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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한겨레 수행·치유 전문 웹진 - 휴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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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번에 전생~내생 본다는 그가 나를 보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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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만나본 달라이 라마 <1>
“불상은 불상일 뿐 맹신은 시대착오, 과학적으로 증명해야
사랑과 자비, 베품은 가촐릭 기독교 이슬람교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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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불자들은 ‘존자(尊子)’라고 부른다. 달라이 라마 존자. 관세음보살인 부처가 70회 환생해 현세에 살고 있다고 사람들은 믿는다. 그래서 그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그의 미소와 그의 손짓, 발짓을 가까이 보려고 전세계에서 불자들은 인도의 다람살라로 몰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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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부드러운 음성으로 자신을 보러 온 불자들을 맞이한다. 멀리서 그를 쳐다보며 삼배를 한다. 그가 지나가는 길목에서 무릎을 꿇고 합장을 하며 바라본다. 그는 세계적인 종교지도자이며 정신적 지주이기도 하다. 중국에 대한 그의 비폭력 저항은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중국은 군사력을 앞세워 티베트를 점령하고 수십만명을 학살했다. 달라이 라마는 지난 1959년, 중국이 티베트를 무력으로 침공했을 때를 설명하는 법문을 하며 ‘펑펑’ 울기도 한다. 당시 중국군들은 달라이 라마의 사진을 땅에 놓고 밟고 지나가며 살려주고, 밟지 않는 티베트인은 즉결처분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달라이 라마는 그런 중국에 대해 무력으로 저항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을 용서하자고 법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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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들어 첫 법회…3천여명 구름처럼 몰려
 지난달 29일부터 티베트의 망명정부가 있는 다람살라에서는 달라이 라마가 직접 법문을 하는 대법회가 열렸다. 나흘 동안 열리는 이 법회는 아시아인들을 위한 특별법회로, 달라이 라마가 오전에 3시간 불경을 강의한다. 한국의 불자 200여명을 비롯해, 대만과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에서 2천여명의 불자들이 다람살라에 모였다. 법문이 열리는 남걀사원에는 망명해 살고 현지의 티베트인과 전세계에서 온 불자를 포함해  3천여명이 날마다 입추의 여지없이 사원을 채운 채 ‘존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동시 통역되는 언어만도 10개국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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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서 다람살라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인천공항에서 뉴델리까지 8시간을 비행했다. 한국시간 밤 8시40분에 출발한 비행기는 8시간을 밤새 날았다. 뉴델리 공항에 도착한 시각은 새벽 1시. 한국과는 3시간 30분의 시차가 있다. 공항에서 40분가량 버스를 타고 시내 호텔에 와서 1시간 반, 잠깐 눈을 붙이고 다시 버스를 타고 뉴델리 기차역으로 갔다. 4시간 기차를 타고, 다시 버스를 타고 8시간을 산길을 달려서야 다람살라에 도착했다.  뉴델리가 인도의 북쪽에 있고, 뉴델리에서 서북쪽으로 국경 가까이 가는 셈이다.
 새벽 5시부터 사원에 입장하는 불자들은 오전 8시 반부터 시작되는 달라이 라마의 법문이 시작되기 전까지 불경을 암송하고 예불을 드린다. 사원에 입장하기 위해선 삼엄한 몸 수색과 엑스레이 검색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특히 휴대폰은 누구도 휴대할 수 없다. 3년 전 한 테러리스트가 달라이 라마를 암살하기 위해 휴대폰 안에 폭탄을 설치해 입장하려다가 걸렸기 때문이다. 기관단총을 든 경호원이 곳곳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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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시간 잠자고 아침 겸 점심 한 끼만…소고기 한 달에 한 번
 달라이 라마가 앉아 법문하는 법상 주변은 이미 예약된 이들이 앉는다. 지난달 29일은 한국인 불자들을 위한 법회였다. 법상 주변엔 한국에서 온 스님과 불자들이 자리했다. 물론 다른 나라에서 온 불자들도 함께한다. 이날 법회에 참가한 한국인 불자들은 1인당 30만원씩 남걀사원에 시주했다. 이 돈으로 사원은 법회 중간에 빵과 티베트식 우유를 모두에게 제공하고, 점심도 제공한다. 법문 전에는 한국에서 본 비구니 스님이 낭낭한 목소리로 ‘나무아미타불’을 마이크로 염송해 이날 법회가 한국인들이 호스트임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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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달라이 라마의 법문은 올 들어 처음 열리는 것이라 더욱 관심이 고조됐다. 달라이 라마는 2년 전까지만 해도 두 달에 한 번씩 법문을 했다. 한번 법문을 하면 오전에 시작해서 오후까지 8시간 이상 부처의 말씀을 전했다. 그러나 80이 넘은 지지난해부터는 한해 법문 횟수가 줄었고, 오전에만 한다고 한다.
