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포 세대, 어떻게 스스로 깨어나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요
지난해 말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청춘콘서트에서 한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입니다. 한 질문자가 사회 변화를 위한 청년들의 행동 방법에 대해 물었습니다.
“현재 저희 세대를 3포 세대, 5포 세대, 길게는 7포 세대라고 까지 부르고 제 주변 친구들도 취업이나 결혼, 집을 구하는 게 다 어렵다고 합니다. 그런데 많은 청년들이 TV에서 하는 먹방(먹는 방송)이나 아이 키우는 방송 프로그램에 열광하고 있고, 그런 청년들이 이런 세대 문제에 대한 해결점은 찾고 있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현재 기득권층도 도무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 주지 않을 것 같은데 여기서 청년들이 어떻게 해야 청년 스스로 깨어날 수 있는지, 또 어떠한 행동으로 나아가야 사회가 개선이 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방금 전 청년유니온 대표가 나와서 누가 해주기를 원할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해결하자는 주장을 했잖아요. 그런 분들과 힘을 합해서 청년들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길을 찾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어요. 이 세상에 어떤 것도 누군가가 시혜적으로 100%를 해주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필요한 사람이 요구를 해야 그것도 겨우겨우 이루어지는 게 이 세상이에요. 그래서 옛부터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 이런 말이 있지 않습니까? ‘궁하면 통한다’ 이런 말도 있단 말이에요. 누군가가 해주기를 원하면 답이 없습니다.
불행한 세대? 어른들은 그렇게 생각 안해
어른들은 여러분이 불행한 세대라는 생각을 안 해요. 여기에 문제가 있는 겁니다. 여러분 다 대학을 나왔지 않습니까. 그런데 기성세대는 대부분 대학을 못 나왔기 때문에 ‘우리가 노력해서 너희가 혜택받았다’ 이렇게 생각을 해요. 그리고 ‘너희는 고생을 모르고 자랐다. 우리는 참 고생 많이 했다. 이 좋은 세상에서 힘들다고 아우성칠 게 도대체 뭐가 있냐?’ 이렇게 생각을 하는 거예요. 여러분이 생각할 때는 우리 사정을 모른다 하지만 그분들의 살아온 경험과 세계관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는 악을 쓰고, 뭐라 하고, 미워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닙니다.
제가 조언을 할 수 있는 건 두 가지에요. 하나는 우리가 너무 우리의 요구만 생각하지 말자. 즉 요즘 청년들이 ‘연애를 못한다’ 이래요. 그래서 제가 물어요.
‘연애를 왜 못하느냐? 여자친구가 없어서 못하니?’
‘아니요.’
‘그래 왜?’
‘커피 집에 가서 커피 마실 돈이 없어서 못해요.’
‘그러면 봉지 커피 먹으면서 하면 되지 않느냐.’
‘연애를 어떻게 그런 커피 먹으면서 해요? 멋있는 커피 집에 가서 해야지요.’
그런데 이게 다 멋을 부리는 것 아닙니까. 물론 이해는 되요. 그러나 서로 좋아한다면 공원 벤치에 앉아서도 얘기를 나눌 수 있고 또 보온병에 커피 타가지고 가서 나눠 먹으면서 얘기할 수도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생각을 좀 바꿔야 돼요. 모든 걸 다 그럴듯하게 하고 살려면 끝이 없어요. 지금만 안 되는 게 아니라 10년 후에도 안 되고 20년 후에도 안 되고 30년 후에도 안 됩니다. 그때 가면 그때 조건에서 또 요구가 생기기 때문에 그래요. 그래서 제가 주로 하는 일은 여러분이 지금의 시류에만 빠져서 사물을 보지 말고 조금 다른 각도에서 사물을 보도록 하는 거예요.
선거 때 힘 모아 행위하는 건 헌법적 권리
그리고 다른 하나는 여러분이 힘을 모아야 돼요. 내년 4월에 국회의원 선거가 있지 않습니까. 국회의원 선거에서 청년들이 정치인들에게 ‘청년들을 위한 취업 문제,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너희는 무엇을 할 수 있느냐? 대안을 내라.’ 이런 걸 요구해서 중요한 이슈로 만들고, 그런 공약을 하는 정치인들에게 투표를 하는 구체적인 행위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리고 다음 대통령 선거를 할 때는 젊은이들의 요구를 내걸어야 되요. 지역에서는 지역적 이슈를 내걸고, 또 계급계층마다 다 자기의 이슈를 내걸고 그렇게 하지 않습니까. 그것처럼 젊은이들도 그렇게 자신들의 어떤 이해를 위해서 싸우라는 게 아니라 마땅히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받아야 할 권리를 위해서 우리 모두가 힘을 합해서 공동으로 대응하는 게 필요합니다.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선거에서 이슈로 만들어서 투표를 통해 그 힘을 보여줘서 청년 정책을 국회, 행정부가 수용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는 이상 이 문제는 해결될 길이 없습니다.
예를 들면 등록금 문제의 경우 정부 예산이 없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 때 4대강 개발하는데 많은 예산을 쓴 것을 기억하십니까? 22조인지 24조인지 썼다고 그러지 않습니까. 이런 돈의 일부만이라도 대학생들의 학자금으로 지원한다면 반값 등록금도 충분히 실현할 수 있어요.
인도 같은 나라는 가난한 나라 아닙니까. 그런데도 대학 등록금과 학비가 거의 없습니다. 시험 볼 때 시험 보는 비용만 조금 내면 돼요. 인도가 잘 살아서 그런 것이 아니에요. 사회 시스템이 어떻게 되느냐의 문제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이것을 지속적으로 요구를 해야 합니다.
투표만 잘해도 얼마든지 사회 바꿀 수 있어
그런데 학비를 자기가 벌어서 내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내다보니까 조금 요구하다가 그만두어 버린단 말이에요. 그래서 저는 여러분이 그런 애환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행동을 했으면 합니다. 꼭 길거리에서 데모하는 것만 말하는 게 아니고 인터넷상으로, 여러 통로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행동하는 게 필요합니다. 그럴 때만이 변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겼을 때 ‘우리나라가 독립 되었으면 좋겠다’, ‘일본 놈은 나쁘다’ 이렇게 말만 한다고 독립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나라의 독립을 위해서 희생을 감수하고 투쟁을 했을 때 독립이 되는 것입니다. 또 우리가 독재 정권에 맞섰을 때도 두려워하고만 있었다면 민주화가 이루어질 수 없었습니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학교를 퇴학당하고 감옥에 가고 이렇게 자기희생을 통해서 결국은 민주화를 가져 오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희생해라’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은 그렇게 죽을 일도 없고 감옥에 갈 일도 없잖아요.
지금은 투표만 잘해도 얼마든지 사회를 변화시킬 수가 있어요. 그런 면에서 여러분이 헌법에 보장된 우리의 권리를 명심하면 좋겠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 헌법 정신에 충실해서 우리들의 정당한 요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행동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 정토회 ‘스님의 하루’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