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이냐, 유일한·손양원이냐
보수 개신교단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광복절에 이승만에게 ‘제1회 대한민국 건국 공로대상’을 수여했다. 이승만과 박정희에게 역사의 정통성을 부여하려는 현정권의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보수개신교목사들이 시동을 걸었다. 왜 그럴까.
*지난 8월15일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열린 '해방 70년 감사 예배 모습'.
한기총은 이 자리에서 '제1회 대한민국 건국 공로대상'시상식도 가졌다.
강인철 한신대 교수의 『종속과 자율-대한민국의 형성과 종교정치』를 보자. 해방직후 미군정은 신사와 천리교 등 ‘일제의 종교 부동산과 재산’(적산)을 대부분 개신교에 몰아줬다. 영락교회, 경동교회, 성남교회 등 대형교회들과 주요 신학대들 대부분이 적산의 특혜 배분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승만은 군대와 감옥에서 선교할 수 있는 특권을 개신교에 몰아주고, 선교자금 환율 특혜에, 방송선교권까지 줬다. 당시 전체 인구의 1%인 개신교는 국교처럼 군림했다. 반면 불교와 유교에 대해선 일제 때의 규제를 존속시켜 날개를 꺾고, 내분을 조장했다. 그러니 그 좋던 시절 향수에 젖은 목사들은 이승만 치세가 못내 그리운 것이다.
그러나 이승만은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를 해체하고 김창룡 같은 일제의 하수인들이 해방조국에서 이리처럼 활개치도록 해준 인물이다. 군경을 동원한 부산정치파동과 발췌개헌, 사사오입개헌, 3‘15부정선거 등으로 ‘권력이 곧 정의’인 무법천지의 나라를 연 장본인이다.
그 뿐인가. 그가 제주와 거창 등에서 저지른 전국적인 양민학살은 지금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최근 대법원이 포항에서 벌어진 국민보도연맹 사건의 유족 143명의 한을 풀어준 판결도 그렇다. 또 이승만이 총살시킨 최능진이 64년만에 정치적으로 이승만에 의해 타살됐음을 인정한 이번 판결도 마찬가지다. 최능진은 정수장학회 전 최필립 이사장의 부친이다. 이승만의 학살극은 검사 오재도, 만주군출신 영남지구계엄사령관 원용덕 등 개신교인들과 영락교회에서 출범한 서북청년단이 주도했다. 무한 양민들이 이승만의 아부세력들에 의해 수도 없이 공산당으로 몰려 죽었다.
4.19 혁명으로 세계 최고 높이였던 남산의 이승만 동상이 철거될 때 <동아일보>는 ‘권세와 아부의 동상도… 하야’란 제목의 기사에서 “민중의 뜻에 의하여 그의 우상이 내려오게 되었다”고 썼다. 그런데 이승만이 설립한 인하대에선 이승만 동상을 다시 세운다는 얘기가 나온다.
*(왼쪽)이승만 동상이 남산에 세워져 있을 때의 모습. (오른쪽)4.19혁명 때 철거되는 이상만 동상.
이승만을 다시 내세우는게 개신교에겐 은총이 될까. 우리나라엔 외국에선 보기 드문게 있다. 기독교의 유럽, 불교의 동남아시아, 무슬림의 중동과 달리 지배종교가 권력화의 정점에서 하야하는 현상이다. 신라·고려 8백년 불교와 조선 5백년 유교는 국교였음에도 그랬다. 그런데 보수개신교는 미군정과 이승만 등장 이후 불과 70년만에 탐욕을 쫓다 민심이 떠나 개혁대상으로 전락한 과거 종교의 전례를 자초하고 있다. 이제 권력의 불나방 같은 목사들일수록 부패와 부도덕으로 교회 전체의 이미지를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쯤은 개신교인들도 알만큼 안다.
그러니 개신교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꾀한다면 우상이 아닌 참그리스도인을 내세울 일이다. 스스로 자신을 내려놓은 유일한 같은 분 말이다. 9살에 미국에 가 고학을 하면서도 방학 때면 독립군을 양성하는 헤이팅스소년병학교에서 훈련했던 그는 해방 직전 미국 육군전략처(OSS)의 한국담당고문이었기에 미국에서부터 이승만의 정치적 술수와 독단을 익히 잘알고 있었다. 미국서 자수성가한 그가 이승만과 유착했다면 땅집고 헤엄치기로 대재벌이 됐겠지만, 그는 이승만의 상공부장관 입각 제의도 거부하고 멀리해 세무사찰 등 고난을 당했다. 그리스도 신앙으로 일관한 그가 전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고 세상을 떠난 유한양행 창립자 유일한이다.
*(왼쪽)유일한과 (오른쪽)손양원
또 이승만과는 너무 다른 또 한분이 손양원 목사다. 그는 여순반란사건때 공산주의자에게 두 아들을 잃었으나 사형 직전인 살인범을 찾아내 구명해 그를 양아들로 삼아 돌본 ‘작은 예수’였다. 그리스도인들 뿐 아니라 민족과 세상의 사표가 될 분들이다. 영웅은 과거가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이끈다. 민족뿐 아니라 개신교의 미래를 위해 우리의 멘토는 누가 되어야 하는가.
조현 종교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