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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이 대체 무엇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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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하는 신흥사 선방1-.jpg

선방에서 안거에 참석하며 3개월간 참선 정진하는 선승들.  사진 조현


흔히 기독교는 사랑의 종교, 불교는 깨달음의 종교라고 한다. 그러면 불교에서 깨달음을 얻으면 어떻게 될까. 완벽한 인격이 될까, 신통력으로 사람들의 고통을 없애줄까. 깨달음이란 같은 말 속엔 미신적인 믿음부터 고준한 지혜까지 포함하고 있다.


 조계종 승려들의 교육의 총책인 교육원장 현응 스님이 이에대해 논하는 법석을 연다. 해인사로 출가한 현응 스님은  젊어서부터 문제의식을 가지고, 현대불교의 나아갈 길에 대해 고뇌하고 실천하는 개혁승으로 꼽혔다. 1994년 조계종단을 개혁이 그가 젊은 재자가들 몇명을 모아 불을 지폈다는 얘기는 이제 전설이다. 중진 스님들은 용돈벌이를 위해서도 큰절들에 설법하러 다니는 경우가 많지만, 그는 간절한 초청에도 “내가 아니어도 할 분이 많은데…”라며 거의 설법도 하지않기로도 유명하다.


 그런 그가 4일 오후 2~6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학술세미나의 주인공으로 발제한다. 어인 일일까. 그는 30대였던 1980년대 중반 <깨달음의 역사>란 책을 써 1990년 출간했다. 이번 세미나는 그 책 발간 25돌을 기념해 후배인 법인스님등이 마련했다.


 최근 신흥사 조실 오현 스님이 하안거 해제법문에서 “한국불교의 선승들이 천년전의 죽은 화두만 붙잡고 있다”며 “불교는 깨달음을 추구하는 종교가 아니라 깨달음을 실천하는 종교”라고 말해 불교계 안팎에 큰파장을 몰고 왔다. 더불어 현응 스님이 30대부터 고뇌해온 바를 발표하는 ‘깨달음의 역사, 그 이후’가 불교적 깨달음에 대한 미신을 깨는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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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교육원장 현응 스님


 현응 스님은 발제문에서 “깨달음을 얻기 위해 여름 겨율 3개월씩 조계종단 2천여명의 스님들이 수행을 하는데, 선불교에서 깨달음은 세수하다 코 만지기보다 쉽다고 하지만 이를 믿는 사람도 없고 그렇게 한 사람도 볼 수 없는데, 불교에서 말하는 깨달음이 도대체 어떤 것이기에 평생을 노력해도 성취할 수 없는가”라고 물었다. 당연히 물어야하지만 거의 묻지않은 상처를 건드린 것이다. 그는 이와 함께 “깨달음이란 ‘이해했다’는 뜻으로 말하지 않은 것 같은데, 그렇다면 화두를 반복적으로 성철하다보면 마음과 참나를 알게 된다는 것인가”라며 “깨달음이 이렇게 모호하게 설정해서선 이를 얻기 

위한 노력의 방법도 불분명하고, 깨달음의 성취 또한 어느 수준의 어떤 것을 말하는지 제대로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부처님의 보리수 아래의 깨달음을 서술한 <마하박가>를 보면 ‘삶의 괴로움을 연기적으로 즉 원인, 조건, 결과, 생성, 소멸의 관점으로 파악해 통찰로 이해로 해결하는 것”이라며 “부처님은 깨달음을 고도로 수련된 높은 정신세계를 이루는 것이라 하지않고, ‘잘 이해하는 것’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녹야원 첫 설법에서도 5명의 비구들ㅇ게 자신의 깨달음의 세계를 설명해 납득시키는데 불과 며칠이 걸렸을 뿐이며, 그 방법도 밤낮 없는 대화와 토론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또 “ 연기의 가르침은 부처님시대부터 1500년간 변화가 이어졌고, 7세기에 그 변화를 멈췄다”면서 “농경사회와 왕권사회였던 그 때는 현대와 비교할 수 없는 문화적 수준이었는데 그 때의 연기론의 수준에만 머문 불교인들의 태만이 너무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늘날의 간화선은 앉아서 선정삼매 속에서 무념의 참선 경지를 이루거나, 특정어구를 의심하는 방식이지만 현대사회에선 경전과 어록, 다양한 독서, 자연학 진화론 생물학 뇌과학 심리학의 공부도 불교의 연기와 공, 자비에 대한 이론을 대폭 확장시켜주고 구체화시킬 수 있다”며 “기독교를 살펴보는 것도 대승불교의 불보살신앙을 정립하고 펼치는데 참고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응 스님은 “‘이루는 깨달음’을 얻은 사람은 실제 현실에서 곧바로 스스로의 괴로움을 없애버리고, 모든 중생들의 괴로움도 없애버릴 것이지만 그러나 그런 경우를 보지도 못했고, 그런 깨달음을 이룬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윤리 정의 평화 같은 자비의 영역인 ‘사트바’와 깨달음인 ‘보디’가 결합했을 때 이를 보디사트바(보살)”라며  연기와 공에 대한 이해(깨달음)을 바탕으로 이를 실천해가는 보살을 불교적 이상형으로 제시했다.


 이 세미나엔 조성택 교수(고려대학교 철학과), 홍창성 교수(미국 미네소타주립대학교 철학과) 교수와 정경일 새길기독교사회연구원 원장이 함께 참여해 스님과 토론을 펼친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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