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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슬픈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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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미사 강론서 정부 강도 높게 비판

“종기 뿌리 도려내지 않고 붕대 감으면 뼛속까지 썩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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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일 주교.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천주교 제주교구장인 강우일 주교가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침묵하지 말자”고 호소했다.

강 주교는 16일 밤 9시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성이시돌목장 삼위일체대성당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미사에서 강론을 통해 ”세월호의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상기해 질문하고 밝히려고 해야 진실된 원인에 접근할 수 있다. 우리는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억하며 그들의 죽음을 둘러싼 불의와 의혹과 고통에 침묵하지 말고 살아있는 증언을 하도록 초대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 주교는 이날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의혹들을 열거하며 통렬하게 정부를 비판했다. 강 주교는 △악천후 속 출항 △과적 △급변침 △해경의 미·일 지원 제안 거부 △국정원의 지시 등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아무도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않았고,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강 주교는 “해양수산부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독립적 진실규명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시행령을 발표했다. 피고 신분의 공무원이 세월호 진상규명의 실무 전체를 책임·조정하는 역할을 맡도록 하는 시행령은 진실규명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고 했다.


강 주교는 이어 “정부는 희생자 가족에게 몇억원씩 보상비를 줄 것이라며 돈다발을 자꾸 펄럭인다. 마치 유가족들이 돈 이야기를 먼저 꺼낸 것처럼 국민여론을 오도하고 있다. 이는 유가족들에 대한 인격모독이다. 대통령이 눈물을 흘리며 한 약속을 이런 식으로 왜곡하면 국민은 국가를 과연 믿을 수 있느냐”며 강도 높게 정부를 비판했다.


지난 3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나눈 세월호 관련 대화 내용도 소개했다. 강 주교는 “지난 3월 한국 주교단이 로마를 방문했을 때 프란치스코 교종이 우리에게 가장 먼저 던진 질문은 ‘세월호 문제는 어떻게 되고 있는가’였다”고 말했다. 강 주교는 “그때 나는 ‘정부가 세월호 조사위원회를 조직했지만, 실제 조사는 한발자국도 진척되지 않고 있다’고 밖에 대답하지 못했다. 이렇게 대답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부끄러웠다. 교종은 ‘아직 세월호 가족들의 비통함을 잊을 수 없고, 가슴 속에 가라앉아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강 주교는 “어떤 이들은 이제 그만하면 되지 않나 한다. 광화문광장에서 농성하고 노숙하는 가족들, 시민단체의 존재를 불편하고 피곤하고 혐오스럽게 느낀다. 그러나 이는 마치 강도를 만나서 얻어맞아 초주검이 돼 길바닥에 쓰려져 있는 이웃을 보고도 지나쳐버리는 사제와 다를 바 없다. 슬픔과 고통을 함께 나눌 수 없는 메마른 우리 영혼이 서글프다. 오늘의 개인주의적 문화가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안타까워했다.


강 주교는 또 “국민을 보호하고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국가기관이 의혹 가득한 사건을 잊고 덮어버리자고 하는 것은 몸에 돋은 종기의 뿌리를 도려내지 않고 붕대만 감고 말자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하면 종기는 속에서 더 곪아서 뼈 속까지 썩어 들어가고 나중에는 세월호보다 더 큰 재앙이 찾아올 것이다”고 했다.


제주/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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