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에 관한 로마인의 사고방식은 그들의 생사관에 기인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제국이라는 공동체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싸우다가 다친 사람에게는 완벽한 치료가 보장된다. 하지만 수명은 이미 정해진 것으로 생각하고 감수한다. 그렇다면 나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만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을까. 로마 황제 가운데 수명을 늘리려고 기를 쓴 사람은 하나도 없다.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는 고령자가 병으로 쓰러져 더 이상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으면, 치료를 거부하고 곡기를 끊고 자살을 선택한 경우가 적지 않다. 로마인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수명을 늘리겠다는 생각과는 인연이 없었다. 사회적 지위나 지적 수준이 높을수록, 두뇌나 정신이나 육체가 다 소모된 뒤에도 계속 목숨을 부지하는 것을 싫어했다. 그렇기 때문에, 생명이 있는 동안 충실하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스토아 철학의 가르침이 로마인들에게 깊숙이 침투한게 아닐까. 그리고 그리스 의학의 시조인 히포크라테스의 가르침도 계속 살아 있었다. 병에 걸린 뒤 치료하기보다는 우리 몸이 원래 갖추고 있는 저항력을 높이는 것을 중시하는 사상이다. 로마 황제들이 대형 병원보다 대형 목욕탕이나 상수도시설을 건설하는 데 열심이었던 것도 이 사상의 귀결이 아닐까 여겨진다. <로마인 이야기8-위기와 극복>(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한길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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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고 기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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