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복을 입고 검은 넥타이를 맨 청소년들이 17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국정교과서 반대 청소년행동이 연 학생 자유 발언 행사에서 `대한민국 역사 교육이 죽었다'는 뜻으로 영정 모양의 손팻말을 든 채 역사 교과서 국정화 중단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만물은 물질과 정신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눈에 보이거나 귀로 들리거나 예감이나 육감을 포함해서 감각 지각되는 것은 모두 물질의 특성이고 그것을 물성(物性)이라고 해요. 물성적인 현상들은 어떻게 어떤 목적으로 생겨났고 어떻게 존재하는 것이 가장 좋은 상태인가? 말하자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는 작용이 정신입니다.
본성적 욕구대로 살지 않고 절제와 자기 제어로 사이좋고 좋은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공동선과 공존의 협력을 나눌 수 있게 됩니다. 그런 삶의 방향성과 내용에 대한 것이 정신입니다. 이 정신이 초월적 대상을 포함하면 종교적 차원이 되고 영성이라 부르게 됩니다. 그래서 사람됨은 육신적으로 건강할 뿐 아니라 정신도 건강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고 자녀양육과 교육의 핵심이 됩니다. 유소년기에는 몸의 건강과 관계의 태도를 지도하고 습관을 가르치며 청소년기에는 그 습관된 몸에 정신을 심어주게 됩니다.
»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오전 시정연설을 끝내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등 지도부의 안내를 받은며 국회를 나서고 있다. 박대통령 뒤로 정의당 의원들이 국정화 반대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박근혜 정부 고위관료들과 새누리당의 정치인들은 많은 경우 친일파와 군부독재 권력자들의 후손들입니다. 한국의 상징적인 대표격이 박정희-박근혜 부녀 아니겠어요. 박정희의 군사 쿠데타와 유신 독재는 많은 젊은 학생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몰았고 큰 상처를 입혔습니다. 현재와 미래의 좋은 삶을 위해서는 청소년들에게 그런 이기와 독점 탐욕의 역사는 나쁜 것이라고 가르치면서 좋은 정신을 심어주어야 합니다.
»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역사교과서 국정화 관련 긴급정책의원총회을 마친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 및 의원들이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국민 통합을 위한 올바른 역사교과서 만들기’ 결의문을 발표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박근혜 정부가 역사교과서를 국정화로 돌려놓겠다고 하는 이유는 단순히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면죄부를 만드는 정도가 아니라 질곡의 친일 독재를 정당화 미화하고자 하는 의도입니다. 조상의 친일 독재 행태에 대한 회개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진리를 전복시키는 세습으로서 마치 예수를 죽인 빌라도와 헤로데와 유대 종교지도자들이 십자가를 정당화하는 것과 전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렇게 혼란을 자초하면서도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는 것은 그들도 청소년들에게 심어주는 정신세계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말이 됩니다. 자신들의 배경이 되는 친일 숭미 독재의 이기와 탐욕의 지배-피지배적 태도와 가치관을 청소년들에게 심어주겠다는 것은 아주 나쁜 짓이고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입니다.
»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위. 한겨레 자료 사진.
육신적이고 물성적인 인간은 정신과 영적 차원을 지녀 결합되어야 비로소 동물이 아닌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구원도 이와 같습니다. 예수님은 열 명의 나병환자를 치유해 주셨는데 그 가운데 예수님께 되돌아와 감사 드린 이에게 “그대의 믿음이 그대를 구원하였습니다!” 하고 구원을 선언하십니다. 치유 받은 이는 열 명이었지만 ‘구원’은 한 사람에게만 선포되었습니다. 육신만의 치유는 구원의 삶에 부족합니다. 치유건 건강이건 정신과 영적 차원이 경시되는 모든 삶은 공동선에 어긋나며 악입니다. 인간 존재는 육신의 건강만이 아니고 정신과 영적 차원이 결합된 건강성이 진실한 건강임을 생각하게 됨을 예수님께서 나병환자에게 선언하신 구원에서 각성하게 됩니다.
우리의 삶에는 물질만 왕성하고 정신과 영성이 결핍된 현상들이 너무 많습니다. 간디는 당대의 정신세계가 고갈되어 가는 사회적 문제를 보면서 ‘원칙 없는 정치, 노동 없는 부, 양심 없는 쾌락, 인격 없는 지식, 도덕성 없는 상업, 인간성 없는 과학, 희생 없는 제사, 책임 없는 권리(아룬 간디)’ 라는 7가지를 사회악으로 규정해 질타했습니다.
오늘 우리의 시대 정신세계의 붕괴는 하느님의 뜻을 거스리는 역리적 현상을 가져왔습니다. 정리해 보자면 이렇습니다. 생명 없는 음식, 가정 없는 가족, 쓸모 없는 교육, 노동 없는 육신, 인정 없는 마음, 이웃 없는 마을, 인격 없는 의료, 영성 없는 종교, 고별 없는 죽음 등입니다. 우리가 공동체 영성을 강조하는 이유가 인간과 세상의 치유에 있습니다. 이것은 곧 우리가 믿는 세상이기도 하며 고대하는 구원의 삶이기도 합니다. (2015. 11. 11) *
※이 글은 <산 위의 마을> ‘취화당’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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