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사는 행복 맛보느냐가 공동체 성패 좌우
5월 세계생태포럼 앞둔 준비 워크숍
공동체 상생의 틀 논의
함께한는 행복 싹 틔워
함양-남원-구례 지리산 마을 돌며
성과-실패 공유하고 네트워크 모색
황대권 영광생명평화마을 대표
“정부 지원으로 기계공학적 접근 문제
지역사회 손잡고 인간관계 조성을”
도슨 영국 슈마허대학 교수
“히피나 공산주의자 아니냐 눈총
인간과 자연과 생산물 공존이 출발점”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
“성공하고 실패하건 교훈 축적
틈 비집고 사회의 중심을 이동하게”
*두레마을에서 참가자들이 함께 식사를 하고 있다.
‘함께 어우러져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어보고 싶은 사람 다 모여라’
공동체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 지난 1월 20~22일 지리산 일대에서 야단법석을 펼쳤다.
개신교공동체인 경남 함양 두레마을과 전북 남원 일대 인드라망 생명공동체 네트워크의 구심점인 실상사, 개신교 생명학의 산실인 전남 구례 향토원 등에서다.
이번 모임은 공동체나 생태마을에서 이미 살고있거나 살아보기를 원하는 이들이 네트워크를 만들어 서로 정보도 교환하고 도움을 주고받아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그동안 각기 성과와 실패의 경험을 나누지못하고 모래알처럼 살아왔지만 이제는 공동체적 상생을 위해 정기적 모임을 갖고 교류해보자는 것이다.
오는 5월엔 이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들이 모이는, 세계생태마을포럼이 한국에서 개최된다. 포럼 준비차 조나단 도슨(슈마허대학 생태경제학부) 교수가 방한했다. 도슨 교수는 세계생태마을네트워크(GEN) 전 사무총장을 지냈고, 줄곧 공동체에서 살아온 인물이다. 그의 방한을 계기 삼아 ‘준비 워크숍’이란 이름으로 이 분야의 매니아들이 한 자리에 모여 강의를 듣고, 토론을 벌이고, 뒷풀이 잔치를 열며 우정을 나눈 것이다.
20일 함양 두레마을에서 열린 ‘생태마을 간의 네트워킹 컨퍼런스’에는 큰눈이 내렸음에도, 애초 예상한 20명을 3배나 초과한 67명이 전국에서 산골마을로 모였다. 두레마을(이사장·황호열 목사)은 일체 비용을 받지않고 숙식을 제공하고 잔치까지 마련해 주었다.
컨퍼런스에선 황대권 영광생명평화마을 대표가 ‘한국생태마을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강연했다. 황 대표는 10여년 전 생태공동체운동센터를 출범시키고, 고향인 전남 영광에서 생태공동체만들기를 실험중이다.
그는 “서양에선 에코빌리지라면 의도적으로 새롭게 만든 공동체를 말하며, 이런 공동체가 미국의 ‘공동체 디렉토리’에만 1천여개나 있는데, 우리나라에선 사회적 여건상 공동체운동이 빈약하다”며 “생태마을공동체라고 할만한 모델을 찾아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에서 ‘마을 만들기’는 정부의 지원금을 받아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마을만들기 사업의 절반은 영혼 없이 기계공학적으로 접근하는 용역회사와 전문가들을 먹여살릴 뿐이어서 안타깝다”고 밝혔다. 그는 생태공동체가 성공하려면 지역사회와 관계를 돈독하게 하고 영성적, 생태적, 공동체적 인간관계가 조성되어야 한다”며 “가정과 교육현장에서 제대로 교육되지 못한 ‘인간 관계’ 훈련을 위한 센터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도슨 박사의 강연 모습.
