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신흥종교하면 무조건 반 사회적인 요소로 아니면 회의적이고 비판적으로 간주해 버리는 경향이다. 하지만 신흥종교 (Neue Religion)라고 해서 다 그런 건 아니다. 지금의 기성종교도 초기엔 다 신흥종교로 출발했기에 종교발생의 초기적인 현상으로 간주 될 수도 있다. 긴 역사를 가진 가톨릭 역시 로마에서 공인 되기 전 까지는 신흥 종교였다가 지금은 전 유럽을 지배하는 가톨릭으로 발전 했다. 신교인 루터교도 마찬가지로 기성종교에 대한 공격과 비판으로 시작한 신흥종교였다.
지금 한국에서 진정한 종교의 모습으로 뿌리를 잘 내리고 있는 원불교, 천도교, 증산교 등등도 여기에 속한다. 우리 주위엔 수 없이 많은 신흥종교들이 있다. 만약에 이런 신흥종교들이 검증이 없이 세워졌다면, 이런 신흥종교들을 우리는 XX종파(Sekte)로 표현 함이 더 나을 듯 하다.
먼저 그리스도교에서 떨어져 나온 그리스도교 종파들을 보자. 이들의 특성은 성서를 자기 멋대로 해석하는가 하면, 시한부 말세론이나 지상천국을 강조한다. 기독교 기본교리에다 자기 나름의 해석을 붙이는 등등, 기존종교의 본질에서 벗어나 이질적인 요소로 변질 된 것이 수두룩하다. 이런 종파에 이름을 붙인다면 유사종교, 사이비종교, 사교라고도 볼 수 있겠다.
그리스도교의 한 종파를 소개 한다. 이 종파의 이름은 '피아트 룩스(빛이 될 것이다)'다. 이 종파의 창시자는 엘리카 베르슈링거라는 스위스 여인인데 그녀는 후에 우리엘라 라는 이름으로 바꾼다. 1929년에 쮜리히에서 태어난 그녀는 19살때 영국으로 건너가 어학원을 세웠다. 비서직과 동시에 통역가로도 활동하던 그녀는 1967-1970년까지 한 그리스도교 종파에 들어갔고 영적 치료사와 인생상담가로 일하기도 했다.
그녀의 인생 전환은 1973년 부터다. 말을 타다가 떨어져 다치고부터는 소위 말하는 신기가 발동하더니 사람의 미래를 예언하는 능력이 그녀에게 생겼다. 그런 그녀는 1984년 전직 로마-가톨릭 사제였던 쿠르트 바르터와 결혼했다. 그 해부터 그녀는 아주 공적인 계시를 시작하다가 1988년 이 전직 사제가 교통사고로 죽게 되자 1991년에 다시 다른 남자와 결혼을 했다. 이코르도 라는1940년 출생의 연하의 남자다. 그 이후 이 종파는 바깥세계로 더욱더 표출 되었다.
1975년부터 완전한 최면상태에서 예수와 마리아의 현시를 본 이후로 그녀는 스스로를 예수의 대변자로 자처했다. 1977년엔 거룩한 빛이 그녀 안에 들어와 살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녀의 또 다른 주장은, 예수가 대변자인 그녀의 입을 통해서 신적인 진리를 표명 했다는 거다. 그 이후 그녀는 추종자들에게 순종의 의무를 강요했다. 그녀의 계시를 믿지 않고 순종 하지 않는다면 성령을 거부하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것과, 만약에 공동체를 떠나고자 하는 이들이 생기면 대죄인으로 못 박겠다는 위협을 했다. 1980년 또 한번의 계시가 내리는데 '피아트 룩스'라는 이름의 비밀결사대를 만들라는 계시였다고! 1985년 슈바르츠발트에 처음으로 피아트-룩스-비밀결사대가 이주했다가 1990년에는 독일의 이바흐-린다우로 주거지를 옮긴다.
여기에 들어 오려는 자는 수습기관을 거쳐야만 한다. 통과가 되면 서약을 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라디오, 티브이 컴퓨터 등등 첨단을 걷는 매체를 일단 멀리해야만 헸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고기, 커피, 담배 방부제 든 음식 등등을 끊어야 한다. 그 대신에 이바흐-린다우에 생식- 은수자의 집을 세워서 여기서 추종자들에게 영양 공급을 했다. 메스컴의 혹독한 비판을 받자 이들은 1994년에는 헐벗고 굶주린 가족들을 위한 구호단체도 만들었다. 어떤 이유든 간에 공동체 안에서 건강을 위한 자연식과 굶주린 이들을 위한 구호 단체는 참으로 긍정적이다.
