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절부절'을 뜻하는 영어 단어 fidget은 `간절히 바라다'는 의미의 고대 노르웨이어에서 왔다. 안절부절 못하는 지루함은 텅 빈 상태에 대한 두려움을 드러내는 증상이다.
우리는 손에 잡히는 무엇으로든 그 텅 빈 상태를 채우려 한다.그래서 30분 동안 가만히 앉아있는 것보다는 차라리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하거나 백만 달러를 따고 잃기가 더 쉽다고 여기기도 한다. 우리는 지루함을 느끼도록, 그리고 지루할 때면 손쉽게 덧없는 오락거리를 찾도록 교육받았다. 텅 빈 상태에 대한 두려움을 토대로 텔레비전, 술, 담배, 마약 등 수십조 규모의 산업이 번성하고 있다. 우리 눈과 두뇌가 두려움을 망각하게 하는 것이다. 주의집중 시간은 점점 더 짧아지고 신경과민 증세가 심해지며 이 때문에 집중력은 더 나빠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악순환에는 논리적인 출구가 없다. 어느 방법을 택하든 무한반복 실행이나 무한반복불이행의 덫에 걸려 선택의 가능성이 사라지고 만다. 하지만 다행히도 비논리적 출구는 매우 많다. 그 출구를 찾기전에 우선 악순환의 밑바탕에 자리 잡은 것, 즉 두려움을 직시해야 한다.
<놀이, 마르지 않는 창조의 샘>(스티븐 나흐마노비치 지음, 이상원 옮김, 에코의서재 펴냄)에서
스티븐 나흐마노비치
바이올린 연주자이자 작곡가, 시인, 교사, 그리고 컴퓨터 아티스트, 하버드대학교에서 심리학과 문학을 공부했고 산타크루즈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인식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바이올린 즉흥연주 공연을 하며, 음악과 그래픽을 결합시키는 비주얼 뮤직 분야에도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멀티미디어 작업에는 춤,연극,시,사진,그림,영화 등이 두루 포함되어 있다. 미국과 유럽 각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원생동물학과에서부터 종교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썼다. 현재 `미국의 선(禪)'이라는 멀티미디어 작품을 제작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