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타고는 과거의 어떤 제국보다도 용기와 기개가 뛰어났다. 로마의 강요에 굴복하여 모든 무기와 모든 군선을 빼앗겼으면서도 3년 동안이나 로마군의 공격을 견뎌냈다. 그런데 지금 그 도시가 함락되고 파괴되어 지상에서 사라지려 하고 있었다. 스키피오 아이밀리아누스는 적국의 이런 운명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비록 승자였지만, 인간만이 아니라 도시와 국가, 그리고 제국도 언젠가는 멸망할 운명을 짊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트로이, 아시리아, 페르시아, 그리고 20년 전의 마케도니아 왕국에서, 한번 성한 자는 반드시 쇠하게 마련이라는 것을 역사는 인간에게 보여주었다. 의식적인지 무의식적인지는 모르나, 승리한 로마 장군은 호메로스의 서사시에 나오는 트로이군 총사령관 헥토르의 말을 중얼거렸다. "언젠가는 트로이도, 프리아모스 왕과 그를 따르는 모든 전사들과 함께 멸망하리라." 뒤에 서 있던 폴리비오스가 왜 하필이면 지금 그 말을 하느냐고 물었다. 스키피오 아이밀리아누스는 폴리비오스를 돌아보며, 그리스인이지만 20년 지기이기도 한 그의 손을 잡고 이렇게 대답했다. "폴리비오스, 지금 우리는 지난날 영화를 자랑했던 제국의 멸망이라는 위대한 순간을 목격하고 있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내 가슴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승리의 기쁨이 아니라, 언젠가는 우리 로마도 이와 똑같은 순간을 맞이할 거라는 비애감이라네." <로마인이야기3-승자의 혼미>(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한길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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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멸망할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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