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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한겨레 수행·치유 전문 웹진 - 휴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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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들의 ‘처음’, 세속과 출가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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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자씨 ‘스님의 첫마음’ 펴내
세번이나 쫓겨난 사연, 여학생과의 마지막 결별…
“출가자는 마음 밝히는 길을 가는 행복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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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팔남매의 장남이자 장손이었다. 군대도 갔다 와, 직장생활을 하다 어느 날 엿장수가 돼 전국을 떠돌았다. 토함산 기슭에서 노숙을 하다가 새벽에 범종 소리를 들었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가슴 깊이 파고든 범종 소리는 온몸을 떨게 했고, 불국사로 달려가 출가를 청하게 했다. 행색이 걸인이라 문전박대당했다. 집에 가서 행장을 정리하고 다시 송광사로 간 그는 출가에 ‘성공’했다. 스물아홉 비교적 늦은 나이였다.
 하지만 그는 송광사에서 사미계를 받기 전까지 세번이나 쫓겨났다. 한번은 그에게 반말을 하는 어린 선배 스님에게 대들다가 암자로 쫓겨났다. 그 암자에서 허락도 없이 혼자 삭발을 해 두번째 쫓겨났다. 또 갓 들어온 행자와 말다툼을 벌이다가 쫓겨났다. 하지만 끝내 승려가 됐다. <불교방송>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장흥 보림사 주지를 지낸 지묵 스님의 행자 시절이다.
 오랜 수행 생활을 한 스님들의 출가 사연은 궁금하지만 묻기 쉽지 않다. 욕망과 번뇌에서 벗어나기 위해 속세를 떠난 그들이기에 이유를 묻는다는 것은 바보스런 질문일 수 있다. 하지만 궁금하다. 또 그런 스님들이 어떻게 행자 생활을 했는지도. 삭발하고 산문에 들어서서 겪는 행자 생활은 초발심이 무너지고, 다시 서는 고행과 인내, 갈등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동국대 역경위원이자 불교 전문 작가인 박원자(60)씨가 최근 펴낸 <스님의 첫마음>(뜨란)은 존경받는 스님들이 어떤 인연과 마음으로 출가했는지를 자세히 보여준다. 박씨는 1996년부터 12년간 월간 <해인>에 ‘나의 행자 시절’이란 이름으로 120여명의 스님 이야기를 연재했다. 그 가운데 48명의 수행 내력을 이 책에 추렸다.
 지난 22일 조계사에서 만난 박씨는 “출가는 당사자들에겐 일생의 대전환점이자, 가장 온전하게 잘 살 수 있는 삶을 선택하는 과정”이었다며 “오염되지 않은 초심을 끝까지 지켜내는 것이 곧 불성이었다”고 말했다. 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마음을 밝히는 사람”이라며 “출가자는 마음 밝히는 길을 걸어가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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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철 스님을 만나 본격적인 참선을 공부하고, 조계종 종정과 해인총림 방장까지 지낸 법전 스님의 행자 시절은 처절하기까지 했다. 14살에 출가한 그는 죽음을 각오하고 화두를 붙잡았다. 묘적암에 들어가 암자문을 걸어 잠갔다. 하루 세끼 밥하기도 번거로워 한꺼번에 해놓고 찬밥 한덩이에 김치 몇쪽 올려 때웠다. 더딘 수행을 자책하며 통한의 눈물도 여러번 흘렸다. 부모 형제가 그리워 “집에 가고 싶다”고 했더니 스승(묵담 스님)은 출가한 햇수를 물었다. 3년 됐다고 하니 출가할 때 입었던 옷을 가져오라고 했다. 그사이 몸은 커져 있었다. 스승은 “집에 가려거든 여기 와서 밥 먹고 커진 살을 모두 베어놓고 가라”고 말했다. 법전 스님은 손이 발이 되도록 빌며 용서를 구했다.
 성철 스님의 딸인 불필 스님의 출가 모습도 감동적이다. 대학 2학년 때 딸은 한번도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 큰스님에게 질문을 받는다. “니는 무엇을 위해 사노?” “행복을 위해 삽니다.” “행복엔 영원한 행복과 일시적인 행복이 있다. 부처님처럼 도를 깨친 사람은 영원한 행복을 누리는 대자유인이고, 세상의 오욕락을 누리고 사는 것은 일시적인 행복이다.” “도를 깨치려면 어떻게 공부해야 합니까?” “화두를 들고 참선하면 도를 깨칠 수 있는기라.” 그리고 큰스님은 딸에게 ‘마삼근’(麻三斤)이란 화두를 줬다. 대학 졸업 뒤 출가한 불필 스님은 이불도 의자도 없이 백일 동안 서서 참선을 하다 보니 눈으로 잠이 오는 것이 아니라 다리가 조는 느낌까지 들었다고 한다.
 예전엔 집안이 어려워 어린 나이에 절에 맡겨져 출가한 스님도 많지만, 요즘은 대부분 자신의 의지로 출가한다. 박씨는 해남 미황사 주지인 금강 스님의 초발심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한다. 고교 시절 ‘육조단경’을 읽으며 출가를 꿈꾸던 소년은 졸업을 하자마자 해인사로 달려가 행자 생활을 시작했다. 행자실에서 하룻밤을 자고 나니 눈에 들어오는 절의 풍경이 모두 낯이 익었다. 금강 스님은 ‘아하! 내가 전생에 여기서 중노릇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라도 빨리 행자복을 입고 싶은 마음에 행자반장에게 “삼천배를 하고 머리 깎으면 행자복을 입을 수 있나요?”라고 묻기까지 했다. 행자 시절 어머니의 죽음을 슬퍼했던 스님은, 면회 온 한 여학생과 일주문 밖에서 헤어지며 ‘이대로 따라가고 싶다’는 마음에 (아주 잠시) 갈등하기도 했다고 한다.
 숙명여대에서 중문학을 전공하고 졸업 논문을 쓰며 불교를 접해 불자가 된 박씨는 <초발심자경문>에 나오는 ‘삼일수심 천재보, 백년탐물 일조진(三日修心 千載寶, 百年貪物 一朝塵·삼일 동안 닦은 마음 천년의 보배요, 백년 동안 탐한 재물 하루아침의 티끌이로다)라는 구절이 많은 이들을 출가시켰다고 말한다.
 “출가의 핵심은 수행이고, 수행의 핵심은 변화입니다. 욕심과 분노와 어리석음으로 오염되기 이전의 순수한 불성의 첫마음으로 돌아가 많은 이들이 인생의 변화를 갖길 바랍니다.”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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