이 종파의 교리를 보면 교리는 그리스도교적인 요소도 있고, 다른 혼합적인 다양한 종교적인 요소도 가미되었다. 말하자면 유대교의 요소, 영지주의적인 요소, 심지어 점성학, 심지어 UFO얘기도 가미되었다. 그리스도적 요소는, 성서에 대한 해석은 사뭇 다르다. 그녀는 성서 기록자들을 비판한다. 이들은 가슴에서 나오는 서술이 아니고, 지나치게 이성적인 서술이라는 주장이다. 혹 그녀가 당시 유럽에 팽배했던 이성에 대한 비판을 그녀의 교리에 가미한 것은 아닐까? 하고 나는 생각해본다. 당시에 예수회신부 라살레 등등이 유럽의 이성주의에 혹독한 비판을 하던 시기와 맞먹기 때문이다.
그녀는 윤회설까지 신봉하면서 그녀의 전생을 풀었다. 그녀의 전생은 성서에 나오는 막달라 마리아 였다고! 그녀의 남편 이코르도는 구약 성서에 나오는 이삭으로 살다가 죽고선, 다시 한번은 쮜리히 종교개혁자 쯔빙글리(1484-1531)로 환생 했다가, 마지막으로는 음악가 요한 스트라우스(1804-1849)로 살다가 죽었단다. 참 다양한 인생으로 환생 했다. 이런 환생설을 들으면 종종 의문이 든다. 하나같이 잘 사는 유럽 등등이지 아프리카 같은 오지에서는 왜 한번 안 태어났을꼬? 윤회는 자기가 태어나고 죽은 지역에서만 국한 된다는 건가?
우리엘라가 언급한 역대 교황들에 대해서도 보자. 살해당한 교황들은 요하네스 23세(1881-1963), 요하네스 파울 1세(1912-1978)였단다. 하지만 사실 이런 보고들은 결코 낯선 얘기는 아니다. 교회사에 많이 나오는 얘기들이기 때문이다.
다른 그리스도교 종파에서 늘 자주 등장하는 메뉴가 여기서도 나온다. 1991년에 지구가 멸망한다는 계시다. 하지만 그녀는 추종자들에게 '걱정하지 말라'를 외친다. 그녀를 따르는 '피아트 룩스'추종자들은 어떤 경우에도 우주선에 의해서 구원된다는 거다. 이 추종자들은 늘 흰색의 옷을 입는다. 이 흰색으로 악마의 빛을 방어하기 위해 서란다. 이들의 예배형식은 예수의 상을 중앙에다 놓고, 또한 파티마의 성모상도 두고 경배하는 가톨릭 예식의 일부를 떼왔다. 물론 다른 요소들도 가미되어 있다.
우리엘라는 병자를 치유하면서 환시 중에 만들었다는 특이한 물을 사용했다. 하지만 1989년 쮜리히의 보건 당국의 보고에 의하면 이 물은 박테리아가 득실거리는 물로 식수로는 부적합 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다행히도 추종자들에게 사라고 강매한 것은 아니었고 공짜로 제공했다고 한다. 이 종파의 돈 줄은 주로 약제를 팔아서 충당했지만 검증 결과는 약이라기보다는 다들 건강 보조영양식품 정도였다고 한다. 어쨌든 우리엘라는 많은 병자들을 고쳤다고 하는데 심지어 현대의학에서 불가능하다는 환자들도 고쳤다고! 그녀는 멀리 떨어져 있는 아픈 환자들은 물론 심지어 죽어가는 동물까지도 원거리 치유를 했다고 한다. 1996년 아주 중병에 걸린 3명의 여인이 현대의학의 진료를 못 받게 저지하기까지 했다. 이 여인들 중 둘은 얼마 후에 죽게 되자 법정까지 갔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다. 1999년 부터는 그녀의 남편 이코르도가 이 종파를 이끌었는데 당시의 추종자들이700명 가량 이었다. 2007년엔 300명으로 줄었다가 다시 100명으로 줄어 들었다 한다. 우리엘라가 아주 심한 병중에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종파들 얘기 속에 자주 등장하는 현시나 계시 얘기에 늘 불만과 의문이 든다. 왜 예수와 마리아는 이런 계시와 현시를 쪼잔하게 한 여인에게만 나타나 추종자들을 얽어 메는지? 성인답게 한번 통 크고 화끈하게 모든 그리스도 신자 앞에는 왜 현현하지는 않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