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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한겨레 수행·치유 전문 웹진 - 휴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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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방에서 1박2일 나를 돌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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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공장 독방



하룻밤만이라도 휴대폰이나 텔레비전 없이 나만의 독방에서 가만히 자신을 들여다본다면 어떨까.


꼭 사찰의 무문관이나 가톨릭 봉쇄수도원을 들어갈 수 없는 일반인들도 1박2일 동안 이런 체험을 해볼 수 있게 됐다. (사)행복공장의 ‘릴레이 성찰’을 통해서다. 행복공장은 오는 5일부터 5월말까지 12주동안 매주말 토~일요일 1박2일간 강원도 홍천수련원에서 20시간을 독방에서 온전히 자신만을 마주하는 성찰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 입소해 일요일 오전 11시에 퇴소하는 일정이다. 


매번 20여명씩이 참여한다. 이미 영화배우 박중훈, 임순례 영화감독, 노종면 전와이티엔 앵커, 권태선 환경운동연합 대표, 호인수 신부, 금강 스님,  김은녕 목사 등이 1.5평 독방 입소를 예약했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행복공장의 권용석 이사장(54)·노지향 상임이사(56) 부부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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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향, 권용석 부부


부부가 성찰릴레이를 생각해낸 것은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비롯해 우리 사회의 리더들의 잇따른 실족을 보면서다. 

“자기 스스로 독방에 들어가 성찰했다면, 실제 감옥에 갈일은 줄어들텐데요.”


권이사장이 이 일을 하는 이유는 또 있다. 그는 “성찰해보자고 하니, 탄핵에 힘을 모아야할 때 왜 시선을 내부로 돌리느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나라가 이 지경이 되고도 이를 극복하는데 힘을 모으기보다는 막말과 가시 돋힌 말, 분노만을 내뱉고, 야당 안에서도 조차 ‘나는 옳고 너는 다 그르다’는 진영 논리만이 팽배해 정권이 바뀌어도 사회의 갈등으로 계속 힘들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한번이라도 고요하게 머물러 자신의 미움과 분노 상대방의 마음을 함께 들여다봄으로써 상대방 얘기를 잘 듣고 좀 더 마음을 잘 표현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부분에서 부인 노지향씨는 체험의 의미를 더 섬세하게 덧붙였다. 그는 “수련원 독방엔 ‘우리가 행복하지 않은 유일한 이유는 작은방에 홀로 머물지 못하기 때문이다’는 파스칼의 글귀가 붙어있다”면서 “‘지금까지 네가 잘못했으니 하룻동안 감옥에 들어가 반성을 해보라’는 게 아니라 쉼과 건강, 경청을 통해 자신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하루의 고요를 스스로에게 선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에서 견딜 수 없는 사람들은 다른 참가자들에게 피해를 주지않은 선에서 산책을 허락키로 한 것도 ‘성찰’이 벌이 아니라 선물로 다가서게 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다만 성찰을 위해 휴대폰이나 책을 갖고 들어가는 것은 금한다. 너무 피곤한 사람은 잠을 자거나 멍때리기를 해도 좋고, 명상이나 절을 할 수도 있다. 또 독방에 비치된 행복공장의 워크북에 따라 자기 인생그래프를 그려보거나, 삶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과 가장 불행했던 순간을 떠올려보거나, 1년 밖에 못산다면 하고 싶은 일을 적어보거나, 80살이라고 가정하고 지금의 내게 보내는 편지를 써볼 수도 있다. 이번 성찰 프로젝트 첫회 숙식비는 권이사장이 근무하는 법무법인대륙아주에서 지원한다. 이후엔 참가자들이 다음주 참가자들을 위해 5만원씩 기부해주어 성찰 기회를 주도록 권하고 있다. 


권이사장은 검사 출신 변호사다. 1992년부터 2002년까지 검사를 했다. 그는 지난 2013년 전재산을 털다시피해 28개의 독방이 있는 홍천수련원을 지었다. 왜 그랬을까.


그는 공안기획 검사시절엔 오전9시부터 오후 7시까지는 공안기획 업무를 하고, 저녁엔 형사사건을 처리했다고 한다. 월 300건의 형사사건을 맡아 늘 새벽1시에 퇴근했다는 것이다. 매주 100시간씩 근무한 일량과 스트레스로 술 담배도 달고 살았다고 한다. 
“급기야 급성 위궤양으로 데굴데굴 굴렀다. 검사를 그만두지도 술담배를 끊지 도 못하면서 몸이 망가지니, 제일 그리운게 교도소 독방 감옥이었다. 아프고 지치면 자기 굴에 들어가 스스로 치유하는 동물들처럼 그렇게 하고 싶었다.”
그렇게 그는 검사를 그만두고 변호사를 하면서 그때 먹은 생각을 행복공장 수련원으로 구체화했다. 


부인 노씨는 연극인이다. ‘연극공간 해’ 대표인 해씨는 즉흥연극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는 치유연극의 선구자로 꼽힌다. 하던 일도 줄이고 내적 수도에 더 집중하고싶었던 노씨는 일을 벌이는 걸 처음엔 내켜하지않았다. 그러나 행복공장을 통해 소년원에 가서 치유연극도 하고, 홍천수련원에 오는 이들과도 즉흥연극을 통해 오랜 상처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일에 남편보다 더 재미를 붙이고 있다. 음악을 공부하는 외아들도 연극과 수련원 프로그램 스텝으로 참여하고 있다. 온식구가 동참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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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연극 등 부부의 활동 모습


권이사장은 검사시절 혹사 때문인지 3년전 갑상선암 통보를 받았다. 첫수술 뒤 예후가 안좋아 작년까지 2번 수술을 더 받았다. 그 뒤 그는 “할일을 미루기보다는 ‘오늘’을 더 중시하게 됐다”고 했다. 또 과도한 책임감 때문에 남한테만 잘하려고만 했는데, 올해는 ‘이기적인 인간이 되어보자’를 모토로 자기 삶을 챙기는데 좀더 집중해보기로 하자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노씨도 “내가 좀 냉정한 성격인데, 남편이 아픈 이후 안쓰러운 마음에 밤에 들어와 고스톱을 치자고 하면, 피곤하더라도 안자고 함께 ‘맞고’고 친다”며 웃었다. 부부가 자신들부터 성찰한 결과다. 행복공장 (02)60841016, www.happytory.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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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공장 시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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