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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도 부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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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도 부처가 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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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여성성불사상

 이창숙 지음/인북스·1만5000원

 


‘다음 생엔 남자 몸으로 태어나게 해주소서’. 나이 든 비구니(여승)나 보살(여성불자)들에게서 종종 이런 기도소리가 터져나온다. 여성의 몸으로는 성불(부처가 됨)할 수 없다는 뿌리 깊은 여성차별관 때문이다.

1970년대 <한국일보>에서 해직된 여성언론인 출신이 이 문제를 따져봤다. 20여년 전 동국대에서 박사학위로 이 문제를 다뤘던 저자는 <불교평론> 홍사성 주간의 권유로 다시 여성성불론을 꺼내 집대성했다.


저자는 붓다를 여성해방을 포함한 인간해방가로 본다. 2600여년전 당시 요즘 남녀평등관에서 볼때는 이해키어려운 ‘비구니 팔경법’을 두어 100세된 비구니라도 갓출가한 비구에게 예를 표하게 했지만, 이는 5백여명의 여성이 한꺼번에 출가한 사회적인 사건을 염두에 두고, 차별보다는 어떤 규율이나 규제의 필요성 제기 때문에 그런 법을 둔 것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그 팔경법은 불교계에서 여성 차별의 근거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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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제사의 천녀


<장로니게>라는 초기불교 문학작품엔 숱한 비구니들의 해탈과 깨달음이 소개된다.  장로니들은 곳곳에서 ‘마음의 해탈을 얻었다’, ‘붓다의 가르침은 실현되었다’고 당당하게 외쳐 비구니도 아라한의 경지에 이르면 비구와 동등할 수 있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러나 부파불교 시대에 남성인 붓다의 몸 자체를 신격화하면서 여성은 부처가 될 수없다는 왜곡된 사상이 만들어졌다. 물론 남성들에 의해서다.


이런 남녀 차별관념은 여자는 어려서는 부모를, 결혼하면 남편을, 늙어서는 아들을 따라야한다는, 동양권의 삼종설에 뿌리박혀 있다. 삼종설은 <예기>나 <공자가어>나 인도의 <마누법전>에도 등장한다. 이와함께 나온 대표적인 차별관이 ‘여인오장설’이다. 여자는 불교 경전에서 가장 힘있는 존재들로 등장하는, 범천, 제석,마왕, 전륜성왕,붓다가 될 수 없다는 설이다.


저자는 “‘여자들이 해봐야 별수 있냐, 내생에 남자 몸 받는 것밖에’라는 말이 더 이상 들리지 않으면 좋겠다”는 발원으로, 불온한 불평등 사상을 파헤치고 나섰다. 신문기자 시절에도 여성문제를 다뤘던 그의 여성운동이 반세기를 넘어 종교운동으로 승화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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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비구니 사찰 운문사


불교계에서 폄하되던 여성은 대승불교에 이르면 <유마경>과 <승만경>을 통해 다시 설 기회를 얻는다. 여성 성불론이 분명하게 부활되는 것이다. <유마경>의 관중생품에 나오는 사리불(붓다의 10대 제자 가운데 지혜제일)과의 대화에서 여성인 ‘천녀’는 ‘어찌 여인의 몸을 (남자로) 바꾸지 않느냐’는 사리불의 물음에, ‘12년 동안이나 여자의 모양을 찾아보아도 찾지 못하였는데 무엇을 바꾸겠느냐’고 되묻는다.


이어 천녀는 신통력으로 사리불을 여자인 천녀의 몸으로 바꾸고, 자신이 사리불이 된다. 그리고는 ‘어찌하여 여인의 몸을 (남자로) 바꾸지 않느냐’고 묻는다. 그러면서 천녀는 ‘사리불이 본디 여인이 아니로되 여인의 몸을 나타내듯이 모든 여인도 또한 그리하여 여인의 몸을 가졌지만 여인이 아니다’며 ‘모든 법이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니다’고 진리를 설한다. 여성으로서 해탈한 천녀가 사리불의 여성차별 관념을 여지없이 무너뜨린 것이다.


 저자는 “불교에서 성(性)의 차별을 둔다면 한편으로는 여성을 해방시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여성을 차별하는 이중적 행태”라며 “여성을 교단에 받아들여 여성도 남성과 동등하게 정신세계의 동참자가 되게한 붓다의 뜻에 따라 왜곡된 성불관을 바로잡아야 할 시점”이라고 말한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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