 기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소고기도 한 달에 한번은 먹는다고 한다. 2년 전 암수술 이후 의사가 단백질 섭취를 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밤 10시에 잠자리에 들어 새벽 2시에 깨서 오전 일과가 시작되기 전까지 4시간 동안 달라이 라마는 자신의 방에서 명상하고, 기도하고, 운동하고, 독서하는 습관을 이어오고 있다. 전세계에서 그를 보기 위해 몰려드는 이들을 만나기 위해 낮에는 자신의 시간을 갖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아침 겸 점심을 간단히 하고, 오후에는 일절 식사를 하지 않는 오후 불식(不食)의 원칙도 지킨 지 오래이다. 그럼에도 그의 목소리는 아직 우렁차고, 힘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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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 남에게 해를 끼치지 말라”
 법문은 누구가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으로 친절하게 한다. 이날 법문은  용수보살의 ‘보만론’을 교재로 강의했다. 그는 “인간은 사랑과 자비의 천성을 갖고 태어난 존재인 만큼 내면의 고요함으로 사랑과 자비, 베푸는 마음을 다시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불교의 공성(空性)과 무아, 보리심, 사성제 등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 후 ‘심신(믿음)’에 대한 착각에서 벗어나기를 주문했다. 그는 이미 불교 우주관의 기본을 이루는 수미산은 과학으로 거짓임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수미산은 세계의 중심에 있다는 상상의 산이다. 달라이 라마는 “불상은 불상일 뿐이다. 부처님은 우리들에게 금을 연마하는 세공사처럼 종교적 진리를 잘라보고, 태워보고, 쪼개봐서 이치에 맞다면 믿으라고 한 것을 되씹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과학을 좋아했던 그는 맹신적인 종교는 이제 시대착오적이고,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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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라이 라마는 사부대중을 바라보며 때로는 속삭이듯, 때로는 우렁차게, 때로는 설득력 있게 설법을 했다.
  “나는 70억 인류 중 한 사람이다. 70억의 사람들 모두 행복을 원하기는 마찬가지다. 내가 행복을 원하는 만큼 다른 사람도 행복을 원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내가 행복하기 위해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불행하게 할 수는 없다. 가톨릭, 기독교, 이슬람에서도 사랑과 자비, 베품을 강조하지 않나”라고 하면서 스스로를 평범한 인간으로 끌어내리며, 모두에게 사랑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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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드리 햅번이 고백한 ‘딱 한 가지 실수’
  지난 1993년 64세 일기로 세상을 떠난 세계적인 여배우 오드리 헵번이 왜 딸에게 “인생을 살면서 딱 한 가지 실수했다. 그것은 바로 성자 달라이 라마를 만나지 못한 것이었다”고 했는지 실감이 된다.
  3시간의 법문을 마친 달라이 라마는 사원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자신의 숙소로 돌아갔다. 수많은 불자들은 그에게 축복을 구했다. 그는 한 사람 한 사람 손을 잡고, 눈을 마주보며 정감 넘치는 이야기를 했다.  사인을 원하면 사인을 해줬고, 축복을 원하면 머리에 손을 얹고 축복을 해줬다. 10여명이 경호원들은 그런 달라이 라마를 경호하기에 정신이 없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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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달라이 라마와 손을 잡았다. 다음날이었다. 달라이 라마의 손은 한없이 푸근했다. 마치 온기를 한껏 품은 스펀지를 잡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의 미소를 가까이서 보았다. 한 번 보면 그 사람의 전생과 금생, 그리고 내생까지 일견에 본다는 달라이 라마가 나를 보며 웃었다. (계속)
 다람살라/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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