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금이 그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듯이, 교회도 교회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며칠전 경남 함양의 개신교공동체인 두레마을에서 열린 생태마을네트워크를 마치고, 참석자들과 함께 한 순례코스의 하나로 실상사를 방문했다.
실상사의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운동에 대한 설명을 듣고, 점심을 함께 했다.
이번 모임 참석자들의 대부분은 개신교인들이었고, 목사들도 10명 가까이 참석했다. 목사들과 점심을 하면서 실상사 회주인 도법 스님이 물었다.
"기독교에서 정의를 구현하는 것을 강조하고, 또 `원수를 사랑하라'고도 하는데, 정의 구현과 원수 사랑은 상충되게 보이기도 하는데, 그것을 어떻게 동시에 할 수 있는 것이냐"고 물었다. 그러나 그에 대해 제대로 된 답이 없었다.
브루더호프 창시자 에버하르트 아놀드는 <빛과 소금>이란 책에서 정의와 원수 사랑을 동시에 얘기했다. 그는 "하나님 나라의 힘은 사랑과 의를 드러낸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금은 소금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위해서 존재한 것처럼 기독교인도 세상의 불의와 부패를 막기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의를 실현할 때도 사랑을 잃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기독교인에겐 자기 자신을 죽일지라도 남을 죽이지않는 사랑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에버하르트 아놀드는 "소금과 마찬가지로 교회도 자기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존재들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라고 했다. 가톨릭 프란치스코 교황은 취임 이후 이런 교회론을 늘 설파했다. 에버하르트 아놀드는 이미 100여년전 이런 교회론을 주창했다. 그가 <빛과 소금>에서 한 말들이다.
소금의 본질은 소금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소금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소금의 핵심은 그 역할에 있습니다. 소금 그 자체만으로는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소금은 전체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입니다.
누구든지 하나님의 생명을 자기 속에 받아들이고 하나님의 미래 즉, 하나님 나라의 본질을 이해하는 사람은 소금의 특성을 띠게 됩니다.하나님에게 중요한 것은 진실입니다. 내면의 자아아 감정에 일치하지 않는 태도를 가진 사람은 하나님께서는 원하시지 않습니다. 그리스도는 주위에 모여든 사람들 속에서 그리스도의 영을 가지고 그리스도의 생명으로 호흡하는 자들을 찾으십니다. 미래의 하나님 나라의 힘은 그들 안에서 사랑과 의와 순결을 드러내며 움직입니다. 다가오는 나라는 부패하는 모든 것에 대항하고 죽음과 생명이 없는 무기력하고 연약한 모든 것에 저항합니다.
소금은 죽음을 지연시킬 수 있습니다. 의사가 환자에게 소금을 주사해서 죽음을 뒤로 미루고 장기의 재생력을 회복시키거나 유지시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세상의 불의는 그 자체가 죄이며 세상을 죽음으로 이끄는 병입니다. 하나님 나라를 대표하는 우리의 임무는 세상의 소금이 되는 것입니다. 세상의 불의를 막고 세상의 부패를 예방하고 세상의 죽음을 저지하는 것입니다.
세상은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 반드시 멸망해야 합니다.그러나 소금이 그 맛을 지니고 있는 한, 소금은 이 세상에서 악이 활동하는 것을 저지할 것입니다. 그리고 어느 날 세상을 새롭게 하는 힘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그리고 어느 날 세상을 새롭게 하는 힘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만약에 교회가 더 이상 소금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면 교회는 더 이상 교회가 될 수 없습니다. 교회는 죽게 될 것이며 반드시 사라져야 할 것입니다. 만약에 소금이 그 맛을 잃는다면 무엇으로 짠 맛을 내겠습니까?
세상의 소금은 오늘날의 시대가 소금으로 변하기를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하지만, 예수님 나라 백성들의 존재는 소금 없는 음식이 맛이 나지 않듯이 교회 없는 세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인류는 스스로 세상의 소금인 양 흉내를 낼 수는 없지만 죽음과 부패의 특성이 무엇인지 알 수 있으며, 그것들과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는 알 수 있습니다. 우리 인류 앞에는 실천하며 살아야 하는 목표이자 자신의 삶을 바로 잡아 주는 한 존재, 바로 교회가 놓여있는 것입니다.
만약에 소금이 그 맛을 잃는다면 분명 내버려질 것입니다. 세상의 소금은 하나님께서 존재하시는 곳입니다. 그곳은 다가올 하나님 나라의 정의가 살아남은 곳이며 다가올 새 질서의 힘이 유기적인 생명과 성장을 촉진시키는 곳입니다.
하나님의 능력은 깊은 곳으로부터 샘솟아 모든 생명에 흘러 넘칩니다. 하나님의 이 능력은 타락한 도덕성과 위선적인 사회관습이 성취할 수 있는 것을 능가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에는 소금의 힘이 있습니다. 그 힘은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부패에 물들지 않는 담대하고 소박한 용기입니다. 거기에는 단순하고 간결한 말과 꾸밈없는 정직함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말에 사랑이 없으면 그 말을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에게 치명적으로 위험을 끼칠 수 있습니다. 자기 자신은 죽일지라도 다른 사람을 해칠 수 없는 사랑이 있습니다.악의 눈이 온몸을 더립히도록 내버려두느니 차라리 그것을 뽑아버리려는 사랑이 있습니다. 결코 변하지 않는 충성심과 성실함이 있습니다. 그것의 약속과 사랑은 영원히 지속됩니다. 마지막으로, 외면적이고 비본질적인 모든 것에서 자유로운 자유, 모든 소유와 시간을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는 자유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바로 친구와 형제자매들만이 아닌 원수까지도 사랑하는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세상적인 보물에 욕심내지 않는 자유이며 재산에 대한 근심과 염려에서 벗어난 자유입니다. 그것은 하나님 자신, 그리고 하나님의 모든 모습과 하나님께서 주신 모든 것 안에서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는 것입니다.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를 추구하는 브르더호프 공동체의 기독교 선언-하나님 나라 그리고 공동체' <소금과 빛>(에버하르트 아놀드 저, 쉴터 펴냄)에서
에버하르트 아놀드(1883~1935)
=브르더호프 공동체 창시자. 신학과 철학과 교육학을 공부했으며, 학생 집회와 여러 가지 모임의 연사로 널리 초빙되었다. 1920년에 작가로서 장래가 보장된 직업과 베를린의 중간 상류층의 특권을 버리고 아놀드는 가족과 함께 독일 중부 지방의 작은 마을인 자네르쯔로 옮겨간다. 그들은 그소에서 산상수훈에 바탕을 둔 기독교 공동체를 세웠다. 그 결과로 탄생한 공동체 운동인 브루더호프는 8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으며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기 위해 애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