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즐기자꾸나! 한 젊은 승려가 밖에서 선원으로 돌아와 풀밭 한쪽이 말라가는 모습을 보았다. 선사가 젊은 승려에게 말했다. "선원 밖으로 가서 화초의 씨를 좀 뿌려주어라." "언제 씨를 뿌릴까요?" "아무 떄나!" 승려가 밖에서 씨를 뿌리는데 갑자기 한 줄기 바람이 지나갔다. "이런! 씨가 다 날아가 버렸잖아!" "바람에 날려간 건 상관없다. 내버려 두어라!" 승려가 밖에서 새들이 씨를 쪼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뛰어와서 말했다. "어떡하죠? 새들이 씨를 쪼아 먹어버렸습니다!" "땅에 씨를 뿌리면 새들이 먹는 건 당연하지. 내버려 두어라!" 밤중에 한바탕 비가 내린 후 젊은 승려가 새벽에 선방으로 급히 들어왔다. "사부님! 씨들이 다 비에 휩쓸려가 버렸습니다." "모든 것이 인연이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 초봄의 태양이 산 위로 올라왔다. 허허벌판이던 땅에 푸르고 연한 새싹들이 올라왔다. 원래 씨를 뿌리지 않았던 사원의 귀퉁이, 지붕, 담장에도 초록의 기운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점점 연한 새싹에서 각양각색의 꽃봉오리가 맺혔다. 차갑고 하얗던 겨울 색이 오색찬란한 봄의 빛깔로 바뀌었다. 사원 구석 곳곳과 산에 가득, 계곡에 가득 꽃들이 만발했다. 젊은 승려는 기뻐하며 사부에게 알렸다. "사부님! 사부님! 꽃들이 사원 귀퉁이 여기저기에 피었고, 온 산과 들판이 씨를 뿌리지 않은 곳까지 예쁜 꽃봉오리로 가득합니다." 사부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저 즐기자꾸나!" 선은 깨달은 이후의 삶의 태도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마음속에 좋음과 나쁨, 순함과 역함의 구분이 없고, 그저 때를 따르고 본성을 따르고 인연을 따르고 즐거움을 따를 뿐이며, 마음은 순간의 상황과 어우러져 자연에 순응한다. 어떤 때 어떤 장소라도 매 순간이 모두 천당이다. <매일 매일이 좋은 날 ①>(채지충 지음, 정광훈 옮김, 느낌이있는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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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즐기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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