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울린 이사람/ 놀라운 일!
서영남(인천 민들레국수집 대표)
3년 전 어느 날 점심 무렵이었습니다. 말끔하게 차려입은 신사가 민들레국수집에 들어섭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제 눈을 비볐습니다. 잘못 보지나 않았나 싶었습니다. 면도를 말끔히 한 신사는 분명 우리 브이아이피(VIP) 손님인 대영(가명)씨입니다. 박카스 한 통을 선물로 가지고 왔습니다.
녹차를 대접하면서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죽어도 집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살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국수집에서 사람 대접 받으면서 마음이 풀어졌다고 합니다. 서울에 결혼식이 있어서 왔다가 인사드리고 대전 집으로 내려가려고 찾아왔다고 합니다. 깔끔한 모습 어느 곳에도 노숙을 오래 했다는 흔적을 찾을 수 없습니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는지 그저 놀랍습니다. 몇 번을 악수를 했습니다.
대영씨는 민들레국수집을 시작할 때부터의 손님입니다. 동인천역 주변에서 노숙을 했습니다. 다른 노숙 손님들과는 거의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수염을 텁수룩하게 길렀습니다. 국수집 문을 여는 토요일에는 일찍 와서 놀라울 정도로 많은 양의 밥을 먹었습니다. 목요일과 금요일은 거의 굶다시피 했기 때문입니다. 민들레국수집 주변에 경로식당이 있어도 가질 않습니다. 너무 배가 고파서 한 번 갔다가 욕을 많이 먹었다고 합니다.
대영씨는 책 읽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근처의 도서관에서 구박도 많이 받았습니다. 냄새가 난다는 다른 사람들의 항의 때문에 도서관 직원들이 민들레국수집을 찾아오기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갈아입을 옷을 나눠드리곤 했습니다.
그는 민들레국수집이 바쁘면 식사하러 왔다가 앞치마 입고 설거지도 거들어주었습니다. 지난여름이었습니다. 전화가 왔습니다.
“저, 대영인데요. 대전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걱정하실까봐 전화드립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