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년생 청년과 84년생 청년 둘을 데리고 건강보험공단에 갔습니다.
84년생 청년은 24살 때부터 노숙을 시작했습니다. 일거리가 있을 때는 겨우 살다가 돈 떨어지면 노숙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몇 차례나 어린 청년이 노숙하는 것이 안쓰러워 도와주곤 했습니다. 민들레 식구로 받아들여 취직도 하게 했습니다. 돈만 손에 쥐면 사라지곤 했습니다. 오랫동안 보이지 않다가 초라한 몰골로 나타나면 식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러다가 2년 전쯤 거제도에 취직이 되었다며 떠났습니다. 얼마 전에 또 민들레국수집에 나타났습니다. 옷은 몇 달을 갈아입지도 못한 듯합니다. 공원에서 노숙을 한다고 합니다. 몸이 가려워 죽겠답니다. 민들레희망센터에서 씻고, 민들레 옷가게에서 전부 갈아 입혔습니다. 입었던 옷은 쓰레기통에 버렸습니다. 식사하게 한 후에 이발시키고, 찜질방에서 잘 수 있게 표를 줬습니다.
거의 십여 년을 살아보려 발버둥쳤지만 금수저가 아니라 흙수저조차 가지고 태어나지 못한 청년이 살아갈 수 있는 나라가 아닙니다. 그동안 믿을 수 없게 행동했던 과거도 있어서 이제는 시간을 두고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찜질방에서 잘 수 있게 하고 식사는 삼시세끼 민들레국수집에서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몇 달 더 지켜보고 잘 견디면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
알레르기 때문인지 얼굴을 무척 가려워 합니다. 약을 발라봐도 차도가 없어 병원엘 데려가야겠는데, 주민등록도 말소가 되어 있고 건강보험도 오랜 연체로 안 됩니다. 방을 마련해서 주소를 옮기고 건강보험공단에 밀린 보험료를 24개월 분할 납부하기로 했습니다.
88년생 청년도 부모 이혼 후 할머니 품에서 살다가 17살에 혼자가 되어 살았다고 합니다. 얼마 전부터 공원에서 잠을 자게 되고 다행스럽게 베로니카의 도움으로 찜질방에서 자면서 민들레국수집에서 삼시세끼를 해결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주민등록 말소는 되지 않았고요. 건강보험료는 70만원 정도가 밀려서 분할 납부 신청을 했고, 전 주소가 월세를 내던 쪽방이어서 84년생 청년과 함께 지낼 주소로 이전했습니다. 주민등록 재발급을 받기 위해 증명사진을 새로 찍었습니다. 증명사진 찍을 돈이 없어 주민등록증 재발급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보험공단에 가는 길에 찜질방에서 자는 것이 힘들지 않는지 물어봤더니 공원에서 잘 때를 비하면 천국이라고 합니다. 노숙할 때는 선잠으로 자는 둥 마는 둥 하며 죽지 못해 살았답니다.
흙수저라도 하나 챙겨 나오지도 못한 젊은 청춘들입니다.
※ ‘민들레국수집’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