이어 도슨 교수는 ‘세계생태마을의 현황과 전망’을 강연했다. 그는 “예전엔 서구에서도 땅값이 비싸지않고 규제도 심하지않아 생태마을공동체를 쉽게 만들 수 있었는데,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면서 “이에따라 이미 존재하는 마을을 생태공동체로 전환하는 트랜지션(전환)마을운동으로 흐름이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슨 박사는 영국의 토트네스란 전환마을에서 살고 있다. 그는 또 ‘젊은이들의 동향’과 관련해 “젊은 세대들은 어디서나 윗세대들과 일하려 하지않는다”며 “윗세대와 다른 방식의 문화와 개성을 가진 젊은이들의 다양성과 소소한 마음에 대한 관심이 더 필요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안(야마기시)마을에서 살아가는 김현주씨도 뒷풀이 잔치에서 비숫한 얘기를 해 주목을 끌었다. 산안마을엔 10여가구 가운데 7~8년전 4가구가 나가 위기에 처했으나 근래 6명의 젊은이들이 합류했다. 김씨는 “젊은이들은 공동체에 들어와도 ‘가치’나 ‘대의명분’같은 큰담론을 싫어하고 ‘희생하는 것’은 더욱 싫어한다”며 “얼마나 재미 있느냐를 중시한다”고 말했다. 갈수록 대화가 단절되는 세대간의 소통이 공동체에서도 가장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도슨 교수는 “공동체에서 산다면 영국에서도 히피나 공산주의자 아니냐며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기도 하며 저한테도 ‘공동체로 함께 하는게 힘들지 않느냐’고 묻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너 혼자 사는건 힘들지 않니’, ‘남편이랑 아내랑만 사는 건 안힘드니?’라고 묻는다”며 “공동체는 인간과 자연과 생산물들이 모두 함께 연결되어있고, 함께 할 때 행복해진다는 지점에서 시작된다”고 밝혔다.
다음날 향토원에선 ‘글로벌 상생경제포럼’이 이어졌다. 포럼을 주최한 아시아태평양생명학연구원 김용복 이사장은 “기업의 자유가 무한대로 확대된 신자유주의로 인해 과학기술과 국가권력을 등에 업은 군사체제가 모든 생명체를 공멸시킬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면서 인간과 식물 동물 뿐 아니라 돌멩이 하나까지 한몸으로 여기며 동양의 전통 종교들까지도 하나로 연대해 새 지평을 열기위해 이곳만이라도 지리산특구를 만들어 상생모델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향토원에서 열린 포럼.
이승무 순환경제연구소장은 “도시인들은 스트레스 때문에 전원을 동경하고, 시골 사람들은 문화적 갈급 때문에 도시를 동경하는데, 생태마을은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전남 화순 백아산의 100헥타르 임야에 10가구가 공동으로 마을공화국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일을 추진중인 김한중(솔성수도원 원장) 목사는 “인간이 사소한 감정으로 해방돼 의식이 진화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그래야 뭇존재들과도 화합하는 태평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불교환경연대 유정길 운영위원장은 “공동체는 성공과 실패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성공하면 성공한만큼 나아가는 것이고, 실패하면 실패하는대로 인류에게 교훈을 축적하는 셈”이라며 “공동체운동의 사회전략은 틈을 비집고 넓히면서 사회의 중심을 이동하게 하는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독특한 실험을 해온 불교공동체로 생태적 마을공동체를 실현한 ‘실상사 사부대중 공동체’와 ‘맑은 마음, 좋은 벗, 깨끗한 땅’을 기치로 만들어진 수행공동체 정토회의 활동을 소개했다.
이 토론에선 풀무농업학교를 중심으로 지역공동체와 결합해 성공한 충남 홍성지역 사례와 협동조합의 메카인 강원도 원주 등이 공동체운동의 세계적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실상사에서 도법 스님(맨 왼쪽)의 설명을 듣는 참가자들.
참가자들은 이틀째 남원 실상사를 찾아 심각한 이농현상을 겪는 농촌들과 달리 10여년 동안 산내면에만 450명이 귀농한 현장에서 회주 도법스님의 설명을 들으며 생태마을의 희망을 엿보았다.
※문의 : 한국생태마을공동체네트워크 임진철 준비위원장 dreamska@hanmail.net
함양(경남)·구례(전남)/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