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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이 원하는 진짜 부처의 모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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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은 내 곁에 함께하는 부처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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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세계간화선무차대회가 열린 광화문.  사진 김봉규 기자.



25일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불교계는 16일 서울 광화문에서 전례없는 규모의 대법회를 열었다. ‘한반도 통일과 세계평화를 위한 기원대회’란 대회명을 제시하기는 했지만 이 법회의 핵심은 간화선이라는 한국 불교의 수행법을 세계에 알린다는 ‘세계 간화선 무차대회’였다. 지난해 8월 가톨릭 시복식에 이어 불교마저 종단 내적인 행사를 광화문으로 끌고 나온 것이다. 오는 8월엔 개신교도 광화문에서 더 큰 인원을 동원한 행사를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광화문이 주요 종교의 세 과시장이 된 셈이다.


전국민의 상징적 장소가 교통마저 통제된 채 공공 행사가 아닌 종단 행사의 독차지가 되는 것은 부적절하다. 그런데 종교지도자들의 욕심과 종교를 이용하려는 정권의 입맛이 맞아떨어져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번 가톨릭 시복식에 8억원을 지원한 데 이어 이번 법회에도 9억을 지원했다. 불교계는 광화문 행사를 위해 32억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비용은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이 방장으로 있는 대구 동화사 말사들에 전가됐다. 이 법회를 추진한 진제 스님의 원맨쇼 같은 행사에 수십만의 인력이 동원됐지만, 국민적 공감을 불러올 메시지도, 간화선의 장점도 전하지 못했다.


2012년 승려 도박 파문 뒤 조계종이 펼쳐온 자성과 쇄신운동 취지에도 어긋나는 행사가 아닐 수 없다. 전통에만 얽매여 근대화·현대화하지 못한 종단을 개혁하려던 종단이 다시 구시대로 돌아간 느낌이다. 조계종은 지난해 법인법을 제정해 딴살림을 하던 대각회 등의 종단 등록을 이끌어내는 등 개혁을 시작했다. 법인법 제정은 사찰의 소유권을 종단으로 이전하는 것은 아니지만 함부로 매각하지 못하게 하는 등 필요한 조처였다. 조계종이 ‘100인 대중공사’를 통해 의견을 모아 예산 30억원 이상 사찰에 대한 재정공개를 7월부터 시행하기로 한 것도 종단 신뢰성 회복을 위한 진일보다. 종단 차원에서 세월호 유족과 노동자 등에 대한 관심을 높인 것도 달라진 점이다. 그러나 종립대학인 동국대 총장에 논문표절 의혹을 산 보광 스님을 앉히면서 자승 총무원장이 다시 자성과 쇄신을 저버렸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국민의 아픔을 안아주지 못하는 정권과 불통정치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어머니 같은 불교의 역할이 절실하다. 따라서 법상에 앉아 군림하는 부처보다 내 곁에 내려와 눈물을 닦아주는 부처가 그리운 시대다. 이런 동체대비심이 실천되어야 2559년(불기) 전이 아닌 바로 오늘이 ‘부처님 오신 날’이 되는 것이다.


조현 논설위원·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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