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오후 집회를 마친 후 몇몇 교인들과 마주앉았습니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고가던 중 한 분이 문득 "목사님도 외로우세요?"하고 물었습니다. '주님이 계신 데 외롭기는 뭐가 외로워요'라고 대답했으면 좋았겠지만, 저는 몇 번이고 힘을 주어 '그럼요, 그럼요'하고 대답했습니다. 언제 외로우냐는 질문에 "말의 무기령함을 절감할 때, 선포하는 말씀이 사건을 일으키지 못할 때"라고 대답했습니다. 친구들에게 문자로 언제 외롭냐고 물었습니다. 한 친구는 '서로 옳다는 두 교인 사이에 서 있을 때'라고 답했고, 다른 친구는 '주일 오후 모두 떠난 텅 빈 예배당에 혼자 앉아 있을 때 문득'이라고 답했습니다.
감리교 최초의 조직신학자라고 일컬어지는 정경옥 교수는 1930년 대에 쓴 <그는 이러케 살엇다>라는 책에서 예수의 외로움에 대해 말합니다. 예수가 외로운 것은 한 제자가 자기를 밀고해서도 아니고, 겟세마네 동산에서 피땀 흘려 기도하실 때 잠을 자다가 흩어져 버린 제자들 때문도 아니고, 베드로가 자신을 모른다고 했기 때문도 아니라고 말합니다.
예수는 자기의 제자들이 다 어디로 가고 자기 혼자 남아 있다는 것이 외롭다는 것보다 사랑을 주어도 받을 이 없다는 것을 외로워하셨던 것이다. 그렇다. 신앙의 사람이 되려면 세상에서 친구가 없다. 믿음의 생활을 하는 사람은 고독의 사람이요 눈물의 사람이다. 선견을 가진 사람은 군중의 환영을 받지 못한다.
<끙끙 앓는 하나님>(김기석 지음, 꽃자리 펴냄)에서
김기석
서울 용산 청파감리교회 담임목사다. 이와여교 교목을 지냈다. 지긍ㄴ 책으로 <아! 욥>(욥기 산책), <광야에서 길을 묻다>(출애굽기 산책),<말씀의 빛 속을 거닐다>(요한복음 산책),<행복하십니까, 아니오, 감사합니다>(시편산책), <세상에 희망이 있느냐고 묻는 이들에게>, <아슬아슬한 희망>, <기자와 목사, 두 바보 이야기>, <오래된 새길>, <삶이 메시지다>, <일상순례자>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