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조건 속에서도 모든 상황과 합일할 수 있어야 한다. 족첸(티베트의 선禪)에서는 그냥 넘겨버리는 것이 없다. 긍정적인 것만큼 부정적인 것과도 합일해야만 한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진정한 족첸 수행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또한 모든 것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유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만약 모든 것을 해야만 하는 것으로 느낀다면, 그것은 또 하나의 제약이 된다.
완전한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바깥 세계에 있는 우리 주위의 모든 것들과 합일해야만 한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다. 우리 내부의 욕망과 합일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성이 난다면, 성냄과 합일하는 것을 배워야만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가 하는 모든 일들이 그저 성이 나서 하는 일들로 되기 시작한다. 이렇게 되면 성냄의 에너지는 수행에 있어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 되어버린다. 마찬가지로 즐거움과 슬품, 불신과 기대와 같은 모든 감정적 상태, 모든 감정적 장애들과 합일해야 한다. 그리고 깨어있을 때의 상태와 잠자는 상태 안의 모든 것들과 합일해야만 한다. 결국에는 죽음의 순간에, 죽음 그 자체와 합일해야 한다. 이것이 궁극적 합일이며, 이것이 깨달음이다.
<티베트의 禪 >(족첸. 뗀진 왕걀 린포체 지금, 무명거사 옮김, 달라이라마 추천, 다정거사 김규현 해설. 도서출판 다래헌 펴냄)에서