 정권이나 사람의 문제를 넘어 온 국민의 미래가 걸린 문제이네. 그러므로 이번만큼은 반드시 명백한 진실을 토대로 편가름의 습관을 넘어 우리 모두 함께하는 길을 열어야 하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도법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