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1년생인 딸이 아버지에게 물었다. “저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어쩌면 좋아요?” 사업가인 아버지는 이렇게 답했다. “모든 것을 놓아 보아라. 대학도 휴학하고 혼자 있는 시간을 가져라. 기왕이면 고향인 인도에 가서 너의 뿌리를 찾아 보거라.”
런던에서 약학을 전공하던 딸은 아버지의 말을 그대로 따랐다. 8살때 떠났던 인도에 가서 몇 달간 관광객처럼 이리저리 구경하며 지냈다. 시간이 지나자 지루해졌다. 문득 ‘나를 교육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상학교에 입학했다. 어릴 때부터 할머니와 어머니가 틈나는 대로 명상에 심취하는 것을 보면서 자랐다. 명상학교 교장은 양심에 대해 이야기했다. “양심에 어긋나지 않게 밝게 살아야 한다.”
“어떻게 하면 양심이 밝게 살 수 있나요?” 스승은 간결하게 대답했다. “그 답은 명상에 있다.”
세계적인 명상지도자인 자얀티 카르팔라니(68·사진)는 그런 인연으로 명상가의 길에 들어섰다. 브라마쿠마리스 세계명상대학의 런던 상설센터에서 유럽 전역의 명상학교를 총괄하고 있는 그가 한국브라마쿠마리스협회 초청으로 지난 8일 한국에 왔다. 1930년대 인도에서 브라마 바바에 의해 태동한 브라마쿠마리스 세계명상대학은 현재 세계 110여개 나라에서 명상센터를 열어 라자요가를 보급하고 있다. 한국에는 92년 협회가 설립돼 서울·부산 등에 센터를 두고 있다.
브라마쿠마리스에서는 바쁜 현대인이 쉽게 명상에 몰입할 수 있도록 ‘1분의 평화(just-a-minute)’라는 웹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 한남동의 브라마쿠마리스 명상센터에서 만난 자얀티는 가슴 깊이 파고드는 나직한 목소리로 명상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명상은 마음의 평화를 찾아가는 방법입니다. 마음의 평화는 누구나 한순간엔 맛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항상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그는 마음의 평화를 이런 인도 우화로 설명했다, 인도의 한 왕비가 값진 진주목걸이를 잃어버렸다. 온갖 곳을 찾아 헤매었으나 목걸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근심에 쌓여 포기하려는 순간, 왕비는 그 목걸이가 바로 자신의 목에 걸려 있음을 깨달았다. 마음의 평화도 이와 같다는 것이다. 평화를 외부에서 찾으려 한다면 항상 실망한다. 평화를 내 자신 안에서 어떻게 찾는지를 배운다면, 평화는 항상 내 곁에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명상은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나 자신을 즐긴다’는 뜻입니다. 막연히 ‘나’라고 여겼던, 스트레스와 괴로움으로 가득 찬 사람과는 다른, 매우 다른 ‘나’를 명상을 통해 발견하면, 나의 참된 본성과 진실한 모습은 실제로는 매우 긍정적인 것을 알게 됩니다. 명상은 마음의 올바른 사용 또는 긍정적인 사고라고 할 수 있어요.”
그에게 구체적인 명상의 방법을 물었다. “등을 곧게 펴고 편안한 자세로 앉습니다. 자세는 바닥에 앉아도 좋고 의자에 앉아도 돼요. 시각적으로 산만한 것이 없는 조용한 장소가 좋아요. 도움이 된다면 부드러운 배경 음악을 틀어도 좋아요. 그리고 내면을 향해 마음속의 생각들을 지켜보기 시작합니다. 서서히 생각들의 속도가 느려지면서 마음이 점점 차분해지고, 생각 하나 하나가 더 뚜렷해집니다. 그리고 생각과 생각 사이에 여유 공간이 생깁니다.”
“마음속의 여유 공간이 생길 때 이런 생각을 떠올립니다. 나는 … 평화롭다 ... 내 마음은 더욱 차분해지고 명료해집니다 … 나는 아주 자유롭게 나의 내면세계를 탐색합니다 … 나는 내가 본래부터 가지고 있던 평화 의식으로 돌아와서 … 평화와 고요의 느낌을 즐깁니다…”
최소한 하루 두 번 이상 이런 명상을 하면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고 권한다. 가장 좋은 시간은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전과 그날 일을 마친 저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낮에 일을 하면서도 ‘평화는 진정한 나의 본질’이라는 의식을 계속 간직하라는 것이다.
그는 긴장을 푸는 것이 명상의 첫 단계임을 강조한다. “긴장을 풀수록 가볍고 평온한 느낌이 점점 깊어집니다. 그런 다음에 내면에서 솟아오르는 고요함을 느낄 수 있는 강력한 명상 상태에 이를 수 있습니다. 이런 체험을 하면 할수록 가벼움, 자유로움, 그리고 내면의 힘을 경험합니다. 내 앞에 닥치는 문제나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선 이런 가벼운 마음과 내적인 힘이 필요합니다.”
한국·중국·일본 등 아시아 5개국을 순회하는 이번 투어에서 그는 특히 ‘기후변화시대에 행복하게 사는 법’을 빼놓지 않고 강연했다. 그는 지구 환경보호에 큰 관심이 있다. “현대인들은 자연을 존중하지 않아요. 숲을 볼때 자원을 주는 물질적 대상으로 볼뿐, 아름다움을 주고 산소를 공급하는 자연으로 보지 않아요. 자연을 착취 대상으로 보기 때문에 자연이 황폐해지는 겁니다. 자연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신에 대한 존중이 없어서 그래요.”
그는 브라마쿠마리스의 유엔 제네바 사무소 대표로, ‘2015 파리 기후협약 총회’ 등 유엔의 국제회의와 프로젝트에 참여해 영적인 가치관들이 세계 변화를 가져오는데 어떤 역할을 하는가에 대한 연구를 해왔다. 그는 농사에도 명상이 큰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인도의 한 농부는 유기농 재배를 하며 파종과 수확할 때 깊은 명상을 했어요. 그 결과 명상을 하지 않고 재배한 농산물에 비해 큰 차이가 나는 것을 발견했어요. 명상이 농작물의 수확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 증명된 것입니다.”
인도의 요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요가인 라자요가를 배우는 전세계의 브라마쿠마리스 명상센터는 모두 무료로 명상지도를 한다. 자얀티는 “영성은 따뜻한 햇빛과 같아요. 햇빛은 병에 넣어 팔수 없잖아요. 명상을 통해 얻어지는 지식은 너무 값져서 금액을 매길 수가 없어요.”라고 말한다.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