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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부는 왜 달라이 라마 자비를 두려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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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통역하면서 지켜본 제프리 홉킨스 미 대학교수
“다른 종교 지도자들 만날 때도 인간 본질로 접촉점 찾아
한국 사회·종교의 반성과 미래 비전 생각하는 계기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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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인류가 공감할 만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모든 인간은 행복하길 원하고 고통을 피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인간의 변하지 않는 본질입니다.”
 세계적인 불교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81) 곁에서 1997년부터 10년간 영어 통역을 했던 제프리 홉킨스(76) 미국 버지니아대 명예교수는 “달라이 라마의 가르침은 인류에 대한 공통적인 이해인 ‘자비’로부터 출발한다”고 강조한다.
 2일 서울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달라이 라마, 평화와 공존을 말하다’를 주제로 열리는 국제포럼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처음 방문한 홉킨스 교수는 달라이 라마와 티베트 불교 고승의 가르침을 대중적으로 알린 세계적인 석학이다. 달라이 라마 방한추진위원회 초청으로 온 그를 1일 서울 조계사에서 만났다. 우선 그는 손목에 있는 염주를 돌리며 ‘옴마니밧메훔’을 한동안 염송했다. 구도자의 모습이었다. 그는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달라이 라마의 사상과 삶을 이야기했다.
 
 “한 여성이 품에 안겼을 때 미동도 없었다”
 “달라이 라마가 캐나다를 방문했을 때, 강연을 하려고 연단에 오르는 순간 한 여성이 다가와 그의 품에 안겼습니다. 하지만 그의 표정엔 조금의 미동도 없었어요. 차분하게 여성이 물러나기를 기다렸습니다. 언뜻 보면 감정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홉킨스 교수는 달라이 라마가 이처럼 침착하게, 주변의 모든 이에게 깊은 관심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대학에서 티베트 불교를 전공한 그는 인도 다람살라에 있는 달라이 라마의 사원에서 법문을 들었다. 달라이 라마는 하루 4시간씩 법문을 하고 개인 면담을 했다. 이미 많은 티베트 고승을 만나봤던 그는 애초 달라이 라마에게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달랐다. 
 “존자는 누구의 이야기에도 허리를 굽히고 상체를 숙여 집중해 들었습니다. 그리고 상대방이 지니고 있는 고민과 질문에 성심성의껏 대답해 주었습니다. 그 어떤 질문에도 그는 막힘이 없었습니다. 정확하고 예리한 즉문즉답에 반해 스스로 곁에서 통역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달라이 라마는 강연할 때 자주 “여러분들은 나의 형제요 자매”라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조금의 가식도 없이 진정으로 모두를 이해하고 사랑한다고 그는 느낀다. “달라이 라마는 평소 명상을 통해 인간에 대한 본질을 이해하고, 사랑의 실천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추상적인 사랑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사회에 도움이 되는 태도와 마음가짐에 대한 메시지를 우리들에게 끊임없이 던져줍니다.” 
 
 부시에 직접 편지 보내 아프간 침공 말려
 그는 달라이 라마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고 세계적인 영성지도자가 된 이유를 ‘종교와 인간의 차이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동질성을 강조하는 자세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다른 종교 지도자들을 만날 때도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파고들어 접촉점을 찾곤 한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티베트를 무력으로 점령하고, 독립운동을 탄압하고 있음에도 달라이 라마가 비폭력 저항을 원칙으로 유지하는 있는 것도 ‘인간의 본질은 폭력을 싫어하고 행복을 추구하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라는 것이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을 무력으로 침공할 때도 달라이 라마는 부시에게 직접 편지를 써서 말렸습니다. 무력으로는 해결되는 것이 없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비폭력 저항과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는 “중국 정부가 달라이 라마의 외국 방문을 막았을 때도 포기하지 않고 평화적으로 방문을 추진해 일을 성사시켰다”고 말했다. “달라이 라마는 ‘자비’를 이야기합니다. 왜 한국 정부가 그것을 무서워하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자비의 정신을 왜 두려워할까요?” 그는 한국 정부가 달라이 라마의 방문을 허가하지 않고 있는 것은 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라고 지적했다. 
 
 한때 식물인간 상태에 빠지기도
 홉킨스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불교에 관심을 가졌다. 하버드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다람살라에 5년간 머무르며 티베트 불교를 연구했다. 달라이 라마 곁에서 통역을 하면서 여러 권의 ‘달라이 라마 강연록’을 집필했다. <(달라이 라마의) 행복 찾기> <마음 길들이기: 달라이 라마의 명상 로드맵> <달라이 라마, 삶을 이야기하다> <달라이 라마, 죽음을 이야기하다> 등을 통해 달라이 라마의 사상을 전세계에 알리는 메신저가 되고 있다. 또 <자비 명상> 등 명상에 대한 책도 썼다. 저서가 30여권, 논문도 60여편에 이른다. 
 1973년부터 버지니아대 종교학 교수로 재직하던 그는 인도에서 얻은 기생충 감염질환 탓에 1991년 한때 식물인간 상태에 빠지기도 했고, 오랜 약물치료의 부작용으로 시각과 언어 장애를 겪어 2004년 은퇴했다.  
 “달라이 라마의 한국 방문은 한국 사회와 종교가 안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반성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생각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홉킨스 교수는 “더 이상 한국 정부가 중국의 눈치를 보며 방문을 막아선 안 될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그는 “달라이 라마는 한국 정부가 방문을 허락하면 모든 일정을 제치고 달려갈 것이라고 여러 차례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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