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연애의 초반에는 열정과 환상이 없을 수 없다. 그래도 진정한 사랑만이 살아남는다. 당신을 사로잡는 감정이 진정한 사랑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보느냐고? 그 연애에 필리아(사랑과 우정)와 동일한 표식이 있는지 살펴보라. 그 사람이 나에게 주는 쾌감 말고도, 그 사람 본연의 진실한 모습을 대할 때 내가 마음에서 깨어나는 기쁨이 있는가? 그 사람을 기쁘게 하고 싶고, 그 사람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고, 그 사람이 온전히 자기답게 살기를 바라는가?
사랑은 소유가 아니라 상대가 마음껏 숨 쉬게 해주는 것이다. 살아은 상대를 독점하거나 나 없이는 못 살게 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오히려 그 사람의 자율을 바란다. 질투, 소유욕, 상대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관계에 기생할 뿐 아니라 아예 관계 자체를 잡아먹는다. 진정한 사랑은 불잡지 않고 되레 놓아준다. 진정한 사랑은 타자를 압박하지 않고 더 편히 쉼 쉬게 해준다. 진정한 사랑은 타자가 자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자기를 자유로이 내준다. 진정한 사랑은 타자의 현존을 추구하지만 고독한 시간, 그 사람과 따로 보내는 시간도 사랑한다. 그런 시간이 있기에 그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이 더욱더 감미롭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철학, 기쁨을 길들이다>(프레데릭 르누아르 지음, 이세진 옮김, 와이즈베리 펴냄)
프레데릭 르누아르
=세계적 철학자이자 종교사학자다. 프랑스 고등사회과학연구원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프랑스 퀼튀르방송국 교양프로그램 <하늘의 뿌리> 공동연출자, 프랑스 최고의 종교잡지 <종교의 세계> 편집인으로 활동했다. 스위스 프리부르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가톨릭 도미니크회의 수사인 마리 도미니크 필립과 세계적인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피에르 신부, 움베르토 에코 등과 철학 및 영성에 관한 대담집 및 공동연구소를 펴내기도 했다. 소설 <천사의 약속>,<루나의 예언>은 20여 개국에서 출간되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어 '프레데릭 르누아르 신드롬'이라는 신조어를 만들기도 했다. 그 외에 <행복을 철학하다>, <오직, 사랑>, <네오르네상스가 온다>, <불교와 서양의 만남>, <이중설계>, <신이 된 예수>, <그리스도 철학자>, <젊은 날, 아픔을 철학하다> 등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