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수좌회가 2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오는 10월로 예정된 총무원장 선거를 직선제로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수좌회는 선원에서 참선을 하는 1천2백여명이 속한다. 기자회견에는 정로선림위원장인 봉암사 수좌 적명 스님과 고우·대원·무여·혜국·현기·성우·지선·원각·인각·지환·정찬 스님 등 대표적인 방장 조실 선원장이 대거 참여해 무게감이 적지않다.
이들은 “일부 권승들이 파당을 만들어 종권을 장악학고, 유력한 사찰의 주지와 본사, 말사의 주지까지도 자파의 세력으로 채워 승가의 자율성과 역동성을 말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수좌회 의장 월암 스님은 “인구조사에서 지난 10년간 불자가 3백만명이 감소하고, 출가자들도 현저히 줄고 있어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에 큰스님들까지 나섰다”면서 “불교가 이 지경인데도 책임지는 사람도 대책도 없고, 총무원장 직선제 약속마저 내팽개쳤다”고 말했다.
조계종은 1994년 종단개혁 이후 24개 교구본사에서 선출된 240명의 선거인단과 중앙종회 의원 81명 등 321명의 선거인단이 투표로 총무원장을 선출해왔다. 지난해 10월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 중앙종회 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승랍 10년 이상 비구·비구니 스님의 80.5%가 직선제에 찬성했다.
중앙종회는 지난해 총무원장직선제선출제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선거제 개편을 놓고 논의했으나 같은해 10월 종회에서 위원장과 위원들이 사퇴함으로써 선거법 개편은 물건너간 것이라는 평을 받았다. 종회는 오는 27일 다시 열린다.
수좌회는 또 종회의원 6년이나 본사주지 4년 이상을 지내야만 출마할 수 있는 총무원장 피선거권 제약을 개정하고, 승려의 복지를 전면 시행할 것도 촉구했다.
이에대해 총무원장 자승 스님쪽 한 관계자는 자승스님의 재임기간 전반을 혹평한데 대해 “자승 스님 재임기에 자신이 관리하던 관악산 연주암까지 종단 직영으로 돌리는 등 직영사찰을 확대하고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며, 종단이 스님들의 기초연금을 불입하는 등 진일보 했다”면서 “특히 용산참사, 세월호, 사드 등 현안에 종단 차원에서 가장 앞장서 도우며 사회적 활동을 어느때보다 확산시키고, 지난 탄핵국면에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청와대에 간 종단지도자 가운데 유일하게 물러날 것을 요구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공은 두고 과만 지나치게 부각시켜 서운하다는 것이다.
그는 또 “선거제도 개편은 총무원장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선거권자인 종회의원들의 기득권 포기와도 관련되기 때문에 그들을 설득해 개편안을 이뤄내기 위한 설득 작업이나 구체적인 방안 제시들이 오히려 더욱더 필요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