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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은 여성도 최고 포교사로 거듭 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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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길을 걷는 여성’ 펴낸 이미령 씨
일자무식이며 척추장애자인 궁중 하녀에게 날마다 설법
‘많이 들은 자 가운데 으뜸’ 칭송…남녀 성차별 하지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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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종교에서 여성의 지위는 낮고, 존재감도 미미하다. 종교 창시자들은 인간 해방과 남녀 평등, 자유를 외쳤지만, 그가 죽은 뒤에는 대부분 종교가 남성 중심으로 변했다. 창시자와 카리스마를 지닌 종교지도자들은 의례 남성이고, 여성은 이들을 따르는 신자이다. 남성 성직자들은 의례를 집전하고 조직을 이끄는 역할을 하고, 여성 성직자들은 이를 지원하고 보조하는데 그친다. 신자도 남성은 신자 조직을 운영하거나 지도하고, 여성 신자는 남성 성직자나 신도들이 만들어 놓은 법 규범을 순종하고 봉사한다. 종교가 사회 속에서 뿌리내리고 전파하는 과정에서 여성은 적극적인 역할을 하며 희생하지만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다. 왜 종교계에 이런 남녀 성차별이 뿌리깊을까?
 한국 불교 조계종에서는 지난해 비구니가 총무원장이 될 수 있는냐에 대해 논쟁이 붙기도 했다. 컬럼리스트 이미령(52)씨는 최근 붓다 생전에 활약한 인도의 여성 재가신도를 소개한 <붓다의 길을 걷는 여성>(조계종출판사)을 펴내, 종교계의 양성 평등을 주장했다. 옥복연 ‘종교와젠더연구소장’과 함께 쓴 이 책에서 이씨는 초기불교시대의 돋보이는 여성 불자 18명을 소개했다.
 “쿠줏따라는 태어날 때부터 척추장애를 갖고 있었고, 교육도 받아본 적이 없는 일자무식이었어요. 궁중 하녀였던 그녀는 붓다로부터 ‘많이 들은 자(多聞)가운데 으뜸’이라고 칭송을 받았어요.”
 이씨는 가장 돋보이는 여성불자로 쿠줏따라를 소개했다. 사마와띠 왕비의 하녀로 매일 왕비로부터 동전 여덟 닢을 받아 화원에서 꽃을 사오던 그녀는 받은 돈의 절반만 꽃을 사고, 절반은 챙겼다. 어느 날 그녀는 화원을 방문한 세존(붓다)의 법문을 듣고 ‘나’에 대한 고집과 애착을 버렸다. 그리고 받은 돈을 모두 꽃을 사다가 왕비에게 올리며, 그동안 자신이 착복했음을 고백했다. 왕비는 벌을 하는 것이 아니라 크게 기뻐하며 그 가르침을 들려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쿠줏따라는 “천한 하녀의 입으로 귀한 세존의 가르침을 전할 수 없으니, 저를 귀한 자로 여기신다면 가르침을 전하겠습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왕비는 그녀를 향기로운 물로 목욕시키고 공손히 합장한 채 법문을 전해 들었다. 그리고 왕비는 하녀였던 그녀를 어머니처럼 믿고 따랐다. 기억력이 좋은 쿠줏따라는 매일 붓다의 설교를 듣고, 왕비와 500여명의 시녀들에게 그 설교를 전하며 최고의 포교사가 됐다.
 “일부 경전에서는 여성은 깨닫지 못하는 존재, 남성을 유혹해서 수행을 방해하는 부정적인 존재로 표현합니다. 모든 수행자에게 이성(異性)은 철저하게 극복돼야 하는 존재이고, 수행의 가장 큰 방해물입니다. 그런데 유독 여성만 몸이 더럽고, 수행자를 유혹하는 사악한 존재로 강조돼고 있어요.”
 이씨는 이런 현상은 기독교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한다. “베드로와 바울이 예루살렘의 지도자로 부각되고 있을 때, 묵묵히 예수를 따르며 성령으로 선택을 받았던 갈릴리 여인들은 이름조차 전해지지 않고 있어요. 초대교회에서 바울보다 먼저 그리스도를 믿고, 바울과 함께 감옥에 갇히면서 사도로 활약한 ‘유니아’는 후대에 남성으로 해석되기도 했어요.”
 중세 일부 신학자들은 여성에 대해 극단적인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었고, 이는 ‘마녀사냥’으로 이어졌다고 이씨는 설명한다. “초기에 마녀로 지목당한 여인들은 약초를 잘 다루거나 병을 치유하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여성이 대부분이었어요. 홍수나 지진, 흑사병 등이 마녀 때문이라며 50만명의 여자가 마녀라는 이름으로 화형에 처해졌는데, 종교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어요”
 이씨는 남성들이 자신이 원하는 여성상을 동화나 신화로 만들어 여성들에게 강요했다고 말한다.
 “‘신데렐라’는 백마를 탄 왕자를 기다리며 계모나 언니의 구박을 견뎌야 했고, ‘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왕자가 키스를 해줘야만 깊은 잠에서 깨어날 수 있었어요. ‘백설공주’는 왕비를 외모만 중시해 질투에 눈이 멀어 상대를 해칠 수 있는 존재로 묘사했어요. 남자는 언제나 영웅이었어요. 반면 잔다르크처럼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하는데 앞장 선 여인은 마녀라는 낙인과 함께 화형이 처해졌어요.”
 이씨는 “붓다는 시대에 순종하지 않고, 생명의 보편적 가치와 인권을 몸소 실천했어요. 당시 철저한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 출가를 허용했고, 남자와 여자를 구분하지 않고 재가불자들에게 가르침을 전하며 수행을 이끌었어요”라고 말한다. 인도는 엄격한 카스트 제도가 있는 신분제 사회였다. 그 속에서 여성은 아무리 신분이 높아도 아버지, 남편, 아들과 같은 남성에게 종속된 ‘불완전하고 미성숙하고 오염 투성이’인 존재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붓다는 여성을 교단으로 받아들여 남성과 동등하게 출가를 허용하였으며, 재가 여성에게도 자상하게 가르침을 전하였다고 한다.
 이씨는 “여성 차별을 극복하기 위해선 ‘이것은 여성을 차별하는 것이다’라고 여성 스스로 깨달아야 하고, 교단도 초기불교에서 붓다가 보여준 남녀 평등정신을 되살려 여성 차별을 없애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해 한국에 온 세계적인 불교 명상지도자 아잔브람(65)은 “비구니가 한국 불교의 최고지도자가 될 수 있느냐”는 한 스님의 질문에 “한국은 대통령도 여자인데…”라고 짧게 대답했다.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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