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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한겨레 수행·치유 전문 웹진 - 휴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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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신을 만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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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레스와 아프로디테2.jpg

전쟁의 신 아레스와 외도를 즐기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 


그리스는 토착민, 외래인 그리고 수백 개의 도시국가가 난립해서 통일국가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같은 신화를 같은 언어로 공유한 덕분에 ‘그리스인’이란 단일민족 의식이 가능했다.


 그리스에서 자주 마신 맥주가 미토스(Mythos)란 브랜드다. 미토스란 그리스인들이 그들의 신화를 부르는 말이다. 맥주를 마시듯 그들은 옛날부터 ‘신화’를 마셔왔다. 그리하여 신화는 그들의 피가 되고, 살이 되고, 사상이 되었다.


 ‘미토스’란 원래 ‘이야기’란 뜻이다. 인간은 ‘이야기’를 좋아한다. 나도 어려서부터 어머니에게 잠자리에서 어머니에게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곤 했다. 그러면 동화책 한 권 읽어본 적이 없는 어머니는 언제부터 담아두었는지 모를 이야기를 화수분처럼 쏟아냈다. 오랜 옛날부터 이야기를 만들고 이를 말해주고 듣는 것을 좋아했 던 인간의 전통은 도서관 하나 없던 시골의 내게도 어김없이 이어졌다.


 이해할 수 없어 두렵고 불안한 영역을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정리’해야 그나마 심리적 안정감을 갖는 게 인간이다. 하늘은 제우스, 땅은 데메테르, 바다는 포세이돈, 지하세계는 하데스, 이런 방식으로.


 그리스의 이야이꾼들은 지혜는 아테나이, 전쟁은 아레스, 사랑은 에로스, 아름다움은 아프로디테  등으로 인간의 감정까지 이해하기 쉬운 형상으로 만들어냈다.


제우스와 헤라.jpg

신들의 왕 제우스와 신들의 여왕 헤라



 가장 유명한 이야기꾼은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의 저자 호메로스(기원전 B.C 8세기말 활동), 그리고 신의 족보를 정리한 신통기를 쓴 헤시오도스(기원전 B.C 740년경~670년경)다. 역사가 헤로도투스는 “그리스인에게 신을 만들어준 것이 호메로스와 헤시오도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미 그리스인들 사이에 있던 것을 뛰어난 기자나 작가 같은 이야기꾼들이 잘 ‘정리’했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하지 않을까. 왕들도 가부장적인 제우스와 전횡을 일삼는 신들을 백성들의 복종에 활용하기 위해 이런 신화를 고무시켰을 것이다. 무궁무진한 신화의 바다에서 노닐다보면 ‘도덕’이나 ‘에티켓’ 이전에 감춰진 인간 무의식의 판도라를 열어젖힌 것 같은 재미가 있다.


  이후에도 뛰어난 이야기꾼들에 의해 이야기는 더 풍성해졌다. 기원전 5세기 아테네의 공연장에서 창조력을 뽐내 비극 시인들은 1년에 한 번씩 상연되는 ‘디오니소스 제례’에서 창조력을 뽐냈다. 이 때 유명해진 이들이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 등 ‘3대 비극시인’이다.


 로마는 제우스를 주피터로, 아프로디테를 비너스로 이름을 바꾸며 그리스신화를 로마의 신화로 받아들였다.


 현대적 관점에서 보자면 신화는 신의 전횡과 운명론이 당연시될 만큼 불합리하기 그지없는 세계이자  였다. 신화에 대해 고대 철학자들은 논리 이전의 원시 몽매한 사고로 보는가하면, 심리학자 프로이드는 원시적 인간의 ‘성적 본능’(리비도)에 기반을 둔 왜곡된 심리로 보기도 한다.  원시적 신화의 세계는 탐욕과 배타와 살상과 폭력이 난무하는 세계다. 결국 신화도 인간이 만들어낸 인간의 생각이다. 인간이 못할 생각이 뭐가 있겠는가.


 소크라테스는 그처럼 이렇듯 원시적 신화 속에 잠자는 인간들의 ‘이성’(로고스)을 깨운 인물이 바로 소크라테스다. 웠다. 공자, 석가, 예수 같은 성인들도 신들의 세상이 아닌 인간다운 세상을 연 선구자들이라 할 수 있다. 었다.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이렇게 말했다.


 “철학의 목표는 신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이다.”


  <그리스 인생학교>(조현 지음, 휴펴냄) 110쪽 상자 `그리스 신화의 발전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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