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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라는 이름의 유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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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기변환_예수와 제자들.jpg» 예수와 12제자들. 예수를 비롯한 12제자와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와 남편 요셈, 사도 바울까지 모두 유대인이다.



 인간의 전체 역사를 통해 오늘날까지 읽을 만한 것으로 남은 어떤 저서에 의하면 선악의 싸움의 상징은 `로마 대 유대, 유대 대 로마'를 뜻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 싸움보다, 이 문제 제기보다, 이 불구대천의 대립보다 더 큰 사건은 없었다.


 로마는 유대인을 반자연 자체와 같은 것으로, 마치 자신과 정반대되는 괴물과 같은 것으로 느꼈다. 로마에서 유대인은 `전 인류를 증오하는 죄를 지은'것으로 간주되었다. 인류의 구원과 미래를 귀족적 가치, 즉 로마적 가치의 절대적인 지배와 연관시키는 것이 옳다면, 이는 정당하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유대인은 로마에 대해 어떻게 느꼈던가? 이는 수많은 징표에서 알아맞힐 수 있다. 그러나 가슴 깊이 묻어둔 복수심의 폭발을 적은 모든 기록물 중에서 가장 황폐한 저 요한묵시록을 다시 한번 마음에 단단히 새기는 것으로 충분하다.(그건 그렇고 사람들은 이 증오의 책에 사랑의 사도의 이름을 기록하고, 그리고 사람을 열광적으로 반하게 하는 저 복음을 바로 사도의 것으로 해버린 기독교적 본능의 심오한 논리정연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 이러한 목적을 위해 수많은 문헌을 날조하는 일이 필요했더라도 그 안에는 하나의 진리가 숨어 있다.)


 로마인은 강자이자 고귀한 자이다. 그들보다 강하고 고귀한 자는 지금까지 지상에 존재한 적이 없었고, 심지어 사람들은 그런 조냊가 있을 거라고 꿈꾸어 본 적도 없었다. 그들이 남겨 놓은 하나하나의 유물, 하나하나의 비명은 만일 거기에 무슨 글이 쓰였는지 알 수 있다면 우리를 크게 매료시킬 것이다. 이와 반대로 유대인은 유달리 원한을 품은 사제적 민족이며, 민중 도덕에 관해 비할 데 없는 독창성을 발휘한 민족이다. 이와 유사한 재능을 지닌 민족들, 예컨대 중국인과 독일인을 유대인과 비교해 보면 어느 쪽이 제1급이고 어느 쪽이 제5급인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로마와 유대 중에 어느 쪽이 승리를 거두었는가?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오늘날 로마 자체에서, 그리고 로마에서뿐만 아니라 지구상의 거의 전반에 걸쳐, 즉 인간이 길들여져 있거나 길들여지기를 바라는 곳에서는 어디서나, 모든 최고 가치의 진수로 여기고 그 앞에서 고개를 숙이게 되는 사람이 누구인지 좀 생각해 보라. 이는 누구나 다 알고 있듯이 세 명의 유대인 남자와 한 명의 유대인 여자(나세렛 예수, 어부인 베드로, 양탄자 짜는 사람인 바울, 그리고 처음에 언급한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이다. 로마가 의심의 여지없이 멸망했다는 사실은 크게 주목할 만하다. 물론 르네상스 시대에 와서 고전적 이상이, 모든 사물에 관한 고귀한 가치 평가방식이 무시무시할만치 찬란하게 부활했다. 로마 자체가 전 세계적인 유대교 교회당의 모습을 하고 '교회'라 불리는, 자기 머리 위에 세우진 유대화된 새로운 로마의 압박을 받으며, 마치 가사 상태에서 깨어난 자처럼 몸을 꿈틀거렸다. 그러나 곧장 유대는 종교개혁이라 불리는 저 철저하게 천민적인 (독일과 영국의) 원한 운동 덕분에, 그리고 종교개혁의 결과 필연적으로 뒤따른 교회의 부활과 또한 고전적 로마에서 그랬듯이 무덤 속처럼 예스런 깊은 정적의 부활 덕분에 다시 승리를 거두었다.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자 그때까지보다 심지어 더 결정적이고 심오한 의미에서 유대는 또 한 번 고전적 이상을 누르고 승리를 거두었떤 것이다. 이로써 유럽에 존재했던 최후의 정치적 귀족주의, 즉 17,18세기 프랑스의 정치적 귀족주의가 민중의 원한 본능으로 인해 붕괴하고 말았다. 일찍이 지상에서 이보다 더 큰 환호성, 이보다 더 열광적인 함성이 들린 적이 있었던가!


  <도덕의 계보학>(프리드리히 니체 지금, 홍성광 옮김, 연암서가 펴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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