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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한겨레 수행·치유 전문 웹진 - 휴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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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엔 나중은 없다, 바로 지금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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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라는 최고의 선물

저는 강의 중에 가끔 이렇게 말해줍니다.
“여러분, 여행은 가슴이 떨릴 때 가야지 다리가 떨릴 때 가면 안 됩니다.”
그러면 한바탕 웃고 나서 이런 답변이 돌아옵니다.
“말씀은 좋은데 아이들 공부도 시켜야 하고, 결혼도 시켜야 하고, 해줄 게 많으니 나중에 갈게요.”
water-165219_960_720.jpg» 여행. 사진 pixabay.com.
하지만 나중은 없습니다. 세상에 가장 허망한 약속이 바로 ‘나중에’입니다. 무엇인가 하고 싶으면 바로 지금 하십시오. 영어로 ‘present’는 ‘현재’라는 뜻인데, ‘선물’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현재’라는 시간 그 자체가 선물입니다. 오늘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은 내일도 행복할 수 없습니다. 

암 환자들이 저를 찾아와서 이렇게 하소연합니다.
“신부님. 제가 예순 살부터는 여행을 다니며 즐겁게 살려고 평생 아무 데도 다니지 않고 악착같이 일만 해서 돈을 모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암에 걸려서 꼼짝도 할 수가 없습니다. 차라리 젊었을 때 여행도 다닐 걸 너무 억울합니다.”

이런 분들도 있습니다.
“오늘은 정말 갈비가 먹고 싶네. 그래도 내가 평생 먹지도 않고 쓰지도 않으면서 키운 아들딸이 셋이나 있으니 큰아들이 사주려나, 둘째아들이 사주려나, 막내딸이 사주려나…….”
이렇게 목을 길게 늘어트리고 하염없이 자식들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옆에서 보기도 답답한 분들입니다. 일하다 말고 ‘어? 우리 엄마가 지금 갈비를 먹고 싶어 하네. 당장 가서 사드려야지!’ 하고, 아무리 내 뱃속에서 나왔어도 이렇게 텔레파시가 통하는 자식은 없습니다.

지금 갈비가 먹고 싶은 심정은 오직 자기 자신만 알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니 갈비를 누가 사줘야 하나요? 내가 사 먹으면 됩니다. 누구 돈으로 사 먹나요? 당연히 자기 지갑에서 나온 돈으로 사 먹어야 합니다. 결국 나한테 끝까지 잘해줄 사람은 본인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또 하나 말씀드릴 것은, 나의 행복을 자식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는 사실입니다. 자식이 자주 찾아와 효도하면 행복하고, 아무도 찾아오지 않으면 불행하다고 말하는 노인은 자신의 삶을 껴안을 줄 모르는 사람입니다. 자식들은 자라면서 온갖 재롱을 피우고 순간순간 예쁜 모습을 보일 때 이미 효도를 다 했습니다.

진정으로 행복해지고 싶다면, 가만히 앉아서 누가 나를 행복하게 해주기만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정신 상태부터 바꿔야 합니다.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내가 알아서 사 먹고, 행복해지고 싶다면 지금 당장 행복한 일을 만들어보세요. 나중은 없습니다. 지금이 나에게 주어진 최고의 선물임을 잊지 마십시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산다는 것

페르시아 만 북쪽에 있는, 석유가 많이 나는 나라 카타르는 사람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국민소득이 10만 달러입니다. 국가의 모든 땅에서 석유가 펑펑 올라오니 세금도 없고, 거지도 없습니다. 이에 비해 좁은 땅에 자원도 별로 없는 우리나라는 오직 하나 공부만이 살길입니다. 그래서 엄마들은 자녀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이 녀석아, 나중에 커서 부자 되고 싶으면 놀지 말고 열심히 공부해야 된다.”

오죽하면 어느 여자고등학교에는 ‘10분 더 공부하면 남편감이 바뀐다’는 웃지 못할 급훈도 있다 합니다. 우리나라 아이들에게 공부는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도 아니고, 참된 삶의 지혜를 깨닫기 위해서도 아니고,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더더욱 아닙니다. 오직 돈을 많이 벌어 남보다 부자로 살고, 경쟁사회에서 돋보이는 인생을 살기 위해서입니다.

문제는 모든 아이가 공부를 잘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공부보다 노래를 잘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축구나 야구 같은 운동에 특별한 재주가 있는 아이도 있습니다. 부모는 이런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노래만 부르면 공부는 언제 하니? 영어, 수학을 잘해야 좋은 대학 가지!”
“이놈아, 밤낮 공만 차고 돌아다니면 뭐하니? 공부를 잘해야지!”
대한민국은 학교를 다니면 다닐수록 타고난 재능이 사라져버립니다. 자녀의 앞날을 내다보지 못하고 일찌감치 재능을 짓밟아버리는 부모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 부모들도 삶의 중반전을 넘길 때가 되면 한 가지 뼈저리게 깨닫는 것이 있습니다.
“나는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왔는가? 그렇게 하지 못했다면 내가 지금 진정으로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평생 이렇게 느끼면서도 자기 모습은 부인하고 자녀들한테만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강요해왔는지도 모릅니다. 혹시 당신도 그런 부모라면 다음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십시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

제 조카 중 하나가 2013년 아프리카 잠비아 봉사 현장에서 그만 말라리아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말라리아는 아직도 매년 세계에서 300만 명의 생명을 앗아갈 정도로 무서운 병입니다. 

처음엔 독감인 줄 알고 작은 병원에 입원시켰는데, 백혈구 수치가 계속 치솟아 죽기 직전 상황까지 이르고서야 서울 국립의료원에 입원을 시켰습니다. 그래도 안심이 안 되어 서울대학병원 강의할 때 알게 된 감염내과 의사를 찾아가 우리 조카 좀 살려달라고 애원했습니다. 저를 따라갔다가 죽을병에 걸렸으니 별 도리가 없었습니다. 평생 그렇게 간절한 기도를 올린 적이 없을 만큼 하느님께 열성으로 기도했습니다.

며칠이 지나서 당장 죽을 지경이던 아이가 기적처럼 살아났습니다. 조카는 아프리카에 가기 전에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했는데, 병을 치료하고 나서는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했습니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죽음 직전까지 가보니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걸 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결국 그 조카는 다시 음악공부를 시작해서 스물넷에 뮤지컬학과에 들어갔습니다.
guitar-1583461_960_720.jpg» 기타와 악보. 사진 pixabay.com로마 역사상 가장 뛰어난 황제이자 스토아학파의 철학자로도 유명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남긴 《명상록》에 이런 말이 담겨 있습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
죽음 일보 직전까지 갔다 온 조카는 이 말의 진리를 마음속 깊이 깨닫는 귀중한 체험을 한 것입니다.

얼마 전, 제가 있는 생태마을에 조카가 왔습니다. 신부 삼촌 때문에 인생이 바뀌었다면서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선물했습니다. 기가 막히게 잘 부르더군요. 듣는 동안 제 심장이 다 떨릴 정도였습니다. 자신이 그토록 좋아하는 노래를 행복하게 부르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 애의 아버지인 저의 둘째형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 아이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제일 행복한 아이야.”

우리는 자녀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아이가 되기를 원합니다. 그럼에도 여기에 돈이라는 목표가 개입되기 시작하면서 행복으로 가는 길이 점차 멀어지게 됩니다. 돈하고는 조금 거리가 있어도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산다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저의 조카는 보여주었습니다. 자신의 삶을 힘껏 껴안아주고 있는, 노래하고 있는 조카의 행복한 모습이 참으로 대견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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