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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호호 포항 사랑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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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사랑마을 공동체. 하나둘씩 모여들면 웃음꽃이 피고, 노래가 나온다. 

그리고 대화 가운데 흐르는 영적 평화와 기쁨이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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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일하다 들어와 둘러앉는 곳이 밥상공동체이자 대화공동체.



 “들소들이 뛰고/ 노루 사슴 노는/ 그곳에 나의 집 지어주/ 걱정소리 하나도 들리지 않는/ 그곳에 나의 집 지어주” 흑인들이 애타게 노래하며 찾던 <언덕 위의 집>이 과연 있을까.


 ‘먹고사니즘’에 매몰된 보통사람들이 빛바랜 앨범 속에 묻어둔 그런 꿈같은 집이 있다.  경북 포항 시내에서 차로 30분가량 거리에 있는 포항시 북구 신광면 안덕마을의 사랑마을공동체다. 멀리 산이 보이고 가까이는 과수원과 호수가 있는 언덕 위의 하얀 집 거실에서 교사 출신인 류경희씨가 공동체가족 10여명에게 둘러싸인 가운데 <언덕 위의 집>을 불렀다. 이어 기타를 들고 <한사람을 위한 콘서트>를 주로 하는 박보영(좋은날 풍경)씨가 ‘이 세상 가장 가난한 영혼에게 바치는 노래’를 불렀다. 평화로운 사람들이 주는 기운 안에서 울려퍼지는 화음에선 ‘가난한 영혼’이 되어도 좋았다. 후덥지근

했던 가슴엔 이미 맑은 샘물이 졸졸 모세혈관까지 흐르기 시작했다.


 사랑마을은 한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이기도 한 유장춘(58) 목사를 중심으로 세워졌다. 2009년 공동체모임을 시작해 2010년 이 인근 반곡리에 1000여평의 땅을 구입해 들어와 자연친화형 양계장을 만들면서 공동체가 시작됐다. 이 마을로는 작년에 1300평을 사서 들어와 4가구가 사는 본채와 2가구가 사는 옆채를 지었고, 최근 공동육아와 공동식사, 예배, 회의, 소음악회 등을 할 수 있는 센터를 완공했다.


 현재 사랑마을엔 유 목사·박은희씨 부부와 장인 장모, 장남인 삼열·박진주 부부와 7개월 된 손녀딸 아리, 노인요양시설에서 일하는 처제 박은숙씨와 홈스쿨 하는 처조카 안신형, 그리고 그의 한동대 제자로 이곳에서 농사 담당인 이대희·최은미씨 부부와 한살 딸 서하와 이제 갓 태어난 둘째딸 등 모두 13식구가 살아가고 있다.


 이날 영적인 노래로 축복의 밤을 연 박보영씨와 류경희씨도 이 마을에 들어오기 위한 모임에 참여하는 준식구다. 또 유 교수의 제자인 송은예씨 등 여러명이 기존의 삶과 공동체의 경계에서 공동체살이를 탐구중이다.


 사랑마을은 이제 시작 단계다. 그런데도 사랑마을이 이처럼 빨리 공동체로 정착하는 것은 촌장 격인 유장춘 목사의 기질을 떼놓고 보기 어렵다. 그는 농부 같은 인상에 겸손하고 허심탄회해 누가 말하기 전엔 아무도 목사나 교수라도 생각지 않고 그저 ‘동네 아저씨’로 여길 법하다. 그가 가르치는 대학생들도 네댓씩 몰려와 다락방에 올라가 밤새 깔깔호호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갈 정도이니, 인간적인 정이 줄고 데면데면해진 요즘 대학가의 사제지간의 모습이 아니다. 그의 차도 길가에 세워놔도 아무도 주워가지 않을 고물차이긴 하지만, 학생들이 필요할 때면 언제나 끌고 다닐 정도이니 소유를 넘어선 공동체가 사제지간에도 형성돼 있는 셈이다. 그가 열려 있고 개방돼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는 누구의 말도 경청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래서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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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마을공동체를 설립한 유장춘 한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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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향적인 유장춘 목사, 외향적인 박은희 사모. 성격이 전혀 다르면서도 금실 좋기로 소문난 부부다.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전형적인 보수 신앙관을 가지고 자랐다는 그가 어떻게 이렇게 자신을 고집하기보다는 타인에게 열린 마음을 갖게 됐을까. 미국에서 유학과 목회를 하고 귀국해 대전의 침례신학대를 거쳐 2004년부터 한동대에 재직중인 그는 교회사회사업을 연구하면서 관념적 신앙을 넘어 삶의 신앙에 눈을 떴다. ‘맨발의 성자’라는 이현필, ‘나환우의 아버지’라는 최흥종, ‘사랑의 원자탄’이라는 손양원 등 이 땅의 초기 기독교 영성가들은 신앙적 깨달음에 그치지 않고 공동체 속에서 살며 사랑을 실천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영성과 사랑, 신앙과 실천은 둘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 신앙적 영성 없이 나선 ‘사회복지’는 수요자가 아니라 자신들의 벌이를 위한 비즈니스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한 것이다.


 그가 한동대에서 인성주임을 7년이나 하면서 손봉호·이만열 교수 같은 존경받는 기독교 원로들과 시골교회공동체 임락경 목사, 김인수 민들레학교 교장, 박종삼 월드비전 회장, 다일공동체 최일도 목사, 보나쿰공동체 강동진 목사, 오두막공동체 이재영 대표 등을 초청해 영성과 공동체성을 통한 기독교적 인격을 갖추도록 이끈 것도 그 때문이었다. 워낙 공동체훈련을 많이 받아 팀워크가 강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그의 제자들은 월드비전과 국제기아대책기구, 굿네이버스를 비롯한 국제구호단체들과 온누리교회, 밀알, 지구촌교회 등이 설립한 자선단체 등에 대거 진출해 공동체적 영성을 현장에서 펼쳐내고 있다.


 유 목사는 “신앙의 출발이 소유에서 대한 초월로부터 시작된다”고 말한다. 소유에 대한 주권을 포기하고 그것을 내려놓을 수 있을 때 진짜 신앙이 시작되고, 공동체도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집부터 초월해보자는 게 사랑마을의 시작이 됐다고 한다.


 그는 애초에 지극히 공동체적인 인간으로 보인다. 그가 미국 유학 중 국내에 들어왔을 때 부모님이 월요일 소개해줘 금요일에 결혼한 아내와 금실이 좋고, 장인 장모를 모시고 처형 처조카까지 함께 살아서만이 아니다. 2남2녀의 아빠인 그의 자녀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는 것만으로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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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마을 식구들이 모인 가운데 이 마을에 들어올 준비를 하는 `좋은날 풍경'박보영씨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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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높은 산, 가까이는 작은 언덕과 과수원, 호수가 보이는 언덕 위의 집 사랑마을공동체 전경.



그의 자녀들은 처음 비인가학교로 출발한 한동대 부설 국제학교를 나와 대부분 영어 등 외국어에 능하다. 그러나 그는 자녀들의 진로를 놓고 부모의 욕심을 내세운 적이 없었다. 아무리 어려도 고민도 선택도 자신의 몫으로 스스로 삶에 책임을 지게 했다. 다만 너무 엄마에게 의존적인 경향이 있어 보였던 장남만은 부모 품을 떠나 가난한 나라에 가서 고생을 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의 국제대학 아우사대(AUCA)에 가도록 했다. 지금 곁에서 양계장을 하며 공동체를 지키고 있는 삼열(27)씨다. 한동대 건축학과를 나온 둘째인 딸 인혜(25)씨는 서울에서 빈집을 찾아 수리해 저렴한 가격에 임대하는 시민단체(민달팽이 유니온)에서 일하고 있다. 이 공동체의 하얀 집들을 멋지게 설계한 이도 그다. 


한동대 시각디자인학과에 재학하는 셋째인 딸 다혜(24)씨는 포항시내에서 친구들과 살며 아르바이트를 해 학교에 다니고 있다. 아빠와 단둘이 해외여행을 하는 게 소원이라는 애교쟁이 딸이다. 홈스쿨링을 하며 어린 시절부터 고전과 소설을 닥치는 대로 읽곤 했던 넷째 진열이(16)는 대입자격검정고시까지 본 뒤 올해 초 일본에서 야마구치복음교회가 운영하는 대안학교에 다니고 있다.


 아무리 자녀라도 자유로운 인격자로 존중하는 것이 그의 모토다. 그와 아내만 해도 남들은 잉꼬부부라고 부러워하지만, 실은 성격이 정반대다. 유 목사는 내향적이고 침묵하는 수도자형인 반면, 아내는 집에만 있으면 몸살이 나는 활동가형이고 부지런하고 명랑하고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한다.


 유 목사는 “유유상종해야 행복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교회에 협동목사로도 돕고 있다. 그런데 같은 협동목사로 재직하는 군 출신이 너무 우익 성향이어서 그가 설교할 때는 듣고 싶지 않아 자리를 피하곤 했다. 어느 날 그런 자신이 부끄러웠던 그는 동료 협동목사에게 가서 지금까지 그런 사실을 고백하며 먼저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동료 목사의 마음이 확 열려 그때부터 그 목사가 공동체의 가장 큰 원군이 되고 있다.


 유 목사는 사랑마을이 삶의 고민이 있는 청춘들이 와서 성장하는 곳이 됐으면 하는 꿈을 갖고 있다. ‘증오가 있는 곳에 사랑을, 배타가 있는 곳에 화해를.’ 말의 기도가 아닌 삶의 신앙이 지금 언덕 위의 하얀 집에서 시작되고 있다. 


포항/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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