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을 잘 갖춘 사람은 부족한 듯 행동하는 법이다 제27편 우언(寓言) 7-1 초나라의 현인 양자거가 노자를 만나기 위해 남쪽 패 땅으로 갔을 때, 노자는 서쪽으로 진나라를 유람하고 있었습니다. 양자거는 패 땅의 교외로 마중 나갔다가 양 땅에 이르러 노자를 만났습니다. 함께 오는 도중에 노자는 하늘을 우러르며 탄식하며 말합니다. "처음 자넬 보았을 땐 가르칠 만하다고 생각했으나, 지금 보니 아니구나." 양자거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숙소로 돌아와선 노자에게 세숫대야와 양치물과 수건과 빗을 가져다 올린 다음, 문밖에 신발을 벗어놓고는 무릎걸음으로 그의 앞으로 다가가 말했습니다. "조금 전에 저는 선생님께 여쭙고 싶었으나 선생님께서 바삐 걸으시며 틈을 주지 않아 감히 여쭙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한가하니, 왜 그리 말씀하셨는지 그 까닭을 여쭙고자 합니다." 그러자 노자가 말합니다. "자넨 두 눈을 부릅뜨고 쳐다보고 있는데, 누가 자네와 함께 지내려 하겠는가? 아주 흰 것은 더러운 듯하고, 덕을 잘 갖춘 사람은 부족한 듯 행동하는 법이다." 양자거는 흠칫 놀란 듯 낯빛을 바꾸며 말합니다. "삼가 가르침을 받들겠습니다." 전에 양자거가 왔을 땐, 여관에 묵고 있던 사람들이 그를 맞이하고 전송하였습니다. 여관주인은 그가 앉을 방석을 내왔고 안주인은 수건과 빗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여관에 묵는 사람들은 그에게 자리를 양보해 주었고, 불을 쬐던 사람들도 그에게 따뜻한 부뚜막을 양보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노자를 만나고 돌아간 뒤엔 여관에 묵고 있던 사람들은 그와 함께 자리를 다투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내 안의 나를 꺠우는 장자-잡편>(장자 지음, 최상용 옮김, 일상이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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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듯 행